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릉 3기 신도시 개발계획과 과제

용두동 중촌마을에서 내려다본 개발예정지. 사진 왼편으로는 화전 30사단과 현재 개발중인 향동지구가 위치해 있다.

[고양신문] “반기시는 분들도 많은 반면 걱정하시는 분들도 있죠. 수십 년간 개발제한으로 묶였던 곳이다 보니 개발에 대한 기대가 높긴 하지만 대부분의 원주민들이 이런 변화는 한 번도 겪어보지 못해서 혼란스러워 해요. 특히 농사짓는 분들 상당수가 임대농인데 앞으로 생계문제에 대한 걱정도 크고….”

3기 신도시 발표 이틀 후인 9일. 개발예정지 중 한 곳인 용두동에서 만난 주민 원종호(56세)씨는 걱정반 기대반으로 이야기를 이어갔다. “저를 포함해서 이곳 주민 대부분은 토박이이에요. 50년 넘게 크게 바뀌는 것 없이 살아왔는데 이번 발표로 동네가 많이 어수선하죠. 벌써 내 땅이 수용되는지 궁금해 하는 분들도 있고 재산권 행사에 대한 기대들도 많아요.”

상당수인 임대농 생계 걱정도 “원주민 기반시설 마련해야”
원씨의 말처럼 용두동 일대는 대부분 원주민들이 거주하는 집성촌으로 이뤄져 있다. 윗말, 아랫말, 중촌, 건너말, 벌말, 능말 등 6개 취락지구로 구성된 이곳은 원씨, 박씨, 진씨 등이 일가를 이뤄 살아온 곳이다. 서울과 인접한 곳이지만 수십 년째 개발제한구역으로 묶여 주민들이 불편을 겪던 지역이기도 하다. 그나마 일부 지역이 취락지구로 풀려 사는 집을 수리하는 것 정도가 가능해 진 것도 최근 10여년 전의 일이다.

인근 창릉천 너머로 원흥, 삼송지구가 생기고 남쪽으로는 향동지구 공사가 한창 진행되고 있지만 이곳만큼은 그동안 개발계획에서 제외된 채 옛 모습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었다. 하지만 이번 창릉 3기 신도시 발표로 이곳 용두동 일대도 마침내 개발계획에 포함된 것. 원종호 씨는 “이왕 개발계획이 나온 만큼 그동안 소외받던 원주민들도 함께 누릴 수 있는 기반시설들이 마련됐으면 좋겠다”며 “또한 새로 입주하게 될 외지인들과 원주민들이 서로 화합하는 기회가 됐으면 한다”고 전했다. 

용두동과 화전동 인근은 서울과의 접근성 측면 때문에 그동안 수차례 개발대상지로 오르내리던 곳이기도 하다. 급기야 작년에는 이 지역이 포함된 3기 신도시 도면이 유출되면서 한동안 시끌벅적하기도 했다. 

이곳의 한 주민은 “작년부터 이 동네에 토지매물만 나오면 바로 외지인들에 팔려나갔다는 이야기를 들었다”며 “조만간 무슨 발표가 있겠다 싶긴 했지만 막상 닥치고 보니 다들 정신이 없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발표된 내용에 따르면 개발예정부지는 용두동 지역을 포함해 북쪽으로는 창릉천 변을 따라 삼송지구 인근, 서쪽으로는 행신동 햇빛마을 단지 뒤편, 남쪽으로는 화전 30사단을 포함해 향동지구 인근을 모두 포함한다. 이중 90% 이상은 비닐하우스 등 농지와 임야로 구성된 그린벨트 지역이다.

246만평 3만8000호, 자족용지 41만평
고양시에 따르면 창릉 3기 신도시의 총 사업부지는 813만㎡(246만 평)으로 약 3만8000호의 아파트가 들어서며 이 중 135만㎡(41만 평)는 자족용지로 조성된다. 이는 제1판교 2.7배 규모로 총 가용면적의 40%에 해당한다. 

이재준 시장은 7일 오후 2시 시청 브리핑룸에서 창릉 3기 신도시 선정에 대한 고양시 입장을 발표했다.

이재준 시장은 7일 오후 고양시청 브리핑 자리에서 “3기 신도시가 베드타운으로 전락되지 않도록 협의과정에서 자족시설 비중을 높이기 위해 노력해왔다”며 “스타트업기업 지원을 위한 ‘기업지원허브’, 성장단계기업을 위한 ‘기업성장지원센터’를 설치운영해 기업유치 및 일자리 창출에 나설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들 두 곳은 LH가 직접 맡아 운영하게 될 앵커시설로서 기업지원허브의 경우 시세 20~60% 수준의 창업플랫폼을 제공하며 기업성장지원센터의 경우 임대가격이 시세 70~80%로 2~3년차 성장기업을 지원한다. 산업단지 인근에는 창업지원주택, 중기근로자 주택을 배치해 주거지원에 나설 예정이다.

아울러 창릉 3기신도시에는 330만㎡(100만평) 규모의 공원녹지 및 호수공원이 함께 조성된다. 이전 확정된 30사단 부지에는 서울숲 2배 규모의 도시 숲이 조성되며 삼송지구와 한강하구를 연결하는 창릉천 변에는 호수공원이 들어설 예정이다. 도시내에 스마트클린 버스쉘터, 쿨링 미스트, 빗물 재이용시스템 등 폭염, 미세먼지 저감기술도 적용된다.

4개 권역으로 나눠 지어지는 도시공원 내에는 주민친화시설로 도서관, 체육시설 등 복합문화센터가 설치된다. 이재준 시장은 “해당 시설은 모두 LH의 개발이익금으로 지어지며 추후 발생할 수 있는 용도변경을 통한 매각행위를 막기 위해 협약서에 이를 명시해놨다”고 밝혔다.

도시재생지역·환경문제도 과제
정부와 고양시에서 발표한 장밋빛 계획과는 별개로 이후 해결해야 할 과제들이 적지 않다. 당장 개발대상지에 포함된 취락지구 내 주민들에 대한 이주대책 문제다. 수용예정지인 도내동 은모리마을의 한 주민은 “당장 이곳에서 떠나면 어디로 가야할지 걱정하는 주민들이 많다”며 “주민들에게 정확한 정보를 제공하고 이주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개발대상지 인근 기피시설 문제도 도마위에 오르고 있다. 김진학 흥도동 통장은 “3기 신도시 예정지 인근에 레미콘공장과 은평구 등 서울시 쓰레기차 차고지가 밀집해 있는데 이 문제를 함께 해결해야 할 것 아니냐”며 “공청회 등을 통해 시에 이 문제를 강력하게 건의할 것”이라고 밝혔다. 

신도시 예정부지와 맞닿아 있는 화전 도시재생 뉴딜사업 지역과의 공존여부도 난제로 꼽힌다. 도시재생 지역 주민들이 바로 길 건너에 진행되는 대규모 신도시 개발을 보면서 상대적 박탈감을 느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실제로 9일 화전 도시재생 주민협의회 회의에서는 불만의 목소리와 함께 앞으로의 뉴딜사업 진행과정에 대한 우려 섞인 의견이 오갔다. 그밖에 개발 예정지인 배다골 테마파크 인근에 위치한 두꺼비 산란지의 보존문제 등 환경생태문제도 면밀하게 검토해 볼 사항이다.  

김준우 고양시정연구원 도시환경부 연구위원은 “그동안 덕양구 내에 기존 택지개발이 분산돼 진행된 문제가 있었던 만큼 이번에 덕양구 전반에 걸쳐 도시체계를 새로 잡는 계기가 돼야 한다”며 “시 차원에서 사업 초기부터 중앙정부와 LH를 대상으로 목소리를 충분히 내는 한편 주민들의 입장도 반영한 도시개발모델을 마련했으면 좋겠다”는 의견을 나타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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