유용우 한의사의 건강칼럼

[고양신문] 요즘 아침저녁으로 약간 선선해지며 이제 가을이 오나 했더니 한낮 기온이 다시 30℃를 웃돈다. 서늘함에 적응하려는 순간 다시 더워지면 몸의 체온조절 장치는 쉴 틈 없이 움직여야 한다. 이럴 때 가장 먼저 흔들리는 곳 가운데 하나가 코다.

필자는 어린이 비염을 진료하면서 다섯 가지 얼굴로 구분해서 설명하곤 한다. △숨길 자체가 좁은 구조적 비염, △온도 차에 민감한 혈관 운동성 비염, △사소한 자극에도 과민하게 반응하는 알레르기 비염, △차가움에 얼어버린 듯 맑은 콧물이 흐르는 물코 비염, △점막과 혈관이 약해 코피가 나는 비염이다. 물론 환자들에게는 두세 가지 모습이 겹치기도 한다. 하지만 굳이 이렇게 나누는 이유는 병명을 붙이기 위해서가 아니다. 아이의 코가 어디에서 먼저 흔들리는가를 알아보기 위해서다.

지금처럼 기온이 널뛰는 시기에 가장 두드러지는 것은 두 번째 얼굴인 혈관 운동성 비염이다. 코는 단순히 공기가 지나가는 구멍이 아니다. 차갑고 건조한 외부 공기가 들어오면 이를 데우고 습기를 더해 폐가 편안하게 받아들일 수 있는 공기로 만들어준다. 동시에 먼지와 각종 이물질을 걸러내는 우리 몸의 첫 번째 방어선이기도 하다. 따라서 외부 온도가 갑자기 떨어지면 코점막은 즉시 반응해야 한다. 혈관을 확장해 따뜻한 혈액을 더 많이 보내고 분비물을 늘려 공기를 데우고 촉촉하게 만들어야 한다.

문제는 이러한 조절이 지나칠 때다. 혈관이 과도하게 확장되고 점막이 부으면 코가 막히고 맑은 콧물이 흐른다. 아침저녁 기온 차, 찬바람, 에어컨 바람을 만났을 때 갑자기 콧물이 흐르고 코가 막히는 사람이 대표적이다. 이를 혈관 운동성 비염이라고 한다.

비염이라고 하면 흔히 알레르기부터 떠올리곤 하지만, 꽃가루나 집먼지진드기만으로는 환절기 비염을 온전히 설명하기는 어렵다. 평소에는 아무렇지 않다가 기온이 떨어지는 아침에 재채기와 콧물이 시작되고, 따뜻해지면 괜찮아지는 사람이 있다. 에어컨이 강한 식당이나 사무실에 들어가자마자 코가 막히기도 한다. 이런 경우에는 알레르기 자체보다 코점막이 온도 변화에 적응하는 능력을 먼저 살펴볼 필요가 있다.

알레르기 비염도 마찬가지다. 알레르기가 있다고 해서 언제나 증상이 나타나는 것은 아니다. 충분히 자고 몸 상태가 좋은 날에는 괜찮다가도 잠을 설쳤거나 피곤한 날, 감기를 앓은 뒤, 환절기가 되면 같은 먼지와 꽃가루에도 심하게 반응한다. 이런 모습은 조건부 알레르기 비염으로 봐야 한다. 알레르기 물질만의 문제가 아니라 그것을 받아들이는 내 코의 상태도 중요하다는 뜻이다.

요즘처럼 기온 변화가 심하면 호흡기가 약한 사람만 힘든 것이 아니다. 잠이 예민한 사람은 숙면하기 어려워지고, 소화기가 약한 사람은 입맛이 떨어지거나 배가 불편해진다. 평소 손발이 차고 순환이 약한 사람은 몸이 무겁고 피곤하다. 어린이들은 아침에 일어나기 힘들어하고 낮 동안 집중력이 떨어지기도 한다. 몸 전체가 외부 온도를 따라 오르락내리락하는 것이다.

한의학에서는 건강을 어느 한 장기의 힘만으로 보지 않는다. 비위가 음식을 잘 소화해 충분한 기혈을 만들고, 심장과 폐가 이를 온몸으로 보내며, 말단까지 순환이 원활해야 외부 환경이 변해도 몸의 중심을 유지할 수 있다고 본다.

충분히 소화되지 못한 음식물, 담음과 어혈처럼 순환을 방해하는 요소가 쌓이면 몸은 더욱 둔해진다. 평소에는 별문제가 없어 보이다가 갑작스러운 기온 변화라는 외부 부담이 더해지는 순간 비염이나 소화불량, 피로 같은 증상으로 빈틈이 드러나는 것이다.

그렇다면 요즘 같은 환절기에는 어떻게 대처해야 할까. 외부 기온은 마음대로 조절할 수 없지만, 내 몸의 리듬은 일정하게 유지할 수 있다. 가장 중요한 것이 수면이다. 더웠다가 선선해지고 다시 더워진다고 해서 취침시간까지 덩달아 흔들려서는 안 된다. 가능하면 매일 비슷한 시간에 잠자리에 들고 비슷한 시간에 일어나는 것이 좋다. 충분한 수면은 자율신경과 체온조절의 리듬을 회복시키는 가장 기본적인 방법이다.

적당한 운동도 중요하다. 걷기, 달리기, 줄넘기처럼 가볍게 땀이 날 정도의 유산소운동은 말단순환을 활발하게 하고 스스로 열을 만들고 발산하는 능력을 길러준다. 기온이 조금 내려갔다고 갑자기 두꺼운 옷을 입거나, 덥다고 에어컨을 지나치게 낮추는 것도 피해야 한다. 몸이 적당한 온도 변화를 경험하면서 스스로 조절할 기회를 주자. 특히 비염이 있는 사람은 새벽과 아침의 찬 공기, 강한 에어컨 바람을 코에 직접 맞지 않도록 하고, 충분한 수분을 섭취해 코점막이 마르지 않게 관리하는 것이 좋다.

한의학에서는 비염을 단순히 코의 문제로만 보기보다 각자 다른 코의 상태와 몸의 균형, 생활습관 등을 함께 살펴 증상이 반복되는 원인을 먼저 파악하고 그에 맞는 치료 방향을 찾는다. 내 몸의 기초체온 조절력을 회복하고 생활 리듬을 바로잡아 스스로 증세를 이겨낼 수 있는 몸 상태를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고 본다. 자신의 비염이 어떤 상황에서 심해지는지 세심하게 살피고 필요하면 이와 같은 전문적인 진료를 통해 관리하는 방법을 찾아보자.

유용우 유용우한의원장

환절기는 계절이 바뀌는 시기다. 이 시기 온도 차에 대한 코의 반응은 내 몸이 외부 변화에 얼마나 잘 적응하는지를 보여주는 중요한 신호다. 날씨가 오락가락할수록 잠자는 시간과 일어나는 시간을 일정하게 하고, 잘 먹고 적당히 움직여서 몸의 순환을 유지하자. 아무리 계절이 흔들려도 내 몸까지 흔들릴 필요는 없다. 내 몸의 리듬을 일정하게 유지하는 것, 그것이 환절기를 건강하게 나기 위한 첫걸음이다.

유용우 유용우한의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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