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석 13블럭 소극장, 군더더기 없는 50분 연극
동네 풍성하게 채워줄 소극장 공연 이어지길
[고양신문] “오, 이런 곳에 극장이 있었어?”
일산 중앙로에서 백석동 주택가 골목으로 쏙 방향을 틀면 고양시의 소중한 문화 공간 '13블럭소극장'이 나온다. 지난 9일과 10일, 이 소박한 무대가 뿜어내는 에너지는 어느 대극장 못지않게 뜨거웠다. 웰메이드 미스터리 심리극 <불청객>이 이곳에서 관객들과 만났기 때문이다.
연극 <불청객>은 짧은 이야기에 익숙한 현대인의 호흡을 정확히 짚어낸 작품이다. 러닝타임은 단 50분. 군더더기 없는 빠른 전개로 관객을 단숨에 극속으로 끌어당겼다.
무대는 정신분석학 전문의 장희재의 진료실이다. 이곳에 정체를 알 수 없는 의문의 남자가 찾아와 상담을 요구하며 아슬아슬한 줄타기가 시작된다. 째깍거리는 시계탑이 암시하듯, 극은 한 치 앞을 예상할 수 없는 긴장감으로 흘러간다. 코미디와 서스펜스가 절묘하게 교차하는 2인극 속에서 관객들은 "과연 이 방의 진짜 불청객은 누구일까?"라는 질문을 던지며 치밀한 두뇌 싸움에 동참하게 된다. 극 후반부에 밝혀지는 반전 스토리는 객석에 짜릿한 카타르시스를 선사했다.
특히 이번 공연은 세 명의 창작자가 의기투합해 만든 '처음이자 마지막' 프로젝트 무대였다. 지난 9월 서울 대학로 창작공간에서 첫선을 보인 후, 고양시에서 마지막 피날레를 장식하며 아름답게 해단했다.
이번 <불청객> 공연이 더욱 특별했던 이유는 무대가 된 '13블럭 소극장'이 가진 공간의 힘 덕분이다. 백석동 주택가 13블럭에 자리 잡은 이곳은 지역 주민들에게 가뭄에 단비 같은 '문화 오아시스'다.
굳이 왕복 두세 시간을 들여 서울 대학로까지 나가지 않아도 된다. 퇴근길에, 혹은 주말 저녁에 슬리퍼를 신고 편하게 걸어 나와 수준 높은 공연 예술을 즐길 수 있다는 것은 동네 주민들만이 누릴 수 있는 특권이다. 배우들의 거친 숨소리와 미세한 표정 변화, 이마에 맺힌 땀방울까지 손에 잡힐 듯 생생하게 느껴지는 것은 대극장이 흉내 낼 수 없는 소극장만의 대체 불가능한 매력이다.
지역에 소극장이 존재한다는 것은 단순한 건물 그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예술가들에게는 관객과 직접 눈을 맞추며 호흡하는 소중한 창작의 산실이며, 동네 주민들에게는 팍팍한 일상 속에서 문화를 향유하고 위로받는 사랑방이다.
연극 <불청객> 팀은 박수갈채 속에서 무대를 떠났지만, 13블럭소극장의 따뜻한 조명은 앞으로도 꺼지지 않을 것이다. 이 작고 소중한 무대에 앞으로 또 어떤 새롭고 다채로운 공연들이 찾아와 우리 동네의 밤을 풍성하게 채워줄까. 지역 주민의 한 사람으로서, 13블럭 소극장이 만들어갈 다음 무대를 즐거운 마음으로 기다려 본다.
13블럭 소극장(고양시 일산동구 강촌로26번길 7-21 지하 1층).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