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 이여호수아 한국기독글로벌스쿨 이사장
사상적 기반은 니체부터 신학으로
위대한 사랑으로 교육혁명 꿈꿔
“한반도 통일시대 세계 이끌어 갈
글로벌 리더 키우는 게 나의 소명“
[고양신문] “너희들이 이 편지를 읽게 될 즈음엔 나는 더 이상 너희들과 함께 있지 못할 게다. 너희들은 더 이상 나를 기억하지 못할 거고 어린 꼬마들은 이내 나를 잊어버릴지도 모른다. 그러나 너희들의 아빠는 자신의 생각대로 행동했으며 자신의 신념에 충실했던 사람이었단다. 아빠는 너희들이 훌륭한 혁명가들로 자라기를 바란단다. 자연을 정복하기 위해, 꼭 필요한 기술을 정복하기 위해 많이 공부하여라. 그리고 혁명이 왜 중요한지, 그리고 우리 각자가 외따로 받아들이는 것은 아무런 가치도 없다는 점을 늘 기억해 주기 바란다. 특히 이 세계 어디선가 누군가에게 행해질 모든 불의를 깨달을 수 있는 능력을 키웠으면 좋겠구나. 누구보다 너희들 자신에 대해 가장 깊이. 그것이야말로 혁명가가 가져야 할 가장 아름다운 자질이란다.” - 『체 게바라 평전』(장 코르미에 지음, 김미선 옮김, 2000년 4월, 초판 5쇄) p.518~519
나이 들어서도 혁명을 꿈꾼다
이여호수아 한국기독글로벌스쿨 이사장과 인터뷰를 하고 나와 한참 동안 길을 걸으며 새삼스럽게 체 게바라가 혁명의 길을 떠나며 자녀들에게 남겼던 위와 같은 편지 내용이 생각났다. 몇 년 전 누군가와 대화를 나누다가 들었던 말 역시 떠올랐다. ‘젊었을 때 혁명을 꿈꾸지 않으면 바보이지만 나이 들어서도 혁명을 꿈꾼다면 그건 철이 없는 것’이라는.
‘진정한 혁명가는 위대한 사랑에 의해 인도 된다’는 체 게바라의 말을 카톡 프로필 메시지로 쓰고 있는 이여호수아 이사장은 “나는 여전히 혁명을 꿈꾼다”고 했다. “교육을 통해 아이들의 인생을 바꾸고 또 그 아이들이 세상을 바꿀 것이라는 믿음을 가지고 있다”고 했다. 그런데 ‘철이 없다’는 생각은 전혀 들지 않았다. 오히려 인터뷰를 진행하는 내내 ‘리얼리스트가 되자. 그러나 가슴 속에는 불가능한 꿈을 꾸자’는 체 게바라의 말을 마치 그냥 살아내고 있는 사람으로 보였다.
초창기엔 식당 빌려 수업 진행
“1998년에 교회에서 애프터 스쿨(After School)을 시작했던 것이 계기였습니다. 학생 숫자가 600명까지 늘어났고 학부모들의 요청이 계속 이어져서 2003년엔 일산크리스천스쿨을 개교하게 됐죠. 냉면집이었던 공간에 세를 얻었고, 식탁을 책상삼아 아이들을 공부시켰습니다. 직접 학교 버스를 운전하고 교실과 화장실 청소를 했지만, 그 당시에는 한 번도 힘들다고 생각했던 적이 없었습니다. 다만 경제적으로 여유롭지 못해 아이들에게 더 좋은 여건을 제공하지 못하는 것이 늘 미안했을 뿐이죠.”
신학대학을 나와 목회에 전념하던 그가 일산에 국제학교 문을 열자 어떻게 알았는지 오히려 멀리 강남 쪽에서 학생들이 찾아왔다. 미국 교육과정으로 수업을 진행했고 몇 년 후 서울의 유명한 국제학교 학생들보다 미국 수능시험 격이라 할 수 있는 SAT 점수가 더 높게 나오기도 했고, 학부모들 사이에 입소문이 나면서 전국에서 학생들이 몰려왔다.
지방에서 올라온 학생들은 식당 종업원들이 숙소로 쓰던 공간을 개조해 기숙사 생활을 하며 공부했다. 2009년 첫 졸업생 배출 이후 대부분 학생들이 세계 100대 대학에 꾸준히 합격하는 성과를 내면서 학교는 성장을 이어갔다. 그는 “내가 학교를 키운 것이 아니라 시대가 학교를 키웠다고 생각한다”고 겸손해 했다.
스스로 배우며 세상 섬기는 교육
한국기독글로벌스쿨의 교육철학은 다른 학교와는 사뭇 다르다. 입시나 성공이 아닌 민족을 가슴에 품고 사람 중심의 ▲사람이 회복되는 교육, 교사에 의해 일반적으로 주입되는 주입식, 암기식, 정답 맞춤식의 수업이 아니라 스스로 생각하고 스스로 분석하여 진리를 터득하고 세계 어디서든지 스스로 공부할 수 있는 능력을 키우는 ▲스스로 배우는 교육, 하나님이 주신 은혜와 능력이 제대로 발휘되는 인생을 살며 인격과 실력을 키워 ▲ 세상을 섬기는 교육을 내세우고 있다. 창의적인 교육과 성경적 세계관을 교육철학과 접목해 한국을 발전시키고 더 나아가서는 세계를 변화시키는 미래 지도자를 키워내는 것이 궁극적인 목표다.
“고등학교 졸업 후 수원에 있는 삼성전자 공장에 취업해서 일했습니다. 1년간 일하면서 사회의 현실에 눈을 뜨기 시작했어요. 제가 어릴 때 어머니가 1년에 한두 번씩 문을 걸어 잠그고 통곡하며 우셨던 심정도 어렴풋이 짐작하게 됐죠. 너무나 힘든 삶을 살아간 나머지 가끔은 그렇게 세상에 대한 아우성이자 몸부림을 친 건 아니었을까 싶더군요. 대학에 가야겠다고 결심했고, 몇 달간 죽어라 공부해서 마침내 원하는 대학에 합격할 수 있었습니다.”
본인 스스로 걸어왔던 길 때문일까. 어려운 경제여건으로 인해 힘들어하는 아이들에게 더 애정과 격려를 보냈고 길을 제시했다. 그 과정을 통해 힘든 여건을 극복하고 자신만의 꿈을 찾아가는 학생들을 보며 느끼는 보람은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이 컸다.
절대 진리 찾아 신학 공부
이여호수아 이사장은 대학에서 공학을 공부하기도 했지만, 최종 학사 학위는 법학으로 받았다. 어느 순간부터 존재 자체에 대한 의문을 품게 돼 신학에 입문했고, 철학자 니체로부터 시작된 그의 사상적 기반은 민중신학과 해방신학을 공부하면서 더 확장되고 공고해지면서 비로소 정체성을 확립할 수 있게 됐다.
허무주의와 실존주의를 극복하기 위해 기독교에서 절대적 진리를 찾았고 목회활동도 그 바탕 위에서 펼쳐나갔다. 통일된 한반도를 위해 기도하겠다는 마음으로 허허벌판이던 일산 신도시에 교회를 열었고, 세계로 뻗어갈 조국의 미래를 위한 인재를 키워내기 위해 학교도 만들게 됐다.
운명은 정해진 명을 자기 스스로 움직이는 것
이른바 4차 산업혁명 시대다. 눈부시게 발달하는 기술로 인해 누구도 앞날을 예측할 수 없다. 그 세상을 가장 잘 표현하는 단어 중 하나가 ‘VUCA’다. VUCA는 변동성(Volatility), 불확실성(Uncertainty), 복잡성(Complexity), 모호성(Ambiguity)의 머리글자를 모아 만든 신조어다. 이여호수아 이사장은 그런 시대를 살아가며 새로운 세상을 만들어내야 하는 우리 아이들을 위해 늘 하는 말을 마지막으로 전하고 싶다고 했다.
“우리 학교에 오면 아이들의 운명이 바뀝니다. 운명(運命)은 정해진 명(命)을 자기 스스로 움직이는 것(運)입니다. 저는 아이들에게 누구나 자기 자신만의 하버드대학을 가거나 또 스스로 만들라고 강조합니다. 미래에는 전공이나 학위가 필요 없는 세상이 될 것이기 때문이죠. 시대도 달라졌습니다. 과거 농경사회나 산업화 사회에서는 부모가 올바른 방향을 제시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하지만 인공지능과 빅데이터로 상징되는 미래사회는 과거 방식이 더 이상 통하지 않습니다. 미래는 정해진 틀이 없는 시대입니다. 아이들이 자신의 삶을 자기 스스로 디자인하고 선택하고 길을 찾아 나서야 합니다. 사유하는 힘과 창의력을 키우고 지식을 확장하는 능력을 더욱더 키우라고 꼭 당부하고 싶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