면적과다에 발목 잡혀 시간·행정력 낭비
산업부 거듭 보완요청, 1594만→293만평
선거 3개월 전, 지정 사실상 ‘물 건너가’
“4년 동안 정치적 도구로 사용했나” 비판
[고양신문] 이동환 고양시장이 취임 1호 결재로 서명하며 민선8기 핵심공약으로 내세웠던 경제자유구역이 민선8기 임기 종료를 앞둔 현재까지 신청서조차 접수하지 못하고 있다. 산업통상부의 거듭된 면적 축소 지적과 수조원에 달하는 재원 조달 계획의 불확실성, 그리고 다가오는 지방선거라는 시간적 한계에 부딪혀 “임기 내 지정은커녕 신청조차 어렵다”는 비관론이 나오고 있다.
고양시의 경제자유구역 추진은 지난해 12월 산업부의 4차 사전자문 회의 이후 답보상태에 머물러 있다. 산업부는 당시 ‘면적 과다’ ‘재원 조달 계획 미비’ 등 굵직한 문제들에 대해 보완을 요구했다. 이에 대해 고양시 관계자는 “지난 4일 보완서류를 경기도(경기경제자유구역청)에 제출하고 현재 실무 협의를 진행 중이다”고 전했다.
하지만 상위 기관인 경기경제자유구역청 입장은 미묘하게 다르다. 경기경제자유구역청 관계자는 “아직 고양시에서 완성된 보완 결과가 제출되지 않았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이에 대해 시 관계자는 “이미 서류를 전달하고 세부 사항을 협의 중이나, 경기자유구역청 입장에서는 최종적인 공식 접수 단계가 아니라고 판단해 조심스러운 반응을 보이는 것 같다”고 해명했다. 이는 산업부 신청의 전제 조건인 보완책 마련을 두고, 고양시와 경기자유구역청 사이의 실무적 견해차나 소통 부재가 여전함을 드러내는 대목이다.
이러한 행정적 엇박자 이유 중 하나로 경제자유구역 규모를 둘러싼 양 기관의 견해차가 자리 잡고 있다. 경기청은 산업부 문턱을 넘기 위해 추가적인 면적 축소가 불가피하다는 입장인 반면, 고양시는 더 이상의 축소는 받아들일 수 없다며 팽팽히 맞서고 있기 때문이다.
민선 8기 고양시 경제자유구역은 지속적인 규모 재조정을 겪어왔다. 민선8기 초기 52.7㎢(1594만 평)라는 거창한 규모로 시작했지만, 산업부로부터 “면적이 과다하다”는 지적을 받을 때마다 26.7㎢(807만평), 17.59㎢(532만평)로 줄었고, 현재는 다시 293만평으로 가닥을 잡고 있다. 293만평에는 송포·가좌·장항·대화 일부구역(272만평), K-컬처밸리(9만2000평), 방송영상밸리 일부(11만평), 기업성장센터(5000평)가 포함된다.
일각에서는 특정 지구 제외설이 돌았으나, 시 관계자는 “송포·가좌 지구와 장항·대화 지구 중 하나를 완전히 제외하는 것이 아니라, 두 지구를 합친 전체 면적을 조금씩 정리해 293만평의 단일 지구로 통합 조정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처럼 대폭 축소된 안조차도 산업부의 기준을 통과하기에는 여전히 ‘면적 과다’라는 지적에서 자유롭지 못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단순한 규모 축소만으로는 산업부의 까다로운 심사 기준을 충족하기에 역부족이라는 지적도 뼈아프다. 산업부는 여전히 △수조원에 달하는 재원 조달 방안의 불확실성 △미진한 투자유치 실적 △농업진흥구역(절대농지) 해제의 어려움을 지적하고 있다. 특히 사업부지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 절대농지 해제를 위해 농림축산식품부와 협의를 진행해야 하지만, 이렇다 할 진전은 보이지 않고 있다.
물리적인 시간도 고양시 편이 아니다. 6월 3일 지방선거를 불과 3개월 앞둔 시점에서 이동환 시장이 실무적으로 행정을 이끌 수 있는 기간은 한 달도 채 되지 않는다. 공직선거법 제53조에 따라 선거에 출마하려는 공무원의 사직 기한(선거일 전 90일)은 3월 5일이다. 단, 현직 지자체장이 자신의 관할 구역에 출마할 때는 직을 유지할 수 있으나, 선거 운동을 본격화하기 위해 예비후보로 등록하면 그 즉시 업무에서 손을 떼야 한다.
이에 반해 경제자유구역 지정 절차는 만만치 않다. 시가 경기도에 보완 서류를 제출하면, 경기도가 이를 검토해 산업부에 신청한다. 이후 △서면 검토 △프레젠테이션 △현장 실사 △종합 평가라는 4단계 관문을 거쳐야 한다. 시 관계자조차 “신청 후 확정까지 보통 6개월 정도 소요된다”고 인정했다.
따라서 지금 당장 신청서를 제출해도 민선8기 임기 내 지정은 불가능하다는 계산이 나온다. 여기에 최근 고양시 경제자유구역 추진팀장과 경기경제자유구역청 담당 주무관이 연달아 교체되면서 업무의 연속성마저 끊겨 추진 동력을 상실했다는 평가다.
시의회 내부에서도 질타가 쏟아지고 있다. 김학영 시의원은 “시장과 집행부가 경제자유구역의 본질에 대한 이해도가 너무 낮고, 이를 정책적 성과보다 정치적 도구로만 사용한다는 의심을 지울 수 없다”고 직격했다. 이어 “처음부터 실현 불가능한 면적을 고수하며 시민을 기망해왔기에 이제 와서 솔직해질 수도 없는 상황”이라며 “결국 임기 내내 ‘내년엔 하겠다’는 말만 반복하며 행정력과 골든타임을 모두 날려버렸다”고 비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