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청소년노동인권 연구용역 권일남 명지대 청소년지도학과 교수 인터뷰

고양 첫 청소년노동인권 실태조사
청소년 1591명 설문조사 실시
시 지원방안·담당주체 명시 ‘성과’
“시장 임기내 가시적 결과 기대”

올해 초 구의역 사고, 특성화고 현장실습생 사망사고에 이어 오토바이 배달노동을 하던 고양시 청소년의 사고 소식까지 전해지면서 지역에서도 청소년노동인권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이러한 가운데 지난달 고양시에서 처음으로 청소년 노동인권에 대한 종합적인 실태조사가 마련됐다. 

명지대 청소년활동연구소와 고양시청소년알바센터가 공동으로 진행한 이번 조사는 고양시 청소년 1591명에 대한 설문조사와 FGI(심층면접)조사, 법제도 현황분석 등을 통해 개선대책 및 향후 추진방안까지 제시했다. 

지난 8일 해당 연구조사의 총책임을 맡았던 권일남 명지대 청소년지도학과 교수<사진>를 만나 관련 내용을 자세히 들어봤다. 23년째 고양시민이기도 한 권 교수는 현재 고양시청소년재단의 이사를 맡는 등 지역사회 청소년 문제에도 많은 관심을 나타내고 있다. 

이번 실태조사의 주요 내용과 의의는 무엇인가. 
우선 고양시 차원에서 처음 진행된 청소년노동인권 실태조사라는 점을 이야기하고 싶다. 그동안 청소년정책에 대한 논의들은 많이 이뤄져왔지만 정작 청소년들의 삶에 중요한 영향을 미치는 노동인권에 대한 관점은 거의 도외시되어왔던 것 같다. 이번 용역에서는 고양시가 그동안 손대지 못했던 청소년노동문제 대해 다룰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하고 이를 인권의 문제로 새롭게 바라봤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고 생각한다. 

무엇보다 용역이 그저 보고서로만 남지 않고 정책으로 반영될 수 있도록 로드맵을 제시했다는 점이 중요하다. 핵심은 시의 지원방안과 이를 담당할 주체가 마련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고양시에 이미 마련된 청소년노동인권조례의 구체적 이행을 촉구하고 이를 위한 예산반영과 전담부서 마련의 필요성을 제시했다. 

무엇보다 청소년노동인권과 관련된 실무를 담당하는 주체로 고양시에서 수년간 이 문제를 다뤄온 청소년알바센터를 강화해야 한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별도의 예산을 마련할 것이 아니라 기존 사업을 강화하는 것만으로 큰 성과를 거둘 수 있다. 

그동안 청소년노동인권에 있어 고양시의 역할은 도외시돼왔던 것 같다.  
사실 노동인권영역은 청소년들의 직접적인 삶의 문제이기 때문에 정책적으로 가장 중요하게 다뤄졌어야 했다. 하지만 청소년관련부서에서도 이 문제는 그동안 외면 받아왔다. 

혹자는 고용노동부에서 다뤄야 할 문제가 아니냐고 반문하지만 조례에서도 시장의 책무를 분명히 언급하고 있는데다가 단순히 노동법 위반문제를 넘어 노동인권교육 등 종합적 지원대책을 마련하기 위해서는 시에서 나서야 한다는 입장이다. 

조사는 어떤 식으로 진행됐나. 
처음 고양시 청소년노동인권 전반에 대해 다뤄달라는 요청을 받고 이후 논의를 거치면서 연구주제를 구체화시켰다. 사실 인권위에서는 특성화고 문제 같은 좀 더 구체적 범주에 대한 실태조사를 원했지만 아직 청소년노동인권의 전반적인 프레임조차 마련되지 않은 만큼 종합적으로 다루되 조사대상에서 범주를 나누는 것으로 합의했다. 

연구진행 과정에서도 청소년알바센터와 많은 토론을 거치면서 현장의 목소리를 반영하기 위해 노력했다. 조사대상도 학교밖 청소년, 인문계, 특성화고로 나눴으며 FGI를 진행할 때도 청소년뿐만 아니라 현장활동가, 교사들의 이야기까지 함께 담아냈다. 

조사 과정에서 흥미로운 부분은.
조사 결과 고양시 청소년들의 노동인권에 대한 의식은 높은 편이지만 노동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 또한 여전함을 확인할 수 있었다. 그리고 설문조사와 FGI에서 청소년이라는 이유로 겪었던 비인격적 대우에 대한 문제제기가 많았다는 점도 주목할 만한 부분이다. 

개인적으로 청소년들을 동등한 주체가 아닌 통제의 대상으로 바라보는 어른들의 시각이 사업장에서도 그대로 나타나는 것 아닌가 생각한다. 이러한 측면에서 볼 때 청소년노동인권교육은 단순히 현재의 문제만을 해결하는 것이 아니라 이들이 어른으로 성장했을 때 사회적 변화를 가져올 수 있다는 점에서 중요하다고 본다. 

청소년 교육뿐만 아니라 사업주 교육도 중요할 것 같다. 
지자체 의지만 있다면 충분히 가능하다고 생각한다. 가령 사업주들에 대한 교육과정에 청소년 안전교육을 의무화하거나 알바 청소년들을 건강한 동반자로 인식하게 하는 기업가 정신교육을 할 수 있지 않겠나. 실제로 서울시의 경우 알바몬 같은 업체들과 협업을 통해 이러한 교육을 할 수 있도록 공문을 보내고 도와주는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고양시에서도 알바센터가 몇 년 전부터 ‘착한가게 선정하기(블루존)’사업을 진행하고 있지만 아직 영향력이 미비하다. 필요하다면 시가 적극적으로 지원하고 확대시키는 역할이 필요하다고 본다. 

앞으로의 과제는 무엇인가.
우선 전담부서를 마련하는 것이 중요할 것 같다. 3개 부서를 언급했지만 개인적으로는 노동인권의 특수성을 살리기 위해서는 지역경제과가 가장 적합하지 않을까 싶다. 아울러 청소년노동인권문제를 담당할 독립적 기구로서 앞에 언급한 것처럼 알바센터를 강화하는 것이 현실적인 방안이라고 생각한다. 

다만 제대로 운영하기 위해서는 적어도 1억원의 예산은 마련돼야 한다는 의견을 내고 싶다. 이번 용역을 계기로 청소년노동인권문제에 대한 논의에 관심을 높여간다면 당장 내년이 아니더라도 현 시장의 임기 내에 가시적인 결과가 마련될 수 있다는 기대를 가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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