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사람들> 서재철 ‘수중 서재철 캘리그라피 연구소’ 대표작가

[고양신문] 서재철(58세, 수중 서재철 캘리그라피 연구소 대표) 작가는 “다섯 살 때 어머니께서 벼루에 먹을 갈아 한지에 글을 쓰며 한글을 가르쳐주셨다”고 회상했다. 어릴 적부터 접한 먹향이 뇌리에 남아 늘 붓과 함께했다. 중학교 때는 고모부에게 세필붓으로 한글 ‘반야심경’을 써서 책자로 엮어드리기도 했다. 요즘으로 치면 캘리그라피를 일찌감치 한 셈이다. 서 작가는 “전라남도 광주의 학자 집안에서 자란 어머니가 18세 때 쓰신 유품”이라며 한글 민체로 쓴 ‘조생원전’을 보여줬다. 어머니의 영향으로 지금까지도 한글 캘리그라피 연구를 계속하고 있다.

서예를 본격적으로 공부한 것은 1985년 공채로 LG그룹 회장실에 입사한 후 예술품 구입 담당을 하면서다. 당시 서예 대가들을 직접 찾아가 작품을 의뢰하고 완성하는 과정을 지켜보며 공부했다. 문자를 활용한 작품을 이해하기 위해서 1987년부터 행서와 초서의 대가 월정 정주상 선생께 사사 받았고, 소헌 정도준 선생으로부터는 예서와 전서를 배우고 있다. 문자를 소재로 한 예술인 서예 특성상 인문학과 한문 공부를 많이 해야 하기 때문에 국문학자인 고 진태하 박사에게 한자의 생성 원리인 ‘문자학’도 공부했다.

서재철 작가는 LG그룹 회장실에서 최근 작고한 구본무 회장과 변규칠 당시 LG상사 회장을 모시며 15년 동안 근무한 기억을 회고했다. 신입사원이지만 붓글씨를 잘 써서 그룹 회장의 연설문 작성과 신년 휘호, 사인제작, 사내방송 타이틀 글씨, 현판, 사료집, 축의금 봉투 등을 혼자 맡아서 했다.

그런가하면 만능 스포츠맨으로 체육대회에서 전 종목을 선수로 뛰었고, 정기 임원회의에서 애국가와 회사 사가까지도 직접 지휘하는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약했다. 또한 당시 변규칠 LG상사 회장의 본가인 경남 거창의 양모정 공원(어머니칭송 기념비)에 국내 최대(가로 9m) 크기의 기념비와 여러 개의 원목판에 변 회장 지인들의 마음이 담긴 글(정자 처마밑에 새김)들을 썼다. 당시 39세였던 서 작가는 “변 회장님의 요청을 받고 처음엔 엄청 떨렸는데, 몇 개월에 걸쳐 혼을 담은 글씨를 썼다”고 회상했다. 

LG그룹 회장실에서 열정을 쏟던 서 작가는 스승 월정 선생의 전시 행사를 돕기 위해 퇴직했다. 그후 1999년 예술의 전당 서예박물관에서 세계 21개 국이 참가한 제15회 ‘국제 난정 필회’를 기획해 큰 성과를 냈고, 2000년 새해에 열린 ‘월정서전’에서는 서예전에서 드물게 100% 작품 판매를 이루기도 했다.

이밖에도 본인이 운영하는 예림기획을 통해 2009년 예술의 전당에서 열린 국제전 ‘서예정신 2009년 서울전’을 총감독하는 등 서예가뿐만 아니라 전시 기획 분야에서도 으뜸 활약을 펼쳤다.

서 작가는 “서학도의 육필교본인 『월정 정주상 임서시리즈 20권』을 몇 년에 걸쳐 발간해 스승의 팔순 축하 기념전을 열어드린 것이 큰 영광과 보람으로 기억된다”고 전했다.

아내 윤미선씨와 전라도 황토 음식 홍어 삼합 전문점과 프랜차이즈 매장을 10호점까지 운영하기도 했던 서재철 작가는 “먹향에 대한 그리움으로 최근 대화역 5번 출구 풍림상가에 캘리그라피 연구소를 마련했다”며 다시 한 번 먹향의 세계를 의욕적으로 펼치겠다는 뜻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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