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축계의 거장이 만든 작품, 헤이리 명소로 우뚝

그 자체가 예술인 가드너스. 각 층마다 개성이 강하다.

한국건축문화대상 대통령상, 아메리칸 건축상 골드메달의 건축계 화제의 작가 작품
건축물을 둘러보는 것만으로도 즐거운 투어가 가능한 파주 헤이리 마을. 이곳에 새로운 명소가 생겼다. 지난해 12월 문을 연 갤러리 카페 ‘가드너스(gardenus)'. 헤이리 3번 출구 부근의 3층 건물이다.
밖에서 본 모습은 흡사 다리같다. 1층이 단단히 땅에 발을 딛고 건물을 지탱하면 그 힘으로 2층과 3층이 공중에 떠있는 듯한 모습이다. 보통의 건물에서는 기둥 하나쯤 받치고 서있을 법한 공간은 시원하게 뚫려 음악과 시간이 흐르는 공간으로 탄생했다.
가드너스는 건물 자체가 하나의 작품이다. 2016년 한국건축문화대상 대통령상과 아메리칸 건축상 골드메달을 수상한 이뎀도시건축 곽희수 소장의 디자인이다. 교량을 만드는 공법으로 건물을 띄운 이 건물은 올해 대통령상 후보로 출품된다.

1층에서 바라본 가드너스. "어떻게 이렇게 건축했을까?"라는 의문이 드는 풍경이다.

가드너스의 젊은 주인장 임택근 대표는 곽희수 소장의 작품이 서 있고, 그 안에 작품이 전시되는 컨셉트로 이 건물을 지었다고 설명한다. 임 대표의 안내로 둘러본 카페 내부는 1층부터 3층이 모두 연결되어 있었다. 3층 건물이지만 엘리베이터가 있어 휠체어나 유모차를 이용하는 사람, 다리가 불편한 노인을 배려함이 돋보였다. 1층 입구에서 2층으로 올라가는 층계에 마련된 좌석은 연인들이 나란히 앉아 대화를 나누기에 충분하다. 2층에는 커다란 유리창으로 햇살이 쏟아져 내린다. 모퉁이를 돌 때마다 색다른 분위기의 공간이 펼쳐진다. 야외 테라스에는 특이한 모양의 소파가 곳곳에 배치돼 있어 방해받지 않고 대화를 나누기에 좋아보였다. 곳곳에 숨은 듯한, 마치 별채같은 공간도 있다. 먼저 앉는 사람이 임자다.

내부 공간의 계단형 벤치, 공간을 향유하기 위해 고객들이 즐겨 찾는 공간 속 공간이다.

가드너스 내부 벽면은 흰색과 회색으로 칠해져 있다. ‘무채색 도화지’ 개념이다. 도화지 앞에선 모든 것은 작품이 된다. 가드너스에서 사진을 찍으면 멋있게 나오는 건 그런 이유 때문이다. 임 대표는 이곳의 모든 벽을 무명의 작가들에게 전시공간으로 제공하고 있다. 지금은 신영진 작가의 그림이 전시 중이다. 작품이 돋보이도록 실내 소품은 거의 사용하지 않는다. 건물과 가구와 전시 작품, 이 모든 것이 하나의 작품으로 완성된다.
1층 뜰에는 작은 야외무대가 준비돼 있다. 건물 한켠에 마련된 물 공간 덕분에 수변무대가 됐다. 소방용수와 정원수를 겸하는 연못에는 컵과 접시가 빠져 있는데 그것 또한 하나의 작품으로 구성한 것이란다. 밤이면 은은한 조명을 받아 색다른 분위기를 즐길 수 있다.

임택근 대표가 가드너스를 소개하고 있다.

무명작가에게 무상으로 전시공간 제공
가드너스는 전시공간을 구하지 못한 무명의 작가들에게 무상으로 전시공간을 제공하고 있다. 임 대표는 특별한 계기가 있었다고 한다.
“지인이 미술하는 분이었는데 작품 걸 곳을 찾다찾다 갤러리에 제법 비싼 돈을 내고 전시회를 열었어요. 그런데 대관료가 비싸서 일주일 만에 작품 철수하는 것을 보고, 이건 아니다 싶었어요.”
그러다 지인들과 일본 오다이바섬을 방문하게 됐다. 옷을 사러 들렀던 대형쇼핑몰에서 임 대표는 신선한 충격을 받았다. 쇼핑몰이 예술단체와 공생프로젝트로 애니메이션을 상영하고 미술품을 판매하고 있었다. 10분짜리 공연을 할 때면 상가 전체의 불이 꺼져서 그곳에 있는 모든 사람들이 공연에 집중할 수 있었다. “건물을 저렇게도 쓸 수 있구나!” 신선한 충격이었다.

가드너스의 옥상공간. 나즈막한 쇼파에 앉아 하늘을 보면 사계절의 중심에 와 있는 느낌이다.

헤이리에 터를 잡고 건축가와 함께 공간을 디자인할 때 그때 기억이 떠오르면서 이 공간을 상생의 공간으로 활용해보자고 아이디어를 냈다. 새로운 작가의 새로운 작품이 늘 새롭게 걸리면 그 새로움 때문에 카페를 찾지 않을까,하는 생각도 했다. 상생하는 것이 공간을 값어치 있게 사용하는 것이라는 생각은 지금도 변함이 없다. 작가별로 한 달에서 두 달가량 전시기간을 넉넉하게 제공한다. 그 정도 전시를 해야 작품이 홍보가 돼서 사람들이 그 작품을 보러 올 수 있다는 생각에서다. 판매수수료도 받지 않을 계획이다.
“저는 커피와 빵 팔아서 돈을 벌면 되니까 작가들은 열심히 만든 작품 전시하고 팔리면 더 좋은 거죠.”
1층부터 3층까지 전시할 수 있어서 여러 작가의 전시도 가능하다. 작가의 취향에 따라 전시 형태도 마음껏 정할 수 있다. 너무 종교적이거나 정치적이거나 잔인하지만 않다면 어떤 작품이든 환영이다. 좀 더 날씨가 따뜻해지면 야외무대에서 공연도 하고 싶다. 연습은 죽도록 하는데 공연할 무대가 없는 신진 연주단체에 문은 활짝 열려있다. 작은 무대지만 1, 2, 3층 어느 곳에서도 잘 보인다.

어느 각도에서 봐도 같은 모습은 찾을 수가 없다.

커피 맛 좋은 집
가드너스는 오픈한 지 넉달 만에 주말이면 하루 평균 1200명이 찾는 명소로 입소문이 났다. 커피와 빵맛이 좋다는 소문이다. 커피와 빵맛은 임 대표가 직접 관리한다. 임 대표는 매일 아침이면 커피를 내린다. 그날의 커피맛을 잡고 직원에게 전달해 세팅한다.
“커피도 농산물이라 매일 맛이 달라요. 수확시기, 로스팅, 그날의 날씨에 따라 맛이 달라지기 때문에 매일 맛을 잡아줘야 해요. 카페니까 매일 일정한 맛을 유지하는 것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해요. 저희 카페는 제일 중요한 것이 위생, 두 번째 균일한 맛이라고 직원들에게 늘 강조해요. 사실 매일 커피맛을 일정하게 유지하는 것이 기술이죠.”

1층 로비는 커피향이 가득하고 진하고 맛있는 빵냄새가 기분을 좋게 한다.

커피는 로스팅하고 1주일 정도 후숙한 것이 가장 맛이 좋다. 가드너스에서는 1주일 후숙한 것을 딱 1주일간 사용한다. 제일 맛있는 기간에 수확한 원두를 사용하는 것은 기본이다. 빵 중에서 대표메뉴는 마약크림치즈와 마늘란이다. 15년 경력의 파티쉐가 직접 배합한 크림치즈는 달콤한 맛, 신맛, 치즈 고유의 풍미가 어우러져 많은 사람들이 찾는다.
모든 사람의 입맛을 만족시킬 수는 없지만 많은 사람들이 좋아하는 맛을 만들기 위해 노력한다는 임택근 대표. 커피향과 빵내음이 가득하고, 곳곳마다 공간의 아름다움이 담겨있고, 작가들이 작품이 어우러진 곳. 우리 모두의 가든, 가드너스. 멋진 이 공간에서 새로운 작가들의 많은 작품과 공연을 만나기를 기대해본다.

문의 : 031-944-9997
주소 : 파주시 탄현면 헤이리마을길 59-52

아트스페이스 가드너스. 파주에 간다면 꼭 가봐야 할 건축물이자 예술공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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