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의 지역아동센터 해결방안은? (상)

2004년 법제화 이후 돌봄 사각지대 복지 도맡아
인건비, 프로그램비 빼면 8만원 남짓. 운영난 심각
지역아동센터 공적역할 커… 지자체 지원 절실

지역사회 취약계층 아동들의 돌봄을 책임지고 있는 지역아동센터들이 운영난으로 인한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 최저임금 인상 등 운영비 부담은 매년 증가하는 반면 정부 지원비는 오래도록 제자리 수준이기 때문이다. 공적 보조금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센터들은 운영난 해소를 위해 우선적으로 고양시의 지원확대를 원하고 있는 상황이다.  
지역아동센터는 과거 자생적으로 운영되던 민간공부방이 아동복지법으로 법제화된 이후 17년째 돌봄 사각지대 아동들을 위한 교육, 문화, 사례관리 등 종합 복지 서비스를 펼치고 있는 기관이다. 하지만 그동안 해온 활동에 비해 지역아동센터의 역할과 필요성은 제대로 평가받지 못한 것이 현실이다. 특히 코로나 사태 이후 돌봄에 대한 중요성이 높아지면서 그동안 돌봄의 최전선에서 자리매김해온 지역아동센터의 위상을 제고하고 제대로 된 지원방안을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이에 고양신문은 2회에 걸쳐 지역아동센터가 현재 처한 어려움과 이를 해결하기 위한 정책적 대안에 대해 살펴보고자 한다.

 

돌봄확대 위해 노력하지만 운영난에 허덕
백석동 흰돌마을 인근에 위치한 동녘지역아동센터. 문을 들어서자마자 왁자지껄 아이들이 뛰어노는 소리가 들려온다. 안으로 들어서니 PC 앞에 앉아 게임을 하거나 유튜브로 재밌는 영상을 보느라 정신없는 아이들, 만화책을 잔뜩 쌓아두고 만화 삼매경에 빠진 아이들의 모습도 눈에 띈다. 

“아이들이 단순히 공부나 프로그램 때문에 오는 곳이 아니라 편하게 즐기고 다양한 경험을 할 수 있는 공간이 되도록 노력하고 있어요. 일단 재미를 느껴야 자기가 좋아하는 것도 찾을 수 있으니까요.” 

최성복 동녁지역아동센터장의 설명처럼 이곳은 몇 년 전 ‘놀이배움터’라는 이름으로 공간 혁신을 도모했다. 놀이배움터란 놀이가 자연스럽게 배움으로 이어지고 그 배움이 꿈으로 이어지는 공간이라는 뜻이다. 이를 위해 ‘뻔뻔(fun-fun)PC방’, ‘당당노래방’, ‘낄낄노래방’ 등 ‘방방방 놀이터’를 만들었다. 재미없고 따분한 곳에서, 머물고 싶고 좋아하는 매력적인 공간으로 재탄생하면서 센터를 찾는 아이들의 만족도도 훨씬 높아졌다. 

아이들의 꿈을 키워주기 위한 다양한 프로그램도 진행하고 있다. 눈에 띄는 점은 프로그램 하나하나가 아이들의 자발적 선택에 의해 만들어진다는 점이다. 센터 내 자치회의를 강화해 당사자들의 의견을 반영한 결과 작년 코로나 상황 속에서도 바리스타 실습, 기초IT 활용 교육, 미술교육, 가죽공예 등 수십 개의 프로그램을 성공적으로 진행할 수 있었다. 

이처럼 동녘지역아동센터가 기존 센터의 한계를 깨고 새로운 시도를 할 수 있었던 건 지난 2014년 아산나눔재단에서 지원하는 ‘파트너십 온’ 프로그램에 선정된 덕분이다. 3년간 지원을 받아 공간을 새롭게 꾸미고 프로그램 운영도 체계적인 수준으로 끌어올릴 수 있었다. 하지만 막상 지원이 끝난 뒤 늘어난 공간과 책임감은 역설적으로 온전히 센터 스스로 감당해야 할 부담이 됐다. 

“관리운영비만 매달 450만원에 달하다 보니 정부와 지자체에서 나오는 운영지원비만으로는 도무지 감당이 안되는 게 현실이에요. 아이들에게 좀 더 좋은 교육프로그램과 돌봄서비스를 제공하고 싶어도 억지로 하루하루 운영하는 형편이라 어려움을 많이 느끼고 있어요. 보조금만으로는 운영이 불가능하다보니 센터 를 운영하는 입장에서는 주말마다 외부 지원 사업 공고를 뒤져보고 공모지원서를 내느라 정신이 없죠.”

부족한 운영비로 인해 가장 어려움을 겪는 이들은 센터에서 일하는 복지사들이었다. 당장 센터를 운영하는 데 급급하다보니 일하는 이들의 처우개선은 늘 뒷전으로 밀려날 수밖에 없었다. 동녘지역아동센터에 일하는 상근직원은 시설장을 포함해 총 4명. 다들 사회복지사 자격증을 지닌 전문인력이지만 사실상 최저임금 수준의 돈을 받고 헌신하는 상황이다. 

최 센터장은 “가끔씩 주변에서 이런 어려움을 겪어가며 유지할 필요가 있느냐고 묻기도 하지만 지난 20년간 경험에 비춰보면 지역아동센터의 역할은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한다”며 “지역 내 돌봄 사각지대를 없애고 아이들을 당당한 사회구성원으로 길러내는 기관인 만큼 공공의 지원과 관심이 더 많이 이뤄졌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10년 만에 52→32곳으로 줄어
동녘지역아동센터와 마찬가지로 현재 고양시에 운영되고 있는 지역아동센터의 수는 총 32곳이다. 고양시 내 저소득 및 한부모 가정 3247가구 중 184가구(5.6%)가 이용하고 있으며 2019년 기준 총 154명의 고3 학생 졸업자를 배출하는 등 지역 내 취약계층 가정의 사회안전망 구축 및 취약계층 아동들의 건강한 사회진출을 위해 역할을 다하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지역아동센터들이 최근 고양시에서 급감하고 있는 추세다. 2011년 52곳이었던 센터 수는 지난 10년간 하나둘 문을 닫기 시작하면서 현재 32곳만이 남아있다. 김병삼 고양시지역아동센터협의회장은 “자체조사결과 센터운영의 경제적 어려움, 감정노동 문제, 타 복지시설 대비 열악한 종사자 처우문제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운영을 중단하는 것으로 확인됐다”며 “당장 무언가 대책이 마련되지 않는다면 문을 닫는 센터 수는 더 늘어날 수밖에 없다”고 전했다. 

 

이러한 문제는 작년 시의회에서도 제기된 바 있다. 더불어민주당 김덕심 시의원(비례)은 작년 1월 시의회 5분 발언을 통해 지역아동센터의 운영난 문제를 지적하며 시에 추가운영비 마련을 촉구한 바 있다. 김 의원에 따르면 지난 10년간 정부의 운영비 지원 인상률이 고작 2.8%에 그쳤고 이로 인해 센터 중간등급인 29인 시설 기준 2명의 인건비와 프로그램비 10%를 제외하면 고작 8만3000원 남짓의 운영비만 남는 상황이다. 때문에 하남 등 타 도시의 경우 지자체 차원의 추가지원비를 100만원까지 지급하고 있지만 정작 고양시는 3년째 30만원에 그치고 있어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다. 

이처럼 지역아동센터가 맡고 있는 돌봄, 복지, 교육 등 다양한 공적역할에도 불구하고 지원이 열악한 이유 중 하나는 태생적으로 민간시설에서 출발했기 때문이다. 지역아동센터는 과거 빈곤·취약계층 아동들을 돌보기 위해 자생적으로 운영되던 민간공부방을 2004년 아동복지법을 통해 법제화하면서 탄생한 시설이다. 출발 당시 정부보조금 지원으로 인한 긍정적인 효과가 기대됐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정부보조금은 정체됐고 공적지원에 의지할 수밖에 없었던 센터들은 운영난을 겪기 시작했다. 취약계층 아동은 무료 이용, 일반계층 아동은 최대 5만원까지 비용을 지불할 수 있지만 현장에선 최대한 비용을 낮게 받고 있기 때문에 기본적으로 수익창출이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때문에 국가가 책임져야할 아동복지 영역을 싼 비용으로 민간에 떠넘긴 것 아니냐는 볼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게다가 보조금 지원에 따른 각종 규제와 천편일률적인 운영지침은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다.

한 지역아동센터 관계자는 “국가가 아동복지를 책임진다는 명목으로 법제화를 시켰지만 정작 보조금은 쥐꼬리 수준이고 민간의 창의적이고 자율적인 영역만 침해당해버린 상황”이라고 전했다. 다른 관계자 또한 “지역아동센터는 그동안 지역사회 취약계층 아동들의 돌봄 복지를 책임져왔지만 정작 정부와 지자체에서는 정책적으로 우리를 외면하고 있다”며 “말로만 돌봄의 중요성을 강조할 것이 아니라 지난 십수년간 현장에서 사회적 돌봄을 책임진 센터들에 대한 제대로 된 지원이 뒤따라야 하는 것 아니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지역아동센터 사회적 역할 재조명돼야
지역아동센터의 역할은 작년 코로나 사태를 겪으며 재조명됐다. 등교기간이 줄어들고 비대면수업이 늘면서 아이들의 돌봄 문제는 큰 이슈가 됐다. 특히 가정형편에 따른 교육불평등 문제가 심각하게 대두됐는데 이러한 비상사태 속에서 취약계층 아동들의 교육과 돌봄을 책임진 곳은 역시나 지역아동센터였다. 코로나로 인해 학교와 유치원이 문을 닫은 와중에도 센터들은 방역수칙을 지켜가며 아이들의 온라인 수업과 끼니를 책임져 왔다. 동녘지역아동센터가 작년 6월 자체 조사한 학부모 설문 결과 중 ‘코로나 이후 센터가 가져가야 할 사회적 역할’에 대해 31%가 ‘아동의 진로탐색지원을 위한 역할’이라고 답했으며 다음으로는 ‘아동의 급식지원’(27%), 아동의 온라인 정보교육 지원(23%), 아동의 건강관리 및 감염예방(19%)순으로 나타났다.   

토당동에 위치한 반디지역아동센터를 운영하는 김미은 센터장은 “오전 8시20분부터 센터에 나와서 아이들 등원을 받고 학교 비대면 수업을 하나씩 다 지도했다. 만약 센터가 없었으면 아이들 혼자 수업을 듣고 혼자 밥을 먹어야 했을 것”이라며 “작년 상황을 거치면서 지역아동센터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는 사실을 새삼 깨닫게 됐다”고 이야기했다. 그러함에도 정작 지금까지 해온 역할에 비해 지역사회에서 제대로 인정받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고 토로했다. 김 센터장은 “시에서 운영하는 다함께 돌봄센터를 보면 시설 인프라도 좋고 종사자들의 처우도 잘 되어있어 센터와 비교되는 측면이 많다”며 “지역아동센터는 가정형편이 어려운 아동들이 이용하는 곳이라서 차별하는 건지 답답하기만 하다”고 전했다. 

최성복 센터장은 “지역아동센터는 단순히 저소득층 아이들을 위한 공간으로 머무는 것이 아니라 앞으로 더 많은 아이들과 청소년까지 이용할 수 있는 보편복지의 개념으로 가야한다고 생각한다”며 “지자체에서도 센터를 지역사회 청소년 돌봄체계 구축을 위한 핵심으로 바라보고 위상을 높여야 한다고 생각한다”는 의견을 나타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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