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14년 문을 연 고양시 16번째 시립도서관인 삼송도서관. 고양시는 도서관의 수(총 16개)와 시설면에서 모자람이 없어 보이지만, 책과 사서 등 내용적인 측면에서는 많이 부족하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도서구입비·사서 수 턱없이 모자라
시민수준 비해 관련예산·인력 부족
   
 
[고양신문] ‘문화도시’를 표방해 온 고양시가 문화적 위상을 높여줄 시립도서관의 예산지원과 사서인력 충원에는 소홀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지난 9일 경기도와 고양시의 도서관 운영 현황을 확인해 본 결과, 고양시 시립도서관은 도서관 운영의 핵심지표인 시민 1인당 도서구입비와 도서관당 사서 수가 경기도 31개 지자체 중 최하위 수준이었다.

고양시 연간 도서구입비는 시민 1인당 1200원으로 경기도 31개 시·군 중 29위였다. 또한 도서관 운영 전문인력인 사서 수는 1관당 2.9명으로 도서구입비 최하위 도시인 의정부(6명), 안성(3.7명)에도 크게 못 미쳤다. 도서구입비와 사서 수 등을 종합해보면 고양시가 경기도에서 최하위 수준인 것. 뿐만 아니라 1관당 독서문화행사 횟수도 고양시와 비슷한 인구수의 수원(253회), 성남(178회)과 비교하면 턱없이 모자라는 36회에 그쳤다<2015년 기준>. 그동안 최성 시장이 줄기차게 외쳐온 문화예술도시라는 말이 무색할 정도다.


 
수준 높은 시민, 한참 뒤처진 행정
고양시의 도서관 상황은 외형적으로 는 부족함이 없어 보인다. 시립도서관 수는 16개로 수원에 이어 2위, 회원수는 56만 명으로 인구수의 절반을 넘겼다. 대개의 지자체 회원등록률이 30%대인 것과 비교해 고양시는 56%에 육박해 시민 참여율 면에서는 경기도 최상위다.

도서관 수가 많고 연간 대출권수 또한 최상위를 달리고 있는 반면 고양시의 도서관 예산과 인력, 장서수는 최하위다. 다양한 독서와 프로그램을 통해 문화 소양을 키우고자 하는 시민들의 높은 수준에 시의 행정력이 못 따라가는 형국이다. 
 
책 사는 데 인색한 고양시 도서관
한국도서관협회가 발간하는 ‘한국도서관기준’에 따르면 도서구입비는 도서관 예산의 20~30%가 적정수준이다. 하지만 고양시가 책을 사는 데 쓰는 예산은 도서관 예산의 7%뿐이다. 장서구입비는 매년 비슷한 수준이라 도내 시·군 평가에서 부진 부서로 낙인 찍힌 지 오래다.

정작 책을 사야할 돈이 엉뚱한 곳에 쓰이고 있는 것이 더 큰 문제다. 지난 5년 동안 도서구입비는 2분의 1로 줄어 반토막이 났지만, 보조인력 인건비는 5년 전에 비해 두 배 늘었다. 이는 5년간 도서관 수가 5개 늘었지만 사서 수가 그만큼 늘지 않아 기간제 인력이 대폭 필요했기 때문이다.

예산이 없어 신규사업을 하는데도 애를 먹고 있다. 고양시가 얼마 전까지 적극 홍보했던 상호대차서비스(2014년 시범운영)와 올해 처음 추진하는 북스타트(영아에게 생애 첫 선물로 책 꾸러미를 선물) 사업은 전국적으로 보면 이미 늦은 사업이다. 도서관 사서들이 지속적으로 사업을 건의했었고 시행 후 시민들의 반응이 폭발적이었던 사업이지만 예산이 없어 시행하지 못했던 사업들이다. 
 
▲ 고양시 주엽어린이도서관 내부 모습.

16개 도서관 중 ‘사서’관장은 4명뿐
도서관 사서 부족도 문제다. 지난 5년간 고양시에 5개의 대형 시립도서관이 개관했지만 충원된 사서는 정규직 6명과 시간제 1명뿐이다. 이 인력으로는 신규 도서관에서 일할 사서가 관당 1명 정도에 불과하다. 택지개발이 진행되면서 도서관 수는 늘었지만 사서와 책을 늘리려는 데는 전혀 관심이 없었던 것. 도서관법에 따르면 1관당 최소 3명의 사서가 필요하지만 시는 이마저도 지키지 않았다.

현재 고양시 16개 시립도서관에서 근무하는 사서 수는 총 46명이다. 그중 도서관장(팀장급)으로 근무하는 사서는 4명에 불과하다. 절대 수도 부족하지만 사서는 진급에서도 유리천장에 막혀있는 것이다. 정규직과 보조인력의 비율도 2대 8로 기형적이다. 10개월 계약직은 단순업무만 반복하고 사서들은 행정업무에 시달려 수준 높은 시민들의 정보요구에 부응하지 못하고 있다.

고양시 도서관센터의 이선화 사서는 “도서관은 한직이고 업무강도가 약하다는 인식 때문에 공무원 사회에서 인정을 받지 못하는 등의 어려움이 있는데 사서는 진급에 어려움을 겪을 뿐 아니라 전문업무가 아닌 일반 행정업무에 시달리며 이중고를 겪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사서들도 일반행정직과 함께 일하는 공무원이긴 하지만 전문직이라는 소명의식을 갖고 일하고 싶어 한다. 하지만 여건이 안 되다 보니 소명의식은 물론 힘을 얻을 동력마저 잃고 있다”고 말했다.

전공을 마치고 임용된 젊고 의욕 넘치는 고양시 사서들은 도서관 정책이 양호한 타 시군으로 떠나는 실정이다.
 
도서관센터소장 임기 고작 6개월
고양시 도서관센터는 최근 3년간 소장 자리가 여섯 번 바뀌었다. 그중 4명은 평균 6개월간 근무하고 퇴직했거나 자리를 옮겼다. 또한 6명 중 3명이 소장직으로 정년퇴임했다.

도서관센터의 수장은 퇴직을 앞둔 공무원이거나 임기가 아주 짧았다는 얘기다. 즉 누가 봐도 열심히 일하라고 보낸 자리는 아니라는 사실이 명확하다. 도서관센터의 수장이 이런 식으로 채워지고 있다는 것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고양시가 도서관 정책에 큰 관심이 없다는 방증이기 때문이다.

역대 소장 중 유일한 내부 승진자인 석재복 고양시도서관센터 소장(지난 7월 진급)은 “다행히 나 같은 경우는 도서관센터에서 오랫동안 근무해와 업무 지속성 면에서 장점이 있지만 그동안 외부에서 잠깐씩 머물다 가는 분들이 많아 전문성과 지속성이 결여됐던 것은 사실”이라며 “나 또한 행정직이긴 하지만 앞으로는 사서 출신의 소장이 나와 안정적이고도 전문적인 도서관 정책을 펴 나갔으면 한다”고 밝혔다. 
 
▲ 고양시 시립도서관에서 진행되는 독서관련 프로그램.<제공=아람누리도서관>

문인·지식인 많다는 장점 못살려 
고양시는 올해 ‘아주 특별한 책의 도시’라는 슬로건을 내걸었다. 최성 시장은 한 언론사에 특별기고문을 실으며 고양시 도서관정책을 크게 자랑하기도 했다.

슬로건과 관련해 올해 7월에는 ‘고양작가단’이 꾸려져 다양한 프로그램과 강의를 이어오고 있다. 고양시 거주인만으로 국내 최고의 인기 작가단을 꾸릴 수 있다는 것은 고양시민들이 누릴 수 있는 작은 특권이었다. 하지만 고양작가단에 합류한 도서평론가 이권우씨는 역시나 고양시 도서관 정책에 쓴소리를 했다.

그는 “고양시에는 지식인과 문인들이 많고 시민들의 수준도 높아 그 역량을 공유할 수 있는 허브를 잘 만들어주면 되는데 그 허브가 바로 시립도서관이다. 하지만 고양시는 그 좋은 인프라를 가지고 있으면서도 도서관 활용도가 질적으로 매우 떨어진다. 가장 좋은 여건을 갖췄으면서도 가장 안 좋은 현실을 만들어 가는 것이 이해가 안 된다”고 말했다. 이어 “최성 시장은 말로만 문화도시를 꿈꿀 것이 아니라 문화와 인문을 아우르는 도서관에 대해 더욱 관심을 갖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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