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의 이웃 ‘재미있는 느티나무 온가족 도서관’

개원10년, 새둥지 틀고 잔치
10가구 협동조합으로 출발해
이제 1000명 넘는 회원 이용
대학생이 된 느티나무 아이들
도서관 봉사활동 ‘뿌듯해요’


[고양신문] 온 가족의 배움터, 쉼터, 놀이터를 꿈꾸는 행신동의 한 작은 도서관이 있다. 재미있는 느티나무 온가족 도서관. 공동육아를 통해 가까워진 10가구가 힘을 모아 협동조합으로 조촐하게 시작했던 이곳은 어느새 회원 수 1056명에 달하는 고양시를 대표하는 작은 도서관으로 커나갔다. 단순히 책만 읽는 곳이 아니라 아이와 어른이 함께 모여 즐거움을 나누는 동네 사랑방이자 마을공동체 거점으로서의 역할까지도 담당하고 있다.

지난 8일은 느티나무 도서관 식구들에게 더없이 뜻깊은 날이었다. 개관한지 10년 만에 새로운 공간으로 이사를 하게 된 것. 이곳과 다양하게 인연을 맺어 온 지역주민들을 초청해 집들이 겸 후원행사가 마련됐다.

 

온동네 떠들썩했던 새둥지 축하잔치

사전행사로는 김보통 웹툰작가의 ‘인생상담소’자리가 마련됐으며 이어 오후 3시부터 새 둥지를 튼 느티나무 도서관의 무사안녕을 기원하는 비나리고사가 환타, 덕배, 동네주민 톰의 흥겨운 국악장단에 맞춰 펼쳐졌다. 축하공연은 모두 동네주민들과 느티나무도서관의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이들의 손으로 꾸려졌다. 동네 청소년들의 춤과 노래와 뮤지컬단 아이, 이곳 청소년 사업에 참여하고 있는 스테이레코드 청년들의 공연. 하이라이트는 행신동 동네주민들로 구성된 프로젝트 밴드 ‘봄날은 온다’ 11기 멤버들의 아카펠라 공연이었다. 다소 우스꽝스러운 복장과 달리 제법 실력 있는 노래솜씨를 뽐내면서 참석자들의 큰 호응을 불러일으켰다.

이승희 느티나무 도서관장은 능숙한 진행솜씨로 행사의 감초역할을 담당했다. “도서관은 뭐하는 곳일까요”라는 질문에 너도나도 손을 번쩍 든 아이들. “쉬는 곳이요.” “나머지 공부 하는 곳이요.” 행사 중간에 축하인사를 온 이재준 시장에게도 이 질문이 던져지자 “미래를 꿈꾸는 곳”이라고 대답해 박수와 환호를 받기도 했다. 이 시장은 “이곳 느티나무 도서관은 고양시 작은 도서관 운동을 대표적으로 이끌고 있는 의미 있는 공간”이라며 축하인사를 건냈다.

이번에 새로 이사 오게 된 도서관의 크기는 55평. 예전 공간에 비해 12평 가량이 넓어졌다. 오미숙 느티나무 도서관 후원회원 “도서관에 새로운 사람들이 계속 오는데 공간이 너무 좁다는 생각에 이번에 힘을 모아서 더 넓은 곳으로 이사오게 됐다”며 “새로운 공간에서 새로운 마음, 새로운 기운으로 아이들과 어른들이 함께 어울리는 놀이터 같은 곳이 됐으면 좋겠다”는 소감을 전했다. 아울러 “누구나에게 열려있는 곳인 만큼 더 많은 분들이 찾아와주셨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남기기도 했다.



공공적 가치 꿈꾸는 협동조합 도서관

행신동 재미있는 느티나무 온가족 도서관은 2009년 처음 문을 열었다. 이승희 관장은 “당시 새싹도서관이라는 동네 사립도서관이 문을 닫게 되면서 그 공간을 인수해보는 게 어떻겠느냐는 제안이 왔었다”며 “마침 그 당시 동네에서 공동육아부터 방과 후 학교까지 협동조합으로 함께해오던 멤버들이 있었는데 우리 활동과 딱 어울린다는 생각이 들어 운영을 시작하게 됐다”고 이야기했다.

그렇게 10가구가 협동조합 형태로 시작하게 된 느티나무 도서관. 이들이 도서관을 인수하면서 가장 먼저 내린 결정은 회비를 없앤 것이었다. “책을 읽고 성장하는 건 단순히 한 개인의 행복이 아니라 사회 전체의 행복이라고 생각해요. 거기에 꼭 돈을 받아서 문턱을 넘게 하는 것은 우리 협동조합의 취지와는 다르다고 뜻을 모았죠.” 지금도 이곳은 조합원과 후원회원들이 모든 운영비를 해결하고 있으며 도서관은 누구나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다.

2010년부터 조합원으로 참여하게 됐다는 최김재연 전 도의원은 “사실 조합원과 후원회원의 회비만으로 운영하다보니 돈이 많이 드는 것도 사실”이라며 “하지만 느티나무 도서관은 사립 작은 도서관이지만 동네사람 누구나 와서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는 공공적 장소가 되어야 하고 또 그렇기 때문에 이곳의 가치가 빛난다고 생각한다”고 이야기했다.

책과 사람, 사람과 사람, 관계의 소중함

느티나무도서관은 협동조합으로 운영된다는 점 이외에도 다른 작은 도서관들과 차이점들이 있다. 일반적으로 도서관이 책에 중점을 둔다면 이곳은 ‘관계적 측면’을 더 중시한다. 책과 사람의 관계, 사람과 사람과의 관계, 나아가 동네와 동네와의 관계까지. 책을 읽는 공간만이 아니라 때로는 편하게 와서 뒹굴뒹굴 놀며 뛰어다니는 곳, 문화적 차원을 넘어 동네 네트워크를 연결하는 사랑방 역할까지도 담당하는 곳이다. 고양시 자치공동체사업 초기부터 동굴(동네를 굴려라)라는 이름으로 적극적으로 참여해 온 것도 이 같은 이유에서였다.

“공동체 활동이라는 건 단순히 눈에 보이는 것을 넘어 사람들의 마음속의 변화. 의식이나 가치를 탄탄하게 해주는 과정이라고 생각해요. 사업 하나를 할 때도 공동체가 왜 필요한지를 느낄 수 있는 방향으로 진행하죠. 추석, 단오 등 고유명절을 도서관 식구들이 함께 보내고 또 수상한 수학이라고 청소년들이 아이들 수학을 직접 가르치며 함께 노는 그런 프로그램도 운영해요. 배우는 애들 뿐만 아니라 가르치는 애들도 함께 성장하고 서로 관계가 끈끈해지는 모습을 보면서 오히려 어른들이 더 감탄하더군요.”

어른이나 아이나, 다양한 소모임 활동

이곳 도서관의 또 다른 특징은 어른들도 함께 노는 공간이라는 점이다. 학교를 마친 아이들이 이곳에서 놀면 한쪽에서는 어른들끼리 모여 다양한 활동을 이어간다. 엄마들이 모여 자기이야기를 나누는 엄마 독서모임 ‘그 엄마 그 여자’, 도서관의 아빠 동아리 ‘그 아빠’, 일러스트 동아리 ‘베끼다’ 등등. 개관식에서 멋진 공연을 펼친 ‘봄날은 온다’밴드는 벌써 11기를 모집할 정도로 오랜 활동경력을 자랑한다.

아이와 어른이 함께 머물다보니 평등한 관계가 자연스럽게 형성됐다. 도서관 아이들은 이승희 관장을 별칭인 ‘시냇가’라고 부르며 스스럼없이 대한다. 이곳 이름인 ‘재미있는 느티나무 온가족 도서관’ 또한 아이와 어른들이 함께 힘을 합쳐 지은 이름이다. 그야말로 온가족이 함께하는 도서관인 셈이다.

“처음엔 우리 애도 잘 오지 않는 이 공간을 어떻게 운영해야 할까 막막했다”고 말하는 이승희 관장. 하지만 지금은 이곳에 있는 시간이 너무 행복하다고 한다. “아이들과 청소년들에게 받은 가르침이 너무 큰 것 같아요. 저를 이 공간에 있게 해준 조합원들에게도 너무 고맙구요. 처음엔 잠깐 맡겠다는 생각이었는데 지금은 하루하루가 너무 재미있고 살아있다는 기분이 듭니다.”

도서관이 처음 문 연지도 어느새 10년째. 초창기 조합원들의 자녀들은 어느새 훌쩍 자라 대학생이 됐다. 이들은 최근 이곳 느티나무 도서관에 다시 찾아와 아이들을 위한 멘토 활동을 진행하고 있다고 한다. 어쩌면 이 공간을 운영할 다음 세대가 될 지도 모른다.

마지막으로 이승희 관장에게 이사한 공간에서 하고 싶은 일들에 대해 물어봤다.

“처음에 이사올 때는 이것저것 계획을 많이 세워봤어요. 그런데 막상 오고 나서 보니 이용하는 분들이 제 생각 이상의 것들을 스스로 만들어가는 모습을 보면서 감동했었죠. 이제는 도서관 이용시민들과 함께 꿈꾸면서 함께 이곳을 채워나갈 생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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