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간 『인간 너머의 인간』(사월의 책 刊)

인공지능·메타버스가 앞당긴 '인간 너머 미래'
의학, 과학, 법학, 신학, 종교학, 윤리학… 
각 분야 8명 연구자들이 소통하며 찾아낸   
포스트휴먼 시대를 바라보는 전망과 성찰  

[고양신문] 『인간 너머의 인간』이라는 흥미로운 제목의 책이 출간됐다. ‘포스트휴먼 시대의 신, 인간, 자연’이라는 부제를 단 책의 표지 역시 제목만큼이나 인상적이다. 먼 곳을 응시하고 있는 한 사람의 뒷모습 너머로 인류가 발을 딛고 살아가는 지구와 암흑 같은 우주의 심연이 아득하게 펼쳐졌다. 그가 아슬아슬하게 걸터앉아 있는, 나무로 만든 낡은 데크의 끄트머리가 휴머니즘의 세계에서 포스트휴먼의 세계로 넘어가는 경계지점처럼 느껴진다. 복잡한 질문들이 자연스레 떠오른다. 포스트휴먼 시대는 희망일까 불안일까. 미지의 경계 너머로 우리는 어떤 걸음을 디뎌야 할까….

책을 출간한 ‘사월의책(대표 안희곤)’은 주목할만한 인문·철학서를 꾸준히 선보이고 있는, 뚝심 두둑한 출판사다. 한양문고 주엽점에 자리한 출판사 사무실을 찾아가 안희곤 대표, 박동수 편집장과 책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사월의책 출판사 안희곤 대표(왼쪽)와 박동수 편집장. 
사월의책 출판사 안희곤 대표(왼쪽)와 박동수 편집장. 

❚『인간 너머의 인간』이라는 제목이 책의 성격과 주제를 함축하고 있는 것 같다. 독자들에게 개략적인 설명을 부탁드린다. 

2016년 알파고와 인간과의 바둑 대결은 ‘인공지능’이라는 존재를 충격적으로 각인시킨 사건이었다. 2021년에는 ‘메타버스’ 열풍이 세계를 휩쓸고 있다. 여기에 기후위기라는 인류사적 사태도 직면했다. 이러한 일련의 상황은 인간을 중심에 놓은 기존의 관념만으로는 더 이상 세상을 이해할 수도, 미래를 상상할 수도 없는 시대가 도래했음을 방증한다. 이 책은 ‘포스트 휴머니즘’ 담론을 다양한 시선으로 성찰한 여덟 명 필진들의 글을 모았다. 인간 너머의 세상을 어떻게 맞이할 것인지, 흥미로운 고민과 힌트를 주는 책이라고 할 수 있다. 

❚여덟 명의 필진들이 글을 썼는데, 저마다의 포지션이 다채롭다.

사실 이 책은 서울대와 한신대가 함께 참여한 ‘포스트휴먼연구단’의 연구활동을 토대로 만들어졌다. 연구단에 참여하고 있는 홍성욱 교수님과 소통하다가, 5년 동안 이어진 연구단의 성과를 갈무리하는 책을 우리가 기획하게 된 것이다. 

필진들의 면모를 살펴보면 ▲의학자(이경민 서울대 의과대학 교수) ▲과학기술학자(홍성욱 서울대 과학학과 교수) ▲수의학자(우희종 서울대 수의학과 교수) ▲신학자(전철 한신대 신학부 교수) ▲종교학자(김태연 숭실대 인문과학연구소 조교수) ▲변호사(강금실 전 법무부장관) ▲목사(김진호 제3시대그리스도교연구소 연구이사) ▲윤리학자(이상철 크리스챤아카데미 원장) 등 다양한 분야를 아우른다. 이렇듯 서로 다른 관심사를 가진 연구자들이 포스트휴먼 시대의 인간과 신, 그리고 자연의 의미를 함께 질문하고, 고민들을 나눈 점에서 책의 의의를 찾을 수 있다.  

(왼쪽부터) 이경민 서울대 의대 교수, 홍성욱 서울대 과학학과 교수, 우희종 서울대 수의학과 교수, 전철 한신대 신학부 교수. [사진제공=사월의책]
(왼쪽부터) 이경민 서울대 의대 교수, 홍성욱 서울대 과학학과 교수, 우희종 서울대 수의학과 교수, 전철 한신대 신학부 교수. [사진제공=사월의책]

❚서구 지성계가 기계문명에 대한 인간 소외문제를 고민하기 시작한 것은 한 세기도 넘은 얘기이고 ‘포스트 휴머니즘’이라는 용어가 등장한지도 20여 년이 넘은 것으로 알고 있는데, 최근 급격히 부각되는 이유가 뭘까. 

스마트폰 등장 이후 정보화 사회가 빠른 속도로 심화됐기 때문이다. 인터넷이 손 안으로 들어오면서 세상은 완전히 달라졌다. 기술 발전이 실시간으로 대중들의 일상에 반영되는 기반이 생긴 것이다. 그 배경에는 신기술을 새로운 시장과 연결하는 자본의 원리가 작동한다는 점이다. 포스트 휴머니즘에 대한 관심과 고민이 깊어질 수밖에 없는 상황인 것이다.

❚각각의 글들이 다루는 주제의 스펙트럼이 무척 다양하고, 포스스휴먼 세상을 바라보는 입장에서도 필진마다 차이가 느껴진다.  

책의 의도와 부합하는 당연한 소감이다. 포스트휴먼 논의 자체가 원래 다양성을 포괄하는 개념이다. 새롭게 도래하는 세상에 대해서는 긍정적으로 바라보는 시선과 문제점에 주목하는 시선이 늘 공존할 수밖에 없지 않겠는가. 

자연과학 연구자들과 신학·윤리학 연구자들의 균형을 이룬 이유도 거기에 있다. 전반적으로 요약하자면, 전자에 속하는 자연과학 연구자들은 포스트휴먼 세계와 대면하며 어떤 가능성을 발견하고 지향해야 할 것인가를 말했다. 반면 종교학자와 신학자들은 포스트휴먼 세계가 약자를 소외시키는 위험성 등을 짚어내고 있다. 물론 좀 더 세부적으로 독서를 하면 양측 내에서도 다채로운 견해의 차이를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여덟 편의 글 전체를 읽으면 프스트 휴머니즘에 대한 균형적인 시선을 획득할 수 있으리라 기대한다.

(왼쪽부터) 김태연 숭실대 인문과학연구소 조교수, 강금실 전 법무부장관, 이상철 크리스챤아카데미 원장, 김진호 제3시대그리스도교연구소 연구이사. [사진제공=사월의책]
(왼쪽부터) 김태연 숭실대 인문과학연구소 조교수, 강금실 전 법무부장관, 이상철 크리스챤아카데미 원장, 김진호 제3시대그리스도교연구소 연구이사. [사진제공=사월의책]

❚이야기한 것처럼 크게 보면 자연과학 연구자와 신학 연구자들의 만남인데, 신학 쪽의 대표주자로 한국의 주류 기독교계와는 차별성을 지니는 민중신학 계열의 연구자들이 결합한 게 흥미롭다.  

연구에 참여한 신학 연구자들은 당대 현실에 대한 비판적 성찰을 꾸준히 담당해온 이들이다. 또한 이경민, 홍성욱 교수도 주류와 차별화되는 대안을 고민하는 분들이다. 
오늘날 한국에서의 주류 담론은 4차 산업혁명을 맞아 어떻게 하면 더 성장하고 발전할 것인가이다. 그러나 이 책에서 만난 연구자들은 낙관적 주류 담론을 다시 짚어보며 보다 윤리적이고 공존 가능한 미래를 고민하는, 성찰적 시선을 가지고 있는 분들이다. 그 점에서 민중신학과 비판적 포스트 휴머니즘이 만나는 공통분모를 찾을 수 있다. 

❚글마다 가독성에서 조금 편차도 느껴진다. 어떤 독자를 상정하고 책을 냈나. 

나이나 성별, 학력과 무관하게 새로운 담론을 담은 진지한 인문서를 관심 있게 찾아 읽는 독자들과 만나고 싶다. 조금 어려운 글도 있지만, 메시지가 확실하기 때문에 전하고자 하는 바를 짚어내기에는 어려움이 없을 것이다. 

❚포스트 휴머니즘을 다룬 다른 책들이 있나.

이번 책은 사월의책 출판사에서 펴내고 있는 ‘포스트휴머니즘 총서’의 다섯 번째 책이다. 특히 국내 저자가 쓴 『포스트휴먼이 온다』(저자 이종관)는 인공지능과 인간의 미래에 대한 철학적 성찰을 담았고, 『기계, 권력, 사회』(저자 박승일)는 고도의 정보사회에서의 인터넷과 권력 문제를 다뤘다.
하지만 총서의 앞선 책들이 동물담론, 인공지능, 인류세, 인터넷 등 특정 분야에 집중했다면, 이번 책은 포스트 휴머니즘과 신, 인간, 자연의 관계를 포괄적으로 다룬 것이 커다란 차별점이다. 이 책을 출발점으로 흥미 있는 갈래로 포스트 휴머니즘 관련 독서를 확장해 나가면 좋을 것이다.

❚늦었지만 ‘사월의책’ 출판사를 소개해 달라.

2010년 출발해 지금까지 80여 권의 인문사회 분야의 책을 선보였다. 8년 전에 고양시로 들어왔고, 지난해 한양문고 주엽점에 사무실을 꾸렸다. 우리가 만든 책을 가지고 가장 먼저 소통하고 싶은 이들이 바로 고양의 독자들이다. 아울러 지역의 다양한 문화생태계와의 협력도 모색하고 있다. 

❚그동안 출간한 책들 중 독자들에게 소개하고픈 책은. 

20세기를 대표하는 생태사상가인 ‘이반 일리치’ 전집을 꾸준히 내고 있다. 지금까지 6권을 선보였고, 9권까지 마무리할 계획이다.
철학자 최훈의 ‘동물윤리 시리즈 3부작’(『철학자의 식탁에서 고기가 사라진 이유』, 『동물을 위한 윤리학』, 『동물윤리 대논쟁』)도 선구적인 역작이다. 동물윤리를 다룬 대개의 책들이 운동적 차원에서 당위성을 주장하는데 그치는 반면, 이 책들은 동물윤리의 이론적 기본 구조를 튼튼히 설계해주는 책이라 관심 있는 독자들에게 자신 있게 추천한다.  

사월의책에서 출간한 '이반 일리치 전집' 중 일부. 
사월의책에서 출간한 '이반 일리치 전집' 중 일부. 
사월의책에서 출간한 철학자 최훈의 ‘동물윤리 시리즈 3부작’.
사월의책에서 출간한 철학자 최훈의 ‘동물윤리 시리즈 3부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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