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기 고양시민녹색건축교실-김태만 해안종합건축사사무소 대표 

친환경 에너지로 전환은 기본
더 나아가 도시에 녹색 입혀야
멀리 가야 체감하는 자연 아닌
도시 일상적 삶과 밀착된 자연
공공·민간 조화로 녹색이 확장  

고양지역건축사회가 주최하고 고양시·고양신문이 후원하는 ‘제1기 고양시민녹색건축교실’의 두 번째 강의가 18일 진행됐다. ‘자연을 품은 집, 숲을 담은 도시’라는 주제로 4주간 진행되고 있는 고양시민녹색건축교실에서 두 번째 강의를 맡은 이는 김태만 해안종합건축사사무소 대표였다.

해안종합건축사사무소가 지금까지 맡은 고양시 프로젝트를 열거해보면 고양시와 쌓아온 인연은 작지 않다는 것을 알 수 있다. 2000년대 초반 라페스타 설계로부터 시작된 인연은 이후 웨스턴돔, 원마운트, EBS사옥 설계를 거쳐 국제 공모를 통해 창릉신도시 설계를 맡으면서 더욱 두터워졌다. 가장 최근에는 킨텍스제 3전시장 설계까지 맡으면서 고양시 건축계에 존재감을 더하게 됐다. 김태만 대표도 이날 강의에서 “고양시 프로젝트라면 좀 더 의미를 부여해 할 수 있겠다”라고 말할 정도다. 

김태만 대표는 순환하는 자연을 도시에 스미게 하는 작업으로서의 건축을, 그래서 녹색으로 표출되는 건축을 강조했다. 김영수 고양지역건축사회 회장을 비롯한 많은 참여자가 모인 가운데 약 2시간 동안 이어진 김태만 대표의 강의를 요약한다.  

김태만 해안종합건축사사무소 대표.
김태만 해안종합건축사사무소 대표.

도시와 자연은 서로 배척하는 것으로 생각하기 쉽다. 도시와 자연이 따로 있어서 도시에 살고 있다가 자연을 느끼러 산으로, 들판으로, 공원으로 가는 것으로 생각한다. 특별히 자연을 보러 멀리 가는 경우를 제외한다면 우리는 자연을 접하지 못하는 것으로 여긴다. 

그러나 자연은 도시 속에도 여전히 남아있다. 길가의 가로수, 뒷동산, 소공원, 텃밭 등이 우리가 일상에서 느끼는 자연이다. 미래는 우리가 살고 있는 도시 일상 속으로 자연이 더 많이 들어와야 한다. 미래는 ‘자연이 성장하는 도시’라는 비전을 향해야 한다. 이 비전은 도시와 자연을 따로 구분하지 않는 데서 출발한다. 


‘도시에 자연 끌어들이기’ 노력  
흔히 환경문제를 파고들어 가다보면 에너지 문제에 천착하게 된다. 나무를 이야기 하는 것이 아니라 에너지를 이야기하게 된다. 실제로 많은 환경정책은 태양광 판넬을 설치한다든지, 풍력발전을 활용한다든지, 보일러를 에너지 효율이 높은 것으로 교체한다든지 하는 식으로 에너지를 절감하는 방식에 주로 한정되어 있다.

하지만 이것은 녹색환경을 이루기 위한 한 부분일 뿐 전부는 아니다. 화석연료를 줄여서 에너지 비용을 낮추는 일은 기본적으로 해야 하지만 이와 병행해서 도시 공간에 자연을 더 끌어들이는 노력을 해야 할 필요가 있다. 그런데 에너지 효율을 높이는 것에 비해 자연을 도시로 끌어들이는 것은 개량화하기 어려울 뿐만 아니라 빠른 성과를 내기도 어렵다. 그렇기 때문에 정책적으로 우선순위에서 밀려난다. 겨우 취미생활 정도로 치부될 때도 있다.  

그렇다면 우리의 삶에서 녹색이 왜 필요할까. 가뭄, 홍수, 미세먼지 등 극단적인 기후변화와 도시소음은 경제적 손실 이전에 우리의 건강부터 해친다. 구체적으로 스트레스 호르몬 분출, 작고 큰 질병 유발, 주의력 저하, 집중력 감퇴, 우울증을 낳는다. 이렇게 건강을 해치는 기후변화와 도시소음 악영향을 완화시키는 것이 바로 녹색환경이다. 녹색환경을 조성했을 때 미세먼지를 포함한 대기오염을 감소시키고 열섬현상을 완화하며 도시소음이 줄어든다는 실증적 연구결과도 나왔다.

녹색환경은 이러한 물리적 효과를 넘어 우리의 삶을 풍요롭게 해준다는 데에 큰 의미가 있다. 스트레스 감소, 면역력 향상, 주의력 향상, 혈당수치 감소 등으로 건강한 라이프 스타일을 가져다준다. 

도시 전체가 정원 혹은 국립공원 
도시를 녹화하는 세계적 사례를 몇 가지 들겠다. 호주 시드니는 2050년을 목표로 전체 녹화면적을 32%에서 50%까지 높이고, 수목 포장면적을 18%에서 27%까지 끌어올리는 녹화전략을 올해 7월 발표해 시행중이다. 세금으로 관리하는 길, 공원 등 공적인 영역의 녹화면적을 늘리는 것뿐만 아니라 아파트 단지 안 사적 공간이라든지 개인 필지라든지 개인적 영역의 녹화면적을 늘리는 것도 시드니의 중요한 녹화전략이다. 이렇게 개인적 영역에서도 녹화면적을 늘릴 수 있도록 장려하는 정책, 이를테면 정원이나 텃밭을 가꾸기 위한 시민들의 자발적인 조직을 정책적으로 지원함으로써 녹지로 체감하는 편익을 최대화하고 있다. 

도시 전체가 정원인 도시 싱가포르. 싱가포르는 인구가 2배로 증가해 500만 명이 넘은 도시가 되었지만, 녹지공간은 오히려 도시 전체 면적의 1/3에서 1/2로 증가했-다. 사진 = 인천도시공사 공식블로그
도시 전체가 정원인 도시 싱가포르. 싱가포르는 인구가 2배로 증가해 500만 명이 넘은 도시가 되었지만, 녹지공간은 오히려 도시 전체 면적의 1/3에서 1/2로 증가했-다. 사진 = 인천도시공사 공식블로그

싱가포르의 경우를 보자. 싱가포르는 이미 1963년부터 대대적인 나무심기 캠페인을 벌이고 ‘정원 속의 도시’라는 비전 아래 도시 전체를 하나의 정원으로 바꾸기 시작했다. 2030년까지 50% 이상의 자연공원 조성, 100만그루 이상의 나무 심기, 10분 안에 공원 도달 등의 목표를 작년에 설정해 추진하고 있다. 또한 건축설계 단계부터 벽면, 옥상, 테라스 등 녹지가 들어설 수 있는 모든 건축공간에 세밀하게 녹지공간을 규정하고 이를 장려할 뿐만 아니라 계량적(Green Plot ratio: 공간에서 차지하는 녹색 비율)으로 관리하고 있다. 심지어는 각 수종에 따라 나뭇잎들의 면적까지 촘촘히 계산해 도시 속 녹색비율을 관리하는 것을 보면 싱가포르의 녹색정책이 얼마나 집요한지 알 수 있다. 

다음은 런던을 보자. 18~19세기 런던의 도시환경은 시커먼 스모그가 지배하는 세계 최대 오염 도시였다. 지금 런던의 도시환경은 런던 전체를 ‘국립공원도시’로 선언할 만큼 녹지환경으로 변화했다. 이미 47%의 녹지율을 달성했지만 여기에 멈추지 않고 2050년까지 51%로 녹지비율을 끌어올리겠다는 목표도 세웠다. 이러한 변화의 밑바탕에는 국립공원도시라는 정체성을 확고히 입히기 위해 시민들의 녹색캠페인 참여를 유도하는 끊임없는 정책적 노력이 있었다.   

도시 녹화의 세계적 사례를 창릉신도시에서도 볼 수 있었으면 한다. 창릉 지역은 그린벨트에 있었지만 실제로는 겨우 20%의 녹지율을 갖춘 곳이었다. 그래서 도시가 들어서면 녹지가 줄어드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녹지가 늘어나는 모델을 창릉신도시에서 실현하겠다고 목표를 설정했다. 단순히 녹지비율을 높이는 것뿐만 아니라 물이 잘 스며들고 순환하는 시스템을 갖춘 ‘청록도시’라는 개념의 모델이다. 이것은 자연이 도시 속 우리 삶에 들어와서 함께 성장하는 모델이다.  
 
한 빌딩에서 식물과 인간이 공존 
도시 녹화 사례를 지금까지 살펴보았다면 건축물 단위의 녹화사례를 살펴보자. 우선 해안건축사사무소가 2006년 말 설계한 세종정부종합청사의 일부구역(1단계 1구역, 2단계 2구역)이다. 정부세종청사 옥상정원은 15개의 청사 건물을 연결한 전체 길이 약 3.6㎞, 면적은 축구장 11개를 합친 크기인 7만9194㎡에 달하는 세계 최대 규모의 옥상정원으로 기네스북에도 올라있다.

7만9194㎡에 달하는 세계 최대 규모의 옥상정원으로 기네스북에도 올라있는 세종 정부조합청사
7만9194㎡에 달하는 세계 최대 규모의 옥상정원으로 기네스북에도 올라있는 세종 정부조합청사 사진 = 해안종합건축사사무소 홈페이지 캡처 

권위적인 수직구조보다는 약 7층 높이의 수평적인 구조로 꾸며졌다는 점, 여러개의 건물을 연결해 소통을 강조했다는 점, 선도적으로 제로 에너지를 지향하는 점 등이  정부종합청사 설계가 가진 특징이다. 또 다른 국내 사례로는 대지면적의 46%를 녹지를 건축물에 확보한 서울 강서구 마곡의 넥센타이어 건물이 있다.

서울 마곡지구에 건립된 넥센타이어의 새로운 R&D센터. 독특한 이중나선 형태의 내, 외부 산책로는 기능적으로 완성된 연구시설의 공간들을 연속적으로 이어주며 교류와 휴식과 지속적인 아이디어의 발현이 가능한 장소로 구현되었다.
서울 마곡지구에 건립된 넥센타이어의 새로운 R&D센터. 독특한 이중나선 형태의 내, 외부 산책로는 기능적으로 완성된 연구시설의 공간들을 연속적으로 이어주며 교류와 휴식과 지속적인 아이디어의 발현이 가능한 장소로 구현되었다. 사진 = 해안종합건축사사무소 홈페이지 캡처 
미국 시애틀에 있는 아마존의 신사옥. 세 개의 투명한 원형에 4층 높이로 지어진 건축물. 이 건물의 내부는 전 세계에서 수집한 400여 종, 4만 개의 식물을 채워졌다.  사진 = 아마존 스피어스 공식블로그 캡처 
미국 시애틀에 있는 아마존의 신사옥. 세 개의 투명한 원형에 4층 높이로 지어진 건축물. 이 건물의 내부는 전 세계에서 수집한 400여 종, 4만 개의 식물을 채워졌다.  사진 = 아마존 스피어스 공식블로그 캡처 
아마존 스피어스 내부 모습. 사진 = 아마존 스피어스 공식블로그에서 캡처
아마존 스피어스 내부 모습. 사진 = 아마존 스피어스 공식블로그에서 캡처

건축물 녹화의 가장 혁신적인 시도는 미국 시애틀에 있는 아마존 신사옥인 ‘스피어스’에서 볼 수 있다. 아마존 스피어스는 세 개의 투명한 원형 건물이 4층 높이로 지어진 건축물인데 외관도 놀랍지만 더 놀라게 하는 건축물의 내부다. 내부 전체가 최고수준의 정원이자 작업공간이다. 전 세계에서 수집한 400여 종, 4만 개의 식물을 채운 건출물 내부로 들어서면 신선한 공기에 절로 숨을 깊이 들이마시게 된다. 꿈의 사무실 공간이 할 수 있다.   

이탈리아 밀라노에 있는 보스코 버티컬(수직 숲). 밀라노 역사지구복원(재개발)의 일환으로 설계됐으며 테라스에 900주 이상의 나무를 식재했다.
이탈리아 밀라노에 있는 보스코 버티컬(수직 숲). 밀라노 역사지구복원(재개발)의 일환으로 설계됐으며 테라스에 900주 이상의 나무를 식재했다.

식물과 인간이 빌딩형 주거공간에서 공존하는 또 다른 좋은 예로 이탈리아 밀라노에 있는 ‘보스코 버티컬’이다. 테라스에 900주 이상의 나무를 식재해 오염된 도시의 스모그를 완화하고 건물을 둘러싼 복사열로부터 실내온도를 보호한다. 


프랑스 파리의 ‘플라워 타워’도 빼놓을 수 없다. 십 층 건물의 삼면으로 드러난 30개 방 발코니에 늘어선 380개의 콘크리트 화분에는 대나무가 자라고 있다. 화분에는 물주는 설비가 갖추어져 있는데, 지하실의 저장 탱크에서 물에 영양제가 첨가되며 이 용액은 발코니까지 끌어올려진다.

벽면·옥상·실내공간 활용한 녹화  
시뮬레이션을 해보면, 아파트의 경우 벽면, 옥상 등을 활용해 부지 면적의 약 70~80%는 녹지로 조성이 가능하다. 공공건물이나 대규모 건물의 경우 실내공간까지 녹지로 조성되면 약 10~20% 녹지면적을 더 끌어올릴 수 있다. 결국 부지면적의 100%를 녹지로 조성이 가능해진다.  

보통 도시가 조성될 때 부지의 약 30%는 공원으로 조성되고 아파트 필지에서 약 10~20% 녹지로 조성되는 것, 이것이 지금까지 관습화된 도시 공간에서 차지하는 녹지 비율이었다. 그런데  건물의 벽면, 옥상, 실내까지 녹지로 조성할 수 있으면 부지 면적만큼 온전히 녹지공간을 향유할 수 있는 시대가 다가오고 있다. 창릉신도시도 이렇게 녹지를 충분히 향유할 수 있도록 조성되어야 한다.  

현재 녹색건축을 지원하는 정책은 대체로 에너지 설비를 개선하는 것 중심으로 진행되고 있다. 이와 병행해야할 제대로 된 녹화는 더디게 진행되고 있는 것이다. 물론 정부는 일정 수준의 녹지 비율을 갖출 것을 규정하기는 하지만 더 적극적인 녹색건축 정책이 필요하다. 가령 발코니 녹화를 포함한 벽면 녹화, 옥상 녹화, 실내 녹화 등을 통해 현 수준 보다 녹색비율을 더 높일 수 있다.  

녹색환경이 잘 관리되기 위해서는 결국 공공의 지원과 민간의 참여가 어떻게 시너지를 낼 것인가의 문제로 귀결된다. 텃밭 가꾸기 같은 시민들이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프로그램과 공공이 장려하고 지원하는 프로그램이 조화를 이뤄야 한다. 시너지를 낼 수 있는 구체적 내용과 지침을 공공과 민간 간 협약을 맺어 정례화 할 수도 있다. 민간과 공공이 시너지를 잘 낼수록 ‘내 주변의 공간은 내가 스스로 녹화를 해야지’라는 인식이 확장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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