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광수의 교통안전 칼럼
[고양신문] 교차로에서 우회전하려는 순간, 운전자는 잠깐 망설이게 된다. 앞쪽 차량 신호가 빨간불인데 우회전해도 되는지, 우회전한 뒤 만나는 횡단보도에 보행자가 있으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판단이 쉽지 않기 때문이다. 뒤차가 경적을 울리면 마음이 급해지고, 서둘러 움직이다 보면 정작 살펴야 할 보행자를 놓칠 수도 있다. 우회전이 헷갈리는 이유는 신호등 하나만 확인해서는 충분하지 않고, 신호에 따른 정지 의무와 보행자, 주변 차량의 움직임을 함께 살펴야 하기 때문이다.
먼저 우회전 전용 신호등이 있는지 확인해야 한다. 전용 신호등이 설치된 곳에서는 해당 신호를 따라야 한다. 빨간색 화살표가 켜져 있다면 우회전할 수 없고, 녹색 화살표가 켜지면 우회전할 수 있다. 다만 녹색 화살표가 켜졌다고 해서 주변을 살피지 않고 그대로 진행해도 된다는 뜻은 아니다. 우회전하는 과정에서도 보행자 보호 의무를 지키고, 다른 교통 상황을 확인해야 한다.
우회전 전용 신호등이 없는 교차로에서는 차량 신호가 빨간불일 때 정지선이나 횡단보도 앞에서 반드시 일시 정지해야 한다. 속도를 줄이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완전히 멈춘 뒤에는 우회전하기 전 만나는 횡단보도를 살펴야 한다. 보행자가 건너고 있거나 건너려는 경우에는 기다려야 한다. 보행자가 없고 다른 차량의 통행을 방해하거나 위험을 일으키지 않는 상황이라면 주변을 확인하면서 서행해 우회전할 수 있다. 적색 신호에서 일시 정지해야 한다는 의무와 일시 정지한 뒤 안전을 확인하고 진행하는 판단은 구분해서 이해해야 한다.
우회전한 뒤 만나는 횡단보도에서도 주의가 필요하다. 보행자가 횡단보도를 건너고 있거나 건너려는 경우에는 횡단보도 앞에서 일시 정지해야 한다. 보행자가 실제로 길을 건너기 시작했는지만 볼 것이 아니라 주변을 살피며 건너려는 움직임이 있는지도 확인해야 한다. 보행자가 잠시 멈춰 서 있거나 차량을 바라보고 있다는 이유만으로 건널 의사가 없다고 단정해서는 안 된다.
우회전할 때는 운전자의 시선이 한쪽으로 쏠리기 쉽다는 점도 문제다. 왼쪽에서 직진하는 차량을 확인하느라 오른쪽 횡단보도나 도로 가장자리의 보행자를 놓칠 수 있다. 차량의 앞부분이 횡단보도 쪽으로 움직이면 시야가 가려질 수도 있다. 따라서 우회전하기 전에는 좌우를 충분히 살피고, 회전하는 동안에도 보행자와 자전거의 움직임을 계속 확인해야 한다.
뒤차의 경적도 올바른 판단을 방해할 수 있다. 앞차가 멈춰 있으면 뒤차 운전자는 답답함을 느낄 수 있지만, 앞차는 보행자나 다른 차량의 움직임을 확인하고 있을 수 있다. 경적에 쫓겨 서둘러 출발하면 사고 위험이 커진다. 우회전은 뒤차의 속도에 맞춰 서두르는 동작이 아니라 안전하게 진행할 수 있는지를 확인한 뒤 결정해야 하는 운전이다.
우회전 규칙을 기억하는 방법은 명확하다. 우회전 전용 신호등이 있다면 해당 신호를 따른다. 전용 신호등이 없는 곳에서 차량 신호가 빨간불이라면 먼저 완전히 멈춘다. 그다음 우회전 전 만나는 횡단보도의 보행자와 주변 차량을 확인하고, 안전하게 진행할 수 있을 때 서행한다. 우회전한 뒤 만나는 횡단보도에서도 보행자가 건너고 있거나 건너려는 경우에는 반드시 멈춘다.
우회전은 짧은 순간에 끝나는 동작이지만, 그 안에는 신호 준수와 보행자 보호, 주변 교통 확인이라는 여러 판단이 담겨 있다. 규칙을 아는 것만큼 중요한 것은 실제 도로에서 서두르지 않고 하나씩 확인하는 습관이다. 뒤차의 경적보다 보행자의 안전을 먼저 생각하고, 신호등뿐 아니라 주변 상황까지 살피는 운전. 그것이 우회전의 혼란을 줄이고 사고를 예방하는 가장 확실한 방법이다.
이광수 일산서부경찰서 경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