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미경 기자의 공감공간> 리모델링 마친 화정도서관

열람실 없애고 북카페처럼 변신
작가의 공간, 갤러리, 이야기방…
전혀 다른, 신선한 리모델링 화제

리모델링을 끝낸 화정도서관 1층 '갤러리 꽃'에서 진행중인 유창욱 사진작가의 전시

[고양신문] 오랫동안 진행됐던 화정도서관의 리모델링 공사가 마무리됐다. 2003년 개관한 화정도서관(관장 오창진)이 어디에 내놔도 손색없는 빼어난 공간으로 재탄생했다는 소식에 도서관을 찾았다. 건물의 외양만 빼고 내부 시설과 디자인을 100% 새롭게 단장했다. 도서관 하면 떠오르는, 기존의 딱딱하고 경직된 분위기를 벗어나 최신 트렌드에 맞게 누구나 오래 머물고 싶은 카페형 도서관으로 완전히 탈바꿈한 것. 책만 읽는 곳이 아니라 그림, 가구, 공간 배치를 통해 자유롭고 편안한 시간을 보낼 수 있도록 했다. 구석구석 공간과 북큐레이션에 세심하게 신경을 쓴 것이 느껴졌다.

화정도서관은 리모델링 공사를 끝내고 2월 27일 재개관을 했다. 하지만 아쉽게도 코로나19로 임시휴관 상태라 시설은 이용할 수 없고 도서 대출과 반납만 가능하다. 1층 현관으로 들어서면 대출·반납을 위해 방문한 이용자들을 대상으로 발열 체크를 하고, 마스크 착용자만 입장이 가능하다. 책 소독기도 갖춰 철저한 방역에 힘쓰고 있었다. 공간마다 안내대가 있고, 고양시 도서관 중에서는 처음으로 1층의 통합 데스크에서 대출과 반납을 일괄적으로 처리해준다. 대리석으로 차가운 느낌이었던 로비는 목재로 바꿔 따뜻하고 밝은 분위기다. ‘꽃’으로 특화된 도서관답게 곳곳에 꽃 사진과 그림을 걸어 갤러리처럼 품위가 느껴진다.

1층 어린이자료실 서가 모습

다채로운 행사 가능한 복합문화공간

오창진 관장의 안내로 지하 1층부터 3층까지 자세히 둘러봤다.
“담당 직원들이 10여 개의 도서관을 벤치마킹하고, 최근 트렌트를 반영해서 새롭게 꾸몄습니다. 가장 차별화된 것은 개인 열람실과 공부방이 없는 도서관으로 바꿨다는 점이죠. 그 대신 죽어있던 공간을 최대한 살려서 개방형 좌석을 도입했습니다. 도서관의 역할뿐 아니라 시민들과 소통의 창구, 힐링의 공간, 저자와의 만남이나 북 토크, 공연장 등 다양한 문화가 이루어지는 곳으로 확대하기 위해 애썼어요.”

화정도서관은 고양시 도서관센터의 본관이다 보니 복합문화공간으로서의 역할에도 주안점을 주었다고 한다. 지하 1층에 있는 ‘꽃뜰’과 ‘꽃마루’는 열린 마당으로 꾸며졌다. 어둡고 폐쇄적이었던 지하가 밝고 산뜻해졌다. 프로그램 운영 시간 외에는 개방하지 않았던 곳을 상시 개방형으로 바꿨다. ‘꽃마루’는 음향과 조명을 갖춰 공연이나 북토크 등 다채로운 행사를 할 수 있다. 복합문화공간이라는 말이 실감 나는 곳이다. 좌석은 기존 의자형에서 마루형, 마루 계단으로 배치했다. 방석을 놓고 앉거나 편하게 누워서 공연을 관람할 수도 있다. 바로 옆에 40~50명이 한꺼번에 이용할 수 있는 동아리 강연실도 커다란 원목 책상 덕분에 고급스럽다. 화초와 나무들로 꾸민 아담한 야외 정원에도 좌석을 배치해 햇살을 받으며 휴식을 취할 수 있다.

어린이자료실 안에 있는 '이야기방'

고양의 작가 소개 ‘작가의 서재’

1층에 있는 ‘갤러리 꽃’에서는 유창욱 작가의 화사하고 아름다운 꽃 사진들을 전시 중이다. ‘화정 다시 피다’라는 타이틀로 진행 중인 이번 전시는 4월 24일까지 계속된다. 오른쪽에 있는 어린이자료실은 어린이와 유아들이 좋아하는 장소로 만들었다. 서가 외에 유아용으로 꾸민 ‘이야기방’은 다양한 그림책과 알록달록하고 친근한 원색의 인형들로 장식했다. 아이들은 누워서 예쁘게 꾸민 천정을 보며 책을 읽고 뛰어놀 수도 있다. 도서관은 조용히 책만 읽는 곳이라는 생각을 깰 수 있는 곳으로, 건물 바로 밖에는 생태공원이 있어 어린이들이 특히 좋아한다.

2층 ‘책이음1’은 독서실 형태의 칸막이형 열람실을 없애고 잡지와 신문, 가볍게 읽을 수 있는 도서들을 비치해 오픈형으로 꾸몄다. 오른편에 ‘고양작가’ 코너를 마련해 마치 대형 서점에 온 것처럼 새롭다. 현재 백영옥 작가 코너로 꾸며 그의 작품과 ‘작가의 서재’로 꾸몄다. 앞으로 분기마다 고양 작가 1명씩을 조명하고 출간행사도 열 예정이다.
왼쪽에 있는 ‘책이음2’는 자율 노트북 석과 멀티미디어 장비 이용공간으로 바꿨다. 그 덕분에  PC방 느낌의 디지털 자료실이 사유화된 형태가 아닌 공유 공간으로 변화했다. 옆쪽에는 창의창업강의실, 커뮤니티룸(독서토론 등 가능), 휴게실 등도 있다.

2층 책이음1에 있는 고양작가 코너

함께 머물며 마음 나누는 도서관 

3층 ‘종합자료실1’은 문학과 역사책을 갖췄고, 큰 글자 책과 독립출판물도 볼 수 있다. 오른쪽으로 조명을 밝힌 ‘새로 들어온 책’ 코너가 먼저 눈에 띈다. 북큐레이션에 초점을 둬서 서점이나 카페 같은 분위기를 연출했다. 도서관에서 신선하게 느껴지는 공간으로 어떤 책을 읽을지 고민하는 이들이 좋아하는 코너가 될 것 같다. 매달 신간과 주제도서를 선정해 교체할 예정이다. ‘우리동네 출판사책’ 코너도 반갑다. ‘저자가 권하는 책’ 코너에는 『백년 동안의 고독』, 『이상 전집』, 『달의 궁전』 등 김연수 작가의 추천 도서를 진열했다.

3층 종합자료실에 있는 '새로 들어온 책' 코너

 창가 쪽에는 바 형태의 1인용 좌석도 마련했다. 철제 팬 코일을 걷어내고 콘센트를 설치했고, 전 층에 모두 와이파이를 갖췄다. 곳곳에서 노트북 작업도 할 수 있고, 쉴 수도 있다. 전체 530여 석의 열람석에 칸막이를 없애고 널찍하게 배치해 본인이 원하는 자리를 선택해서 앉으면 된다. 한 공간 안에 청소년, 성인, 어르신들을 위해 각각 분위기가 다른 좌석을 마련했다. 바로 뒤편에는 화정 근린공원이 있어 고양시의 사계절을 만날 수도 있다.

철학, 종교, 예술, 특성화 자료를 볼 수 있는 ‘종합자료실2’는 키 높이가 다른 목재 서가와 벽면 서가를 배치해 개방감을 줬다. 테이블도 커다란 황자작나무로 꾸며 운치 있고 클래식하다. 복도에도 냉난방시설을 갖추고 의자를 비치해 책을 읽거나 잠시 쉬기에 좋다. 오 관장은 “전체적으로 머무는 공간이자 서로 나누는 공간으로 꾸몄다”면서 “현재 부분적으로 오픈했지만, 전면 개관을 하면 새로운 서비스를 누리시기 바란다”고 말했다.

3층 종합자료실 모습

 

3층 종합자료실2 모습

 

지하1층 '꽃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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