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기는 굶어야 낫는다』 펴낸 조기성 약사

의료시스템 의존 말고 건강 스스로 돌봐야   
동양의학과 서양의학의 조화·균형 추구 
원당 리스쇼핑 사거리에서 17년째 약국 운영 
“이웃과 소통하며 건강 이야기 나누고파”

『감기는 굶어야 낫는다』(조기성 지음, SISO 刊). 책 제목이 시선을 사로잡는다. 몸이 아프면 억지로라도 영양가 높은 음식을 잘 먹어야 빨리 낫는다고 믿어왔던 통념이 틀렸다는 말 아닌가. 원당시장 앞 리스쇼핑 사거리에서 17년째 ‘한국약국’을 운영하고 있는 저자를 찾아가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감기 바이러스가 침투하면 우리 몸은 신체의 모든 에너지를 집중해 바이러스와 싸웁니다. 입맛이 없어지는 것은 음식 소화에 소모되는 에너지마저 아껴서 감기를 이겨내려는, 우리 몸의 자연스러운 반응인 것이지요. 그렇기 때문에 푸짐하게 먹으려 하지 말고, 조상들이 하셨던 것처럼 따뜻한 죽과 같이 소화에 부담을 주지 않는 음식을 먹어야 우리 몸이 감기와 열심히 싸울 수 있습니다.”

조기성 약사의 설명은 이 책이 담고 있는 관점을 명쾌하게 보여준다. 책은 우리 몸이 지닌 자연치유력을 제대로 이해하는 것이 건강을 지키는 지혜로운 출발점이라고 말한다. 저자는 동양의학의 기본 원리인 음양오행(陰陽五行)을 바탕으로 ▲우리 몸에 대한 이해 ▲일상 속 건강 상담 ▲만성질환을 다루는 법 ▲건강을 질을 높이는 노하우 등을 책 속에 알기 쉽게 풀어냈다.

“온난화가 가속되고 생태계 파괴가 이어지며 지구 환경 변화에 대한 현대인들의 관심이 높아졌습니다. 하지만 우리 몸에 대한 이해는 여전히 아쉽습니다. 나아가 건강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먹거리의 변화와 약 복용에 대한 인식 역시 부족한 상황이구요. 이러한 관심에 대해 제 나름의 공부와 생각을 담았습니다.”

책의 저자 조기성 약사는 원당 리스쇼핑 사거리에서 '한국약국'을 운영하는 17년차 고양의 이웃이다. 
책의 저자 조기성 약사는 원당 리스쇼핑 사거리에서 '한국약국'을 운영하는 17년차 고양의 이웃이다. 

조 약사가 책을 낸 것은 이번이 두 번째다. 그는 2018년 출간한 『병을 이기는 건강법은 따로 있다』를 통해 오행의 관점에서 바라본 건강법을 이론적으로 정리했다. 하지만 주변에서 내용이 좀 어렵다는 반응이 많았다. 그래서 일반 독자들의 눈높이에 맞춰 좀 더 쉽게 쓴 책이 바로 『감기는 굶어야 낫는다』이다. 

약사가 동양의학에 관심을 둔 이유는 뭘까.
“약학을 공부하면서도 한약에 대한 호기심이 많았어요. 약사가 된 후 첫 약국을 일부러 한의원과 한약국, 약재도매상이 밀집해 있는 경동시장 부근에 열기도 했었구요. 강의도 열심히 듣고, 책도 보며 공부를 하다 보니 동양의학에 대한 나름대로의 이해가 깊어졌습니다.”

조기성 약사는 “서양의학이 분석적이라면, 동양의학은 총체적”이라며 차이를 말한다. 예를 들어 안과만 봐도 서양의학은 백내장, 녹내장, 각막질환 등 질병을 세분화해서 다루는데, 동양의학에서는 오행에 입각해 눈의 질환은 간에 이상이 생겨서 오는 증상으로 본다. 조 약사는 이 두 가지 관점이 서로 대립하는 것이 아니고, 상호 보완될 때 보다 건강한 치료가 가능할 것이라고 말한다. 

“물론 서양의학의 기능적 효율성은 당연합니다. 하지만 의사와 약사에만 의존하는 오늘날의 시스템에서 현대인들은 자기 몸이 지닌 자연치유력을 상당 부분 망각해 버렸지요. 그걸 회복하기 위한 기준점을 동양의학에서는 오행과 오장의 조화(木-간장, 火-신장, 土-비장, 金-폐장, 水-신장)라고 본 것입니다.”

그는 약사이면서도, 약에 과도하게 의존하는 세태를 우려했다. 약국에서 가장 많이 팔리는 약이 감기약과 진통제인데, 사실 이러한 약들은 병을 근본적으로 치료하는 약이 아니라 단지 증상을 감소시키는 대증요법에 지나지 않는다는 것이다. 나아가 모든 약들은 어떤 형태로든 부작용을 안고 있을 수밖에 없다는 것.

“약국이 원당에 있다 보니, 이웃에 사는 어르신들이 많이 찾아와요. 많은 분들이 처방전 없이도 살 수 있는 진통제와 파스 등을 수시로 구매하곤 하십니다. 마음 같아서는 붙들고 앉아서 진통제 드시지 말고 건강한 식생활과 생활습관으로 건강을 지키시라고 설명드리고 싶지만, 여건상 불가능한 일이라서 안타까울 때가 많습니다.” 

조기성 약사는 기업 논리에 의해 기형적 구조로 유통되는 건강기능식품 문제도 짚었다. 
“오늘날 건강기능식품 구매의 95%가 홈쇼핑이나 백화점 등에서 이뤄지는데, 이는 문제가 많습니다. 왜냐하면 건강기능식품이야말로 사람의 체질에 맞춰 선택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예를 들어 우리나라 인삼의 품질이 정말 뛰어나지만, 몸에 열이 많은 사람에게는 오히려 부작용을 불러일으키거든요. 사람마다 체질에 맞는 건강기능식품을 정확하게 권해드리는 것도 약사들의 중요한 역할이라고 생각합니다.”      

조기성 약사가 집필한 두 권의 책. 

그런 의미에서 조 약사는 이번에 발간한 책이 일반 독자들 뿐만 아니라 후배 약사들에게도 널리 읽혔으면 한다는 바람을 전했다.
“후배 약사님들이 처방전에만 매이는 기능인이 되지 말고, 인체를 종합적으로 바라볼 줄 아는 시야를 가졌으면 합니다. 사실 서양의학을 다루는 의사와 동양의학에 입각한 한의사 사이에 건널 수 없는 장벽이 막혀있고, 서로 반목하는 상황이 이어지는 우리나라 의료계의 상황은 매우 모순적이지요. 제가 쓴 책이 비록 부족한 게 많지만, 서양의학과 동양의학 사이에 작은 소통의 창을 열어보려는 시도라고 봐 주셨으면 합니다.”

2000년대 중반 고양시로 이사를 와 현재 백석동에 거주하고 있는 조기성 약사는 고양시약사회 부회장, 성균관대 동문회 사무총장 등을 역임하며 다양한 사회활동에도 힘을 보태고 있다. 동국대학교 약학대학이 고양시에 문을 연 이후부터는 매년 약학대학 학생들의 현장 실습을 한국약국에서 진행하고 있다. 

신간 출간을 계기로 조기성 약사는 독자들과의 접점을 넓혀나갈 계획이다.
“후배 약사들을 대상으로 하는 강의를 준비하고 있습니다. 아울러 복지관이나 노인회관에서 진행하는 어르신 복약지도, 청소년 중독 예방 상담, 그리고 일반 시민들을 대상으로 하는 건강 강좌도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싶습니다. 더 많은 이웃들과 만나 면역력을 높이며 스스로 건강하게 살아가는, 내 몸을 사랑하는 이야기들을 즐겁게 나누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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