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한 그림 그리는 다운증후군 화가 
정은혜 그림집 『니 얼굴』 출간 기념전
만화가 엄마 작품 『또리네 집』도 전시  
보리출판사 보리책밭, 12월 11일까지

[고양신문] 파주 출판도시에 있는 보리출판사(대표 유문숙)에서 특별한 전시가 열리고 있다. 정은혜 작가의 ‘안녕하세요. 은혜씨입니다’전이 2층 ‘보리책밭’에서 진행 중이다. 다운증후군 장애인인 정 작가는 다큐멘터리 영화 <니 얼굴>의 주인공이자, 드라마 <우리들의 블루스>에 출연한 배우이기도 하다. 이번 전시에는 정 작가의 어머니 장차현실 화가의 『또리네 집』 만화 기획전도 함께 만날 수 있다.

전시 작품은 최근 출간한 그림집 『니 얼굴』에 수록된 그림들 중에서 선정한 것으로, 아트프린트 액자로 만든 그림과 소품 등 30여 점이다. 작가는 사랑하는 사람과 좋아하는 동물을 화폭에 담았다. 가족들, 배우들, 플리마켓에서 만났던 사람들, 드라마를 집필한 노희경 작가 등이다.  

장차현실 작가의 작품 『또리네 집』은 발달장애인과 함께 사는 가족들을 묘사한 만화책이다. 보리출판사가 펴내는 잡지 『개똥이네 놀이터』에 15년 동안 연재했던 만화를 책으로 묶었다. 이번 전시에는 정 작가와 관련된 꼭지들만 모아 한쪽 코너에 책과 함께 진열했다.

정은혜 작가는 어머니가 화방에서 아이들을 가르치는 것을 구경하다가 그림을 홀로 그리기 시작했다고 한다. 그의 선천적인 재능을 알아본 사람은 어머니였다. 이후 캐리커처를 그리며 본격적인 화가의 길로 접어들었다. 그동안 그가 그린 인물은 4000명이 훌쩍 넘는다. 

작가는 그림을 통해 타인과 소통하며, 스스로가 가치 있는 존재라는 사실을 작품으로 말하고 있다. 그는 자유로운 화법으로 인물들 특유의 개성을 표현한다. 작품 속 배우, 가수, 연예인 모델이 누구인지를 맞춰보면서 감상하면 재미있다.

전시장의 첫 작품은 관람객의 움직임에 따라 등장인물이 바뀌는 렌티큘러 액자에 담았다. 작가의 다양한 모습을 한눈에 입체적으로 볼 수 있는 렌즈 형태의 액자이다. 이번 전시를 기획한 조서연 씨는 “여섯 식구의 구성원 중 한 명으로, 또한 사회의 구성원 중 한 명으로 살아가는 정 작가의 여러 모습이 하나의 액자에 들어가 있다”고 전했다. 

작가의 글이 적힌 패널을 들고 셀카를 찍을 수 있는 포토존도 있다. 거울에 비친 자신에게 응원을 보내자는 뜻으로 만든 공간이다. ‘화가의 방’ 코너는 정 작가의 작업실을 그대로 재현하였다. 추억의 사진, 그림 도구들, 드라마 대본집, 직접 만든 뜨개 담요 같은 다양한 물건을 볼 수 있다. 

그림집 『니 얼굴』을 만든 이경희 편집부장은 정은혜 작가를 “무해하고 따뜻한 사람”이라고 불렀다. 어떤 행동을 해도 순수하고 솔직하다는 것이다. “<우리들의 블루스>에 한지민 배우와 함께 출연하면서 화제를 모았고 인기 스타가 되었지요. 이전에는 양평 작업실에서 동료 작가들과 그림을 그렸었는데, 요즘은 행사장에서 그림 이야기를 하는 모습을 더 많이 봅니다. 국내외를 누비는 바쁜 일정이지만 순간순간을 즐기고 행복해하는 모습을 보면 저도 행복해집니다.”

그림집에는 어린 시절부터 썼던 글, 편지, 메모도 넣었다. 이 부장은 “그의 그림이 감동스러운 이유는 어떤 화법으로도 설명할 수 없는 자유로움과 그 속에 들어 있는 따뜻함이 느껴지기 때문이 아닐까 싶어요. 여러분도 함께 느껴 보시길 바랍니다”라고 덧붙였다.

이번 전시는 다음달 11일까지 계속된다. 올해는 전시장을 새롭게 꾸며 좌석을 마련했고, 야외 베란다에도 자리를 마련했다. 전시장 안쪽으로는 보리출판사의 대표 서적들을 진열해 놓은 서가가 있다. 이곳에서는 누구나 자유롭게 책을 볼 수 있다. 책과 그림이 있는 공간으로 아이들과 함께 여행을 떠나보면 어떨까. 

보리출판사 보리책밭  
파주시 직지길 492, 2층(월요일 휴관)
문의 : 031-950-95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