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강나예 고양시청소년의회의원(신원중)
[고양신문] 도시의 미래를 보려면 그 도시의 청소년을 보라는 말이 있다. 청소년이 지역사회에 얼마나 관심을 갖고 자신의 목소리를 내느냐가 도시의 미래와도 맞닿아 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청소년의 사회참여 의식은 여전히 높은 수준이지만 최근 몇 년간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 성평등가족부의 ‘2026 청소년 통계’에 따르면 사회문제와 정치문제에 관심을 갖고 참여해야 한다고 응답한 학생은 2025년 80.4%로, 전년보다 1.7%포인트 낮아졌다. 이 비율은 2021년 이후 꾸준히 감소하고 있어 청소년이 지역사회에 참여할 수 있는 제도적 기회를 넓힐 필요가 있다.
그 방법 가운데 하나가 청소년 주민참여예산제다. 청소년 주민참여예산제는 청소년이 지역의 예산 편성 과정에 참여해 필요한 사업을 직접 제안하고 심사와 선정 과정에도 의견을 내는 제도다. 지역사회에 관심은 있지만 참여할 방법을 잘 모르거나, 자신이 사는 지역을 직접 변화시키고 싶은 청소년에게 좋은 참여 기회가 될 수 있다.
현재 경기도 하남시와 광주광역시, 서울 도봉구, 진주시 등 여러 지방자치단체에서 청소년 주민참여예산제를 운영하고 있다. 진주시는 청소년 주민참여예산으로 5000만원을 편성하고 사업별 최대 1000만원까지 지원하고 있다. 하남시는 사업 제안과 심사, 정책 워크숍, 부서 검토, 심의·의결 등의 과정을 거치는 대표적인 사례다. 특히 청소년의회가 심의·의결 과정에 참여한다는 점에서 청소년의 정책 참여 기회를 넓히고 시민의식을 키울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지난 7월 18일 하남시 주민참여예산제에 참여한 청소년을 직접 인터뷰했다. 참여 청소년은 “지역에 필요한 사업을 직접 제안하고 싶어 참여했다”고 말했다. 특히 전문가와 함께 워크숍을 하면서 제안서를 구체적으로 보완할 수 있다는 점을 제도의 가장 큰 장점으로 꼽았다. 청소년이 아이디어를 내는 데 그치지 않고 실제 정책 제안으로 발전시킬 수 있다는 점이 인상적이었다.
고양시에도 이러한 제도가 필요한 이유는 분명하다. 행정안전부 주민등록 인구통계에 따르면 2026년 6월 말 기준 고양시의 9~24세 청소년은 약 15만2000명에 이른다. 그만큼 많은 청소년이 살고 있는 도시라면 이들의 목소리를 예산 편성 과정에 반영할 수 있는 통로도 필요하다.
고양시는 청소년·청년 예산학교를 운영하고 있지만, 청소년 주민참여예산제에 대한 인지도는 아직 높지 않다. 2024년 고양시청소년의회가 지역 청소년 145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는 청소년 주민참여예산제에 대해 들어본 적이 없다고 답한 학생이 10명 중 7명에 달했다. 제도가 있거나 참여 기회가 마련돼 있더라도 청소년이 이를 알지 못한다면 실제 참여로 연결되기 어렵다.
2024년 고양시청소년의회가 제안한 ‘청소년 주민참여예산위원회 구성안’은 담당 부서 검토 과정에서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기존 청소년 사업과 연계해 운영할 수 있고 다른 지역에서도 별도의 청소년위원회를 구성하지 않은 사례가 있다는 이유였다.
그렇다면 새로운 위원회를 만드는 것만이 답은 아닐 수 있다. 고양시도 하남시 사례를 참고해 제안서 심사와 전문가 워크숍, 담당 부서 검토 등의 과정을 마련하고, 마지막 심의·의결 과정에 고양시청소년의회가 참여하는 방식을 검토할 수 있다. 기존 조직을 활용하면서도 청소년에게 실질적인 정책 참여 권한을 줄 수 있는 방법이다.
청소년 주민참여예산제가 고양시에 자리 잡는다면 청소년들은 자신이 사는 지역의 문제를 더 가까이 살피고 해결책을 제안하는 경험을 할 수 있다. 자신이 낸 의견이 실제 정책과 예산에 반영되는 경험은 사회의 관심과 참여의식을 키우는 계기도 될 것이다.
청소년은 정책의 수혜자에만 머무는 존재가 아니다. 지역의 문제를 발견하고 해결책을 제안할 수 있는 시민이기도 하다. 청소년 주민참여예산제는 청소년의 목소리를 지역의 변화로 연결하고, 이들을 지역사회의 의사결정 주체로 성장시키는 의미 있는 출발점이 될 수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