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컬처밸리 협약 연기 관련 ‘주민설명회’

경기도와 라이브네이션, 현 상황 해명   
가장 큰 이유는 “안전점검 범위 확대”
아레나 확장, 공공시설 확충도 검토 
협상 주도권 못 쥔 경기도의 딜레마? 

6일 킨텍스에서 열린 주민설명회.

[고양신문] 경기도는 이달 예정이었던 라이브네이션과의 K-컬처밸리 기본협약 체결 연기를 6일 오전 갑작스레 발표한 후 이날 오후 킨텍스에서 주민설명회를 열었다. 하지만 협약 연기발표 당일인데다 평일 오후에 기습적으로 마련된 까닭에 주민설명회 자리에는 관련 주체( 경기도, GH, 고양시, 라이브네이션) 관계자들과 취재진을 빼면 50명 남짓의 시민들만 자리를 채웠다. K-컬처밸리 협약 연기에 대한 주민들의 거센 비판을 예상하고 형식적인 명분을 만들기 위한 자리 아니었냐는 비판이 나온다.
앞서 경기도는 이날 오전 행정1부지사가 주재한 기자회견을 통해 “당초 2026년 2월로 예정됐던 라이브네이션 컨소시엄과의 협약을 올해 12월로 연기한다”고 발표했다.

주민 질문에 답하고 있는 김성중 경기도 제1부지사
주민 질문에 답하고 있는 김성중 경기도 제1부지사

경기도 부지사 “예상보다 까다로운 조건 직면”

약속했던 일정이 미뤄진 데 대한 사과로 말문을 연 김성중 경기도 행정1부지사는 “라이브네이션 측이 기존 구조물에 관한 안전점검 범위와 깊이를 확대하고, 국제 수준의 정밀한 안전점검을 거친 후 인수하겠다는 입장을 강력히 밝혔다”는 점을 계약 연기 첫 번째 이유로 설명했다. 단순히 공정률 17%가 진행된 기존 골조뿐 아니라 아레나가 지어질 지하 기반까지 확실하게 안전진단을 한 후 계약하겠다는, 예상보다 훨씬 까다로운 조건을 내건 것이다. 

두 번째 이유로는 “사업 완성도를 높이기 위해서”라고 말했다. 애초 CJ가 계획했던 아레나  규모 ‘2만석’을 좀 더 확대할 수 있는지 검토해달라는 요구를 경기도가 라이브네이션 측에 제안했다는 것이다. 

반대로 라이브네이션이 경기도에 요구한 ‘공공시설 확충 지원’ 내용도 공개했다. 킨텍스역에서 아레나 건물까지 이어지는 진입로와 보행광장, 대규모 공공주차장 조성 등이다. 김성중 부지사는 “아레나의 가치를 높일 수 있는 제안이지만, 천억대의 예산이 필요한 사안이기 때문에 경기도·GH·고양시 간 전략적 판단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세 번째 이유로 김 부지사는 “라이브네이션 측이 아레나 완공 전 T2부지 내 유휴지를 활용해 임시 야외공연장을 가설해 대형 공연의 열기를 이어갔으면 좋겠다는 제안을 했다”고 말했다. 

정리하자면 ▲안전점검 범위 확대 ▲사업규모 확장 ▲공공시설 지원 ▲야외공연장 가설의 구체적인 내용들을 기본 협약에 담기 위해 어쩔 수 없이 협약 체결을 10개월 미룰 수밖에 없었다는 것이다.

이기헌 국회의원
이기헌 국회의원

이기헌 의원 “올해 결론 못 내면 정치적 결단 고려”

이어 이기헌 국회의원(고양병, 더불어민주당)은 “지역구 의원으로서 마음이 굉장히 무겁다”면서도 “안전진단 문제로 9개월 이상 계약이 연기된 게 대단히 유감스럽다. ‘을’이 된 느낌”이라고 말했다. 이어 “민간기업으로서 영리를 중심으로 활동할 수밖에 없겠지만 국가와 지자체가 갖고 있는 계획 차질, 주민들의 실망 등을 충분히 이해해 주면 좋겠다”며 협상을 미룬 라이브네이션 측에 불편한 마음을 숨기지 않았다.

이기헌 의원은 “라이브네이션이 강한 사업 의지를 갖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면서도 “하지만 만약 올해 안에 본 계약이 체결되지 못한다면 지역 주민을 대표하는 입장에서 정치적 결단을 내릴 수밖에 없다”며 압박의 강도를 높였다.

김형일 라이브네이션 코리아 대표이사
김형일 라이브네이션 코리아 대표이사

주민 없는 주민설명회… 분노·허탈 표출 

GH의 향후 계획 브리핑에 이어 김형일 라이브네이션 코리아 대표이사도 마이크를 잡았다. 하지만 협상 당사자로서의 구체적인 입장 발표 대신 그동안 고양시에서 대형공연을 성공시킨 사례, 임시 야외공연장 구상 등을 밝히며 발표를 마무리했다.     

질문 시간에는 몇몇 시민들이 '주민 없는 주민설명회, 녹슬어가는 철골, 나타나지 않는 고양시장, 지방선거 이후에 대한 불안' 등을 토로하며 분노와 실망을 표출했다. 하지만 참석자 자체가 적어 맥 빠진 분위기가 이어졌다. 대신 이경혜·오준환 경기도의원이 긴 시간 마이크를 잡고 주민과의 약속을 지키지 못한 경기도를 비판했다. 

고양시민들의 관심이 높은 사안이지만, 급하게 마련된 주민설명회에는 50여 명의 주민만이 자리를 채웠다. 
고양시민들의 관심이 높은 사안이지만, 급하게 마련된 주민설명회에는 50여 명의 주민만이 자리를 채웠다. 

주민과 도의원 질문에 답변하는 과정에서 좀 더 솔직한 심경이 드러나기도 했다. 김성중 부지사는 “700억원이 넘는 구조물을 인수해야 되는 라이브네이션은 ‘점검 목록이 하나하나 확실하게 확인되기 전에는 협상에 단 한 자도 사인할 수 없다’는 입장이 너무 완강했다”고 밝혔다.

이에 김형일 라이브네이션 코리아 대표이사도 “글로벌 기업이 너무 까다롭게 일한다고 하실 수 있겠지만, 수천억원이 들어가야 하는 사업을 시작하는데 안전과 관련된 부분의 우려들을 정리하지 않고 우선협상을 체결할 수는 없다”며 응수했다. 그러면서도 “그동안 고양시와 인연을 맺고 여러 대형공연을 하면서 나름 많은 투자를 했다”면서 “아레나뿐 아니라 고양시에 공연 클러스터를 만드는 일에 분명 진심이다”라는 점을 강조했다.  

10개월 미뤄진 협상, ‘희망 고문’ 연장

이날 주민설명회는 경기도가 협상 카드가 적다는 사실을 냉정하게 확인시켜 준 자리였다. CJ와의 사업추진 결렬에 대한 책임에서 자유롭지 못한 경기도로서는 유일한 협상대상자인 라이브네이션 컨소시엄의 요구를 밀어낼 수도 없고, 그렇다고 무작정 떠안을 수도 없는 딜레마에 빠진 듯 보였다. 주민들로서는 10개월로 예고된 협상 기간이 다소 불안한 희망고문의 연장이 될 듯하다.  

라이브네이션 측이 마지막에 남긴 ‘희망적 메시지’에 참가자들이 박수를 보내는 것으로 이날 주민설명회가 마무리됐다. 간절한 바람과 조심스러운 걱정이 동시에 담긴 박수였다.

질의 시간에는 이경혜, 오준환 경기도의원이 적극적으로 질문을 이어갔다. 
질의 시간에는 이경혜, 오준환 경기도의원이 적극적으로 질문을 이어갔다. 

아래 링크를 클릭해서 관련 동영상을 시청하세요

저작권자 © 고양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