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시티과 내 전담 '추진단' 구성
기획부터 논의 주체로 시민 참여
킨텍스·테크밸리 연계 시너지 기대
국내외 경쟁, 국비확보 등 과제 산적
[고양신문] 고양시가 지역의 미래 신성장 동력을 확보하고 자족도시로 도약하기 위한 일환으로 'UN 글로벌 AI 허브' 유치를 공식화하며 본격적인 행정 절차에 나섰다. 시는 관련 부서 내 전담 조직을 구성한 데 이어 민관이 함께 참여하는 추진단을 꾸려 여론 수렴과 유치 동력 확보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시는 최근 스마트시티과에 'UN 글로벌 AI 허브 유치추진단'을 구성하고 실무적인 준비에 들어갔다. 이어 이달 중 지역 각계 인사와 전문가, 일반 시민이 폭넓게 참여하는 '범시민 추진단'을 공식 출범시킬 예정이다.
이는 관 주도의 하향식(Top-down) 대형 프로젝트 추진 방식에서 벗어나, 기획 단계부터 시민의 목소리를 반영하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시 관계자는 "행정 조직뿐만 아니라 시민이 논의 주체로 참여해 함께 뛰는 유치 활동을 펼칠 계획"이라고 밝혔다.
전 세계 AI 거버넌스의 핵심 'UN 글로벌 AI 허브'
'UN 글로벌 AI 허브'는 인공지능(AI) 기술의 급격한 발전에 발맞춰 국제사회가 공동으로 대응하기 위해 구상 중인 거점 기구다. 주요 역할은 AI 관련 국제 표준 제정, 글로벌 정책 및 윤리 가이드라인 개발, 기술 혁신 연구 주도 등이다.
고양시가 해당 기구를 유치하게 될 경우, UN 산하 기관 종사자와 관련 글로벌 빅테크 기업, 세계 유수의 AI 연구소들이 지역으로 유입되는 효과를 거둘 수 있다. 이는 단순한 공공기관 이전 수준을 넘어, 고양시가 글로벌 AI 산업의 담론을 주도하는 국제적인 거점 도시로 변모할 수 있는 단초가 된다.
고양시가 분석한 바에 따르면, 기구 유치를 통해 대규모 국제회의 및 행사가 상시 개최되고, 이를 뒷받침할 관련 기업과 연구 시설이 집적되면서 직·간접적인 일자리 창출 과 경제적 파급 효과가 발생할 것으로 전망된다.
킨텍스와 공항 접근성… 고양시의 입지적 경쟁력
고양시가 유치전에서 내세우는 가장 큰 강점은 국제기구 입주에 필수적인 글로벌 접근성과 MICE(기업회의·포상관광·컨벤션·전시) 인프라다.
국제기구의 특성상 전 세계 전문가와 외교 사절단이 수시로 방문해야 하므로 공항과의 거리가 결정적인 평가 요소로 작용한다. 고양시는 인천국제공항, 김포국제공항과 인접해 있어 지리적 이점이 뛰어나다. 여기에 더해 최근 개통된 GTX-A 노선은 서울 도심과의 물리적·시간적 거리를 단축시켜 수도권 내 교통 연계성도 대폭 개선됐다.
또한, 국내 최대 규모를 자랑하는 킨텍스는 UN 산하 기구가 주최하는 대형 국제 총회, 글로벌 AI 전시회를 언제든 수용할 수 있는 하드웨어를 갖추고 있다. 시는 현재 건립을 추진 중인 킨텍스 제3전시장 사업이 완료되면, 세계적인 수준의 복합 MICE 단지로서 AI 허브와의 시너지가 극대화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일산테크노밸리와의 연계… 자족도시 실현의 '퍼즐'
단순히 회의 시설과 기구 본부 건물만을 제공하는 것을 넘어, 고양시는 이를 지역 내 산업 단지와 연결하는 큰 그림을 그리고 있다. 그 핵심 배후지는 현재 조성 공사가 진행 중인 '일산테크노밸리'다.
고양시는 일산테크노밸리를 비롯해 인근의 방송영상밸리, 고양지식정보타운, 그리고 시가 중점적으로 추진 중인 '경제자유구역'을 묶어 거대한 융복합 산업 생태계를 조성한다는 구상이다. UN 글로벌 AI 허브가 정책과 표준을 주도하는 '두뇌' 역할을 담당한다면, 일산테크노밸리는 관련 스타트업과 딥테크 기업들이 모여 실제 기술을 연구하고 상용화하는 '실증 단지'로서 기능하게 된다.
"철저한 객관적 분석과 정부 협력 필수"
그러나 고양시의 청사진이 현실화되기 위해서는 넘어야 할 산이 많다는 지적도 나온다. 'UN 글로벌 AI 허브'라는 매력적인 타이틀을 두고 국내 다른 대도시들뿐만 아니라 해외 주요 도시들과의 치열한 유치 경쟁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국제기구 유치는 기초지자체 단독으로 이뤄낼 수 있는 사안이 아니다. 기구 설립 및 유치 과정에서 필수적으로 수반되는 부지 무상 제공, 막대한 건립 비용 분담, 조세 감면 혜택 등을 위해서는 중앙정부의 행정적·재정적 지원과 국회 차원의 입법 지원이 필요하다.
지역 정가의 한 관계자는 "취지는 좋으나 구체적인 재원 조달 방안이나 중앙정부와의 교감 없이 지자체가 단독으로 의욕만 앞세울 경우, 과거 수많은 대규모 개발 사업들이 겪었던 지연이나 무산 사태를 답습할 수 있다"며 "보다 냉정하고 객관적인 타당성 조사와 실현 가능한 재무 계획이 선행돼야 한다"고 조언했다.
엇갈리는 시민 반응… 추진단 8월 출범
이번 사업을 바라보는 지역 사회의 반응은 기대감과 신중함이 교차하고 있다.
일산서구 대화동에 거주하는 주민 정모(41세)씨는 "베드타운을 벗어나 양질의 일자리를 창출할 수 있는 국제기구가 들어온다면 도시의 브랜드 가치도 상승하고 지역 상권도 크게 살아날 것"이라며 환영의 뜻을 밝혔다. 덕양구에서 IT 관련 중소기업을 운영하는 이모(55세)씨 또한 "AI 관련 앵커(선도) 시설이 고양시에 자리 잡으면 관련 기업들의 연쇄 입주가 이뤄져 기업 하기 좋은 도시로 거듭날 것"이라고 기대감을 나타냈다.
반면, 투명한 정보 공개와 소통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높다. 지역 시민단체 관계자는 "8월에 범시민 추진단이 출범해 '시민이 논의 주체'가 된다는 시의 방침은 긍정적"이라면서도, "추진단이 단순히 시의 정책을 홍보하는 거수기로 전락해서는 안 된다. 막대한 시민 혈세가 투입될 수 있는 사안인 만큼, 장밋빛 전망 이면의 잠재적 리스크나 환경·교통 문제까지 종합적으로 논의할 수 있는 진정한 공론의 장이 마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