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 비상 상황 선언… 산후조리비 중단·임금 체불 위기
도의회 보건복지위 등 상임위 제주 일정 잇따라
"출장비 반납하며 예산 절감하는데 외유성 출장" 비판

[고양신문]  경기도가 재정 비상 상황에 따른 대규모 세출 구조조정에 돌입한 가운데, 경기도의회 상임위원회들이 잇따라 제주도에서 현장정책회의와 업무보고 일정을 추진해 논란이 일고 있다. 예산 부족으로 민생 사업마저 중단될 위기에 처한 상황에서 도의회가 수천만원의 예산을 들여 제주도에서 일정을 추진하는 데 따른 비판이다.

경기도의회 전경. 경기도가 재정 비상 상황을 선언한 가운데, 도의회 상임위들의 잇따른 제주도행 계획이 알려지며 '외유성 출장'이라는 비판이 일고 있다. 경기도의회 제공
경기도의회 전경. 경기도가 재정 비상 상황을 선언한 가운데, 도의회 상임위들의 잇따른 제주도행 계획이 알려지며 '외유성 출장'이라는 비판이 일고 있다. 경기도의회 제공

현재 경기도는 부동산 거래 위축 등의 여파로 주요 세원인 취득세가 감소하면서 재정난에 시달리고 있다. 이에 도는 비상상황을 선언하고, 필수 민생사업 편성을 위해 기존 예산 대비 5465억원을 감액하는 강도 높은 세출 구조조정에 나섰다.

재정 위기의 여파는 곳곳에서 현실화하고 있다. 일부 산하기관의 경우 인건비가 9개월 치만 편성돼 당장 10월부터 임금 체불이 발생할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더욱이 산후조리비 지원 사업마저 10월부터 중단될 처지에 놓여 관련 민원이 쇄도하는 등 상황이 악화하고 있다.

이같은 상황에도 불구하고 경기도의회 상임위원회들은 연이어 제주도행을 준비하고 있다. 15일 경기도와 도의회에 따르면, 도의회 보건복지위원회는 다음달 19일부터 21일까지 2박3일 일정으로 제주도에서 ‘2026년 하반기 보건복지위원회 현장정책회의’를 진행할 계획을 도 소관 부서와 산하기관에 공지했다. 주요 목적은 오는 11월 3일 개회하는 제394회 정례회 주요 현안 사항 논의와 2027년 본예산 및 현안업무 보고 청취 등이다.

해당 회의에는 보건복지위 소속 도의원 13명을 비롯해 전문위원실 직원, 정책지원관 등 24, 25명이 참석할 예정이며, 예산은 1500만원이 편성됐다. 도 집행부와 산하기관 관계자들은 업무보고를 위해 이들과 별도의 비용을 들여 제주도에 참석해야 한다. 그러나 공지된 계획안에는 제주도에서 방문할 주요 기관이나 현장방문 일정이 구체적으로 정해지지 않은 채 행선지만 제주도로 명시됐다. 보건복지위 관계자는 전국 최초로 벤치마킹할 수 있는 인공지능(AI) 돌봄이나 로봇사업 관련 기관을 알아보고 있는 단계라고 설명했다.

다른 상임위원회도 사정은 비슷하다. 경제노동위원회는 다음달 20일부터 22일까지 제주도에서 ‘2027년 본예산 대비 현장정책회의’를 열고 집행부와 공공기관 업무보고와 본예산 사업설명을 진행할 예정이다. 여성가족교육위원회 등 복수의 다른 상임위원회 역시 다음달 제주도행을 계획 중이거나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미 일정을 강행한 상임위도 있다. 교육기획위원회는 이달 8일부터 10일까지 제주도에 다녀온 것으로 확인됐다. 이들은 제주도에서 소관 부서의 업무보고를 받고 제주과학탐구체험관 방문, 도교육청 집행부와의 만찬 일정을 소화했다.

도의회 상임위들의 이 같은 행보에 도청 내부에서는 불만이 쏟아지고 있다. 경기도청 공무원 내부 익명 소통 게시판인 ‘와글와글’에는 “재정 비상 상황인데 바쁜 실·국장 다 부르고 왜 2박3일 제주도냐”, “업무보고를 왜 꼭 휴양지 같은 곳에서 받나”, “집행부 와서 결제하라는 것 아니냐”는 등 날 선 비판 글이 이어졌다.

한 게시글 작성자는 “어디를 갈지도 정하지 않은 채 성의 없이 작성해서 받은 방문계획과 그 계획을 받고서도 군말 없이 따라가야 하는 집행부의 숙명이 아쉽다”며 “없어져야 하는 것은 제주도에서 일어나는 현장정책회의나 강원도 호텔에서 실시되는 예산 사전 보고회 따위”라고 직격탄을 날렸다.

익명을 요구한 도 관계자 역시 “실국은 업무추진비에 출장비도 반납한 채 예산 절감에 머리를 싸매고 있는데 왜 도의회 업무보고를 아무런 이유도 없이 제주도에서 하는지 알 수 없다”며 “해외 대신 제주도를 가기 위해 억지로 만든 일정이라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도의회 관계자는 “굳이 제주도에 가서 업무보고를 받아야 하느냐는 뒷말이 나올 수밖에 없는 것은 맞다”며 말을 아꼈다. 제주도행 일정을 잡은 한 상임위원회 관계자는 “원 구성 이후 의원들 간에 소통의 시간이 없었고 워크숍 등을 진행하기 위해 제주도 일정을 검토 중인 것은 맞다”면서도 “아직 확정된 것은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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