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0회 고양특례시 발달장애인 한마음대회
[고양신문] 청명한 가을날, 넓은 체육관에 아이들의 웃음과 함성이 가득 찼다. 누가 더 빨리 달리는지, 누가 더 잘하는지는 중요하지 않았다. 마음껏 뛰고 소리치고 서로를 응원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즐거운 하루였다.
지난 22일 홀트장애인종합체육관에서 ‘2026년 제10회 고양특례시 발달장애인 한마음대회’가 열렸다. (사)한국장애인부모회 고양시지부가 주관하고 고양특례시가 지원한 이날 행사에는 고양시 발달장애인과 가족, 복지 관계자와 내외빈 등 300여 명이 함께했다.
올해로 10회를 맞은 한마음대회는 발달장애인과 가족들이 한자리에 모여 서로를 격려하고 스트레스를 해소하는 자리다. 특히 자연스럽게 몸을 움직이고 어울리는 명랑운동회를 통해 발달장애인에게는 열린 공간에서 마음껏 즐길 기회를, 가족들에게는 서로를 위로하고 힘을 얻는 시간을 마련했다.
행사의 문을 연 것은 아츠팜 들소리 난타팀과 홀트학교 뮤지컬팀이었다. 홀트학교 학생들은 조금은 서툴지만 서로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며 한마음으로 공연을 이어갔다. 공연에는 사람마다 꿈을 이루는 속도와 방법은 다르지만 서로 손을 잡고 함께 나아간다는 메시지가 담겼다. ‘가장 잘하는 한 사람의 무대’가 아닌 ‘우리 모두가 함께 만드는 무대’라는 이야기는 이날 한마음대회의 의미와도 맞닿아 있었다.
이어진 기념식에서는 고양특례시장상과 장한 어버이상 등이 수여됐다. 고양특례시장상은 모범장애인 부문 문경화 씨와 복지유공자 부문 지금애 씨가 받았다. 장한 어버이상은 김형남·박관순·배은미·채용옥·추광식 씨에게 돌아갔다.
특히 장한 어버이상 수상자들이 한 명씩 무대에 오르자 객석에서는 긴 박수가 이어졌다. 발달장애 자녀의 성장과 자립을 위해 오랜 시간을 함께 걸어온 부모들의 노고를 격려하는 자리였다. 한 사람의 수상만을 축하한다기보다 같은 시간을 견디고 살아온 가족들이 서로에게 보내는 박수였다.
이날 가장 묵직한 울림을 남긴 것은 김명희 한국장애인부모회 고양시지부 회장의 대회사였다. 김 회장은 부모들의 가장 간절한 바람을 이야기하며, 부모가 언제까지나 자녀의 곁을 지켜줄 수는 없다는 현실을 꺼냈다. 그는 “부모가 먼저 세상을 떠나더라도 발달장애 자녀가 혼자서 안전하게 살아갈 수 있도록 국가와 지역사회가 책임지는 체계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발달장애인 역시 지역사회의 한 구성원으로 존중받으며 자신의 삶을 살아갈 수 있는 고양시가 돼야 한다”고 말했다.
발달장애 자녀를 둔 부모들 사이에는 ‘아이보다 하루만 더 살고 싶다’는 말이 있다고 한다. 자녀를 남겨두고 먼저 세상을 떠날 수 없다는 부모의 마음이다. 그러나 이날 김 회장의 이야기는 그 간절한 바람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갔다.
부모가 평생 자녀를 지켜야만 안심할 수 있는 사회가 아니라, 부모가 곁에 없어도 발달장애인이 한 사람의 시민으로 존중받고 안전하고 행복하게 살아갈 수 있는 사회를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김 회장은 “발달장애인들이 존중받고 자신의 꿈과 가능성을 펼치며 살아갈 수 있도록 든든한 동반자가 되겠다”는 뜻을 밝히며, 한마음대회가 부모와 복지 종사자, 발달장애인들이 서로 격려하고 함께 웃는 화합의 장으로 10회를 맞게 된 데 의미를 부여했다.
이날 행사에는 고양시와 시·도의회 관계자, 장애인·복지 관련 기관 관계자들도 참석해 발달장애인과 가족들을 응원했다. 참석자들은 장애가 차별의 이유가 되어서는 안 되며 발달장애인이 지역사회에서 존중받고 살아갈 수 있도록 제도와 정책적 지원을 이어가겠다는 뜻을 밝혔다. 실제 축사에서도 발달장애인 지원과 사회참여 확대, 가족의 부담을 덜기 위한 지역사회의 역할이 여러 차례 강조됐다.
기념식이 끝난 뒤에는 한마음 명랑운동회가 이어졌다. 체육관은 금세 아이들의 놀이터가 됐다. 아이들은 마음껏 뛰고 목소리를 높이며 친구와 가족, 선생님과 어울렸다. 잘하고 못하고를 가르는 운동이 아니라 함께 움직이고 웃는 것 자체가 즐거움이 되는 시간이었다. 그 모습을 바라보는 부모들의 표정에도 웃음이 번졌다.
이날의 주인공은 한 명이 아니었다. 마음껏 뛰어놀던 발달장애인도, 그 곁을 지켜온 부모도, 일상에서 이들과 함께하는 교사와 복지 종사자도 모두가 주인공이었다.
아이보다 하루 더 살기를 바라는 부모의 마음을 부모 개인의 몫으로만 남겨두지 않는 것. 부모가 없어도 발달장애인이 자신의 삶을 살아갈 수 있도록 지역사회가 함께 손을 잡는 것. 300여 명이 함께 웃고 뛰었던 이날 한마음대회가 남긴 가장 긴 울림이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