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노는 애 안 노는 애 못 노는 애』 출간한 놀이활동가 김회님씨

■ 고양의 이웃이 펴낸 새책 (2) - 『잘 노는 애 못 안 노는 애 못 노는 애』(김회님 / 한울림 刊)

고양에 사는 두 명의 저자가 비슷한 시기에 주목할만한 신간을 나란히 발간했다. 고양시에 사는 이웃이라는 점 말고도 두 사람은 공통점이 많다. 한 분야를 꾸준히 파고들고, 사람들과의 만남을 좋아하고, 자신의 경험과 깨달음을 다른 이와 나누기를 즐긴다는 점이다. 새로 나온 두 책은 무척 흥미롭다. 하나는 ‘한글과 수학’을, 하나는 ‘놀이’를 다뤘는데, 저자의 시선으로 바라본 각각의 가치와 매력을 한껏 보여준다. 사실 책보다 더 흥미로운 존재는 책을 쓴 두 명의 글쓴이들이다.

 

 

고양·파주 ‘놀이하는사람들’ 이끌며
20년 간 놀이의 매력과 가치 알려
놀이하며 성장하는 아이들 사례 소개
“놀이로 평등해지는 세상 꿈꿔요” 

 

[고양신문] ‘아이를 잘 키우고 싶은 학부모, 좋은 교사가 되고 싶은 교사, 아이들을 만나는 직업을 가진 모든 이들을 위해 제 삶을 녹여내 봤습니다. 놀이 인식의 확대를 위해, 놀이로 어른과 어린이가 행복해지는 세상을 꿈꾸며…’

놀이의 소중함을 알려주는 책이 나왔다는 소식을 듣고 저자에게 취재요청을 하자, 김회님씨는 자신의 첫 책 『잘 노는 애 못 안 노는 애 못 노는 애』(한울림)의 속표지에 위 내용을 정성스런 손글씨 메모로 적어 들고 직접 신문사를 방문했다.

관산동에 사는 김회님씨는 20여 년 동안 아이들에게 신나는 놀이판을 깔아주고, 어른들에게는 놀이의 중요성을 알리는 일을 지속해 온 놀이활동가다. 그래서 스스로 붙인 닉네임도 ‘얼씨구’다. 신명과 재미를 북돋는 역동적인 추임새 ‘얼씨구’야말로 김회님씨의 행보와 더 없이 어울린다.
“대학시절엔 노래동아리, 졸업후에는 민족극패 배우활동을 하다가 결혼 후 국악놀이연구소와 인연을 맺은 후 아이들과 함께 하는 놀이의 가치와 재미를 알았죠. 10년 전 이상호 선생님과 함께 사단법인 놀이하는사람들을 시작한 창단 멤버 중 한명이 됐습니다.”

그가 몸담고 있는 (사)놀이하는사람들(대표 이상호)은 현재 500명의 회원이 속한, 대표적인 놀이운동 단체로 성장했다. 김회님씨는 놀이하는사람들 17개 지회 중 가장 활동적인 고양·파주지회를 이끌고 있다.

책에는 저자가 그동안 놀이운동을 펼치며 경험한 가슴 뭉클한 장면들이 흥미롭게 담겨있다.“놀이하는사람들과 함께 신나는 놀이를 즐긴 수많은 아이들의 웃음을 고스란히 옮기려고 노력했어요. 특히 놀이가 아이들을 변화시킨 감동적인 기억들을 정리했습니다.”

책은 절반 이상의 분량을 할애해 구체적인 사례를 보여준다. 1장은 놀이가 가져다주는 일탈과 모험의 재미를, 2장은 놀이를 통해 관계 맺기를 배우는 아이들의 모습을, 3장에서는 놀이 속에 담긴 회복과 치유의 능력을 다뤘다.

경험이 증언하는 놀이의 효과는 실로 경이롭다. 왕따였던 아이가 팀의 영웅이 되고, 자기만 알던 반칙장이가 놀이 규칙의 조율자가 되기도 한다. 김회님씨는 그 이유를 “놀이에는 ‘관계의 맷집’을 키워주는 마법 같은 힘이 있기 때문”이라고 명쾌하게 설명한다.
“관계의 맷집은 다른 친구들과의 만남에서 발생하는 다양한 어려움들을 거뜬히 견디게 해 주는 능력을 말합니다. 요즘 친구들은 부모의 과보호, 친구들과의 경쟁, 그리고 스마트폰 중독 등으로 인해 관계의 맷집을 훈련할 기회를 점점 잃어가고 있어요. 그걸 회복시켜주려면 놀이가 정답입니다.”

 

『잘 노는 애 못 안 노는 애 못 노는 애』 출간한 놀이활동가 김회님씨.

 

책을 넘기다보면 밑줄 긋고 기억하고픈 문장들이 페이지마다 등장한다. ‘일상의 권력을 놀이 속에서 깰 때 아이들은 희열을 느낀다, 놀이를 통해 체득한 모험과 도전은 아이들에게 평생의 재산이 된다, 놀이의 규칙은 합의 과정을 거칠 때 그 의미가 배가 된다, 논다는 것은 서로의 몸을 건드리고 마음을 건드리는 일이다…’와 같은 문장들을 읽다 보면 우리가 간과했던 놀이의 매력과 가치가 새삼 반짝반짝 빛을 발한다.

아이들의 사례를 통해 놀이의 소중함을 알았다면 질문이 이어진다. 어떻게 해야 놀이 문화를 확산시킬 수 있을까? 이에 대한 저자의 고민과 제언을 담은 부분이 바로 책의 4장과 5장이다.

책에는 아이들의 놀 권리를 억압하는 어른들의 문제가 다양하게 지적된다. 저자는 우리나라의 교육이 놀이를 무가치한 것으로 만든 장본인이라고 말한다.
“우리는 놀이의 반대말을 공부라고 생각해요. 하지만 놀이의 반대말은 ‘우울함’입니다. 아이의 내면에서 즐거움과 창의력이 샘솟는 상태가 놀이니까요.”

놀이가 사교육화 되는 현실을 지적한 부분도 흥미롭다. 놀이도 시장경제 시스템 안에서 해결하려다 보니 입장료를 내고 노는 실내놀이터 등이 점점 확산되고 있다는 것. 하지만 김회님씨는 “사교육화된 놀이 프로그램이나 시설에는 위험을 감수하는 모험도, 스스로 놀이를 만들어내는 창의성도, 친구들과 부대끼는 관계성도 찾을 수 없다”고 말한다. 나아가 경제력의 차이에 의한 놀이의 양극화가 나타나게 마련이라는 말을 덧붙인다.

그런 면에서 저자를 비롯한 놀이하는사람들 운동가들은 술래잡기, 비석치기, 달팽이놀이 등 놀이의 원형적 장점이 고스란히 살아있는 전래놀이를 확산하는 일에 힘을 쏟는다. 그런 놀이 속에는 누구나 함께 놀 수 있는 ‘평등한 세계’가 들어있기 때문이다.

최근 들어 고양·파주 놀이하는사람들은 학교나 마을 공터에 전래놀이를 할 수 있는 ‘놀이길’을 그려주는 활동을 펼치고 있다. 놀이를 시작할 수 있는 환경을 조금이라도 더 만들어 주고 싶기 때문이다.
“놀이는 특별한 것이 아니라 일상이 돼야 해요. 학교에서는 선생님이 놀아주고, 방과후엔 학부모 놀이동아리가 놀아주고, 동네에 오면 마을 어른과 친구들이 함께 뛰어놀아야지요.”

책에 삽입된 그림을 그린 최광민씨는 대학에서 그림을 공부하는 김회님씨의 아들이다. 어려서부터 엄마를 따라 다양한 놀이프로그램을 쫓아다닌 그는 어느 새 놀이대장 엄마의 든든한 응원군이 됐다.

첫 책이 어떻게 읽히기를 바라느냐는 질문에 김회님씨는 “일반 학부모들에게는 우리 아이를 좀 더 놀게 해야겠다는 생각을 심어주고, 놀이활동가들에게는 본인들이 하는 일이 참 가치 있고 소중한 일이라는 자부심을 심어줬으면 좋겠다”고 말한다. 그리고 궁극적으로 “우리사회가 공부 열심히 하는 아이보다 잘 노는 아이를 칭찬하는 세상이 됐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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