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창현의 물따라 가보는 고양 (14)
-물로 체감하는 기후변화

거제 통영 이틀만에 가뭄-폭우 전환
기후위기 극한상황 뉴노멀 자리잡아
고양시도 위험...방재시설 잘 점검해야

지난해 8월 고양시에 쏟아진 집중호우로 도로가 물에 잠긴 화정 롯데마트 사거리 모습. 김진이 기자
지난해 8월 고양시에 쏟아진 집중호우로 도로가 물에 잠긴 화정 롯데마트 사거리 모습. 김진이 기자

[고양신문] 힘들었던 가뭄의 기억으로 시작하고자 한다. 2023년 완도수도지사에 근무할 때의 일이다. 그때 광주전남지역에 50년만의 가뭄이 찾아왔고 그 가운데에서도 섬들은 고립되어 가뭄에 가장 취약했다. 심한 지역은 1일 급수 6일 단수의 제한급수를 실시하고 있었고 배에 물차를 싣고가서 섬의 상수원에 부으며 근근히 버티면서 야속한 하늘만 바라보던 시기였다. 광주전남에 물을 공급하는 중요한 상수원인 주암댐도 저수율이 4월에 20.3%까지 내려가 바닥을 드러내기 직전이어서 9시 뉴스에 가장 처음 가뭄 소식이 보도될 정도로 위기였다. 천만 다행으로 5월초에 130㎜이상의 집중호우가 내려서 주암댐과 내가 있던 완도도 해갈이 되었다. 
문제는 여기서부터였다. 7월에 장마가 시작된 것까지는 좋았는데 역대급 폭우가 쏟아지기 시작했다. 불과 두 달 전만해도 가뭄으로 고통받던 지역에 물난리가 나게 될 상황이 발생한 것이다. 결국 7월 초에 주암댐은 2020년 이후 없었던 방류를 3년만에 시작한다. 한마디로 ‘가뭄 끝, 홍수 시작’이었다. 나는 이때 기후변화를 이론이 아닌 몸으로 느꼈다. 기후변화 음모론을 제기하며 2020년에 기후협약에서 탈퇴한 미국과 트럼프 당시 대통령에게 보여주고 싶은 장면이었다. (물론 그분은 조작이라고 할 것이다)
문제는 이런 극단적인 재난 발생이 어쩌다 일어나는 드문 사건이 아니라는 것이다. 지난 광복절 연휴에 거제와 통영 등 경남 남부지역에 발생한 최대 900㎜의 집중호우를 보자. 이 지역은 이틀 전까지도 가뭄피해를 줄이기 위해 4일간 국가소방동원령이 내려졌던 지역인데 이틀만에 폭우 피해를 막기 위한 국가소방동원령으로 바뀐 것이다. 1년간 내리는 강수량의 절반인 900㎜의 비가 며칠 사이에 내리는 것을 상상해보라. 8월 17일 새벽에는 거제에 한 시간 동안 124.5㎜의 비가 내렸다. 200년에 한 번 올까말까한 극단적인 강우 강도이다. 이에 따라 수자원공사에서는 2002년 태풍 루사로 인해 강릉지역 관개용수댐이 붕괴한 것을 계기로 2004년에 높인 댐의 ‘가능최대강수량’과 댐 설계기준을 높이기 위한 절차에 들어갔다.
극한 가뭄 뒤 극한 호우가 발생하는 경향을 반영하듯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에서 폭염 중대본과 풍수해 중대본이 겹치는 날도 2023년에는 2일, 2024년에는 3일, 2025년에는 8일로 점차 늘고 있는 추세다. 
수도권의 젖줄인 팔당 상수원에서 물을 받아 생산한 수돗물을 공급받고 있는 고양시는 다행히 가뭄의 피해는 없다. 감사한 일이다. 하지만 홍수에 대해서는 역사적으로나 지금의 상황에서나 안심할 수 없다. 먼저 홍수의 역사에 대해 살펴보자. 고양시의 신도시 개발 전 원도심 원당 지역에 있는 주교동의 이름은 배다리 마을이라는 뜻이다. 한강 행주대교로부터 7㎞나 떨어져 있는 도심지역 이름에 웬 배가 나오나 의아하신 분들도 있을 것이다. 일제강점기인 1925년 대홍수로 서울이 수몰되는 엄청난 피해를 입은 후 1926년부터 한강에 제방이 만들어지기 시작했다. 지금으로부터 딱 100년 전의 일이다. 이 전까지는 홍수기에 한강과 연결된 대장천과 네 개의 지천(사근절천, 박제궁천, 수역이천, 독곶천)을 통해 한강물이 지금의 원당 지역으로 들어왔다. 마을과 마을을 오가기 위해서 배를 연결한 ‘배다리’가 필요했던 이유이다. 지금은 아무리 찾아봐도 배다리 공원만 있을 뿐 물길은 안 보인다. 주거지를 조성하며 지천들을 복개했기 때문에 지금은 주거지 외곽에 있는 박제궁천과 독곶천 일부만 눈으로 볼 수 있다.
근래에는 한강 하류에 접하고 제방도 지금처럼 견고하지 못했던 고양시(당시 고양군)에 관측 사상 최고의 한강 수위(잠수교 13.63m)를 기록한 1990년 대홍수가 찾아온다. 신평 제방까지 터져 고양시 지역의 70%가 침수되었고 5만 명의 이재민이 발생한 엄청난 물난리였다. 서울의 침수 피해를 줄이기 위해서 정부가 제방을 일부러 터뜨렸다는 소문이 퍼질 정도였다. (지금도 이 소문을 사실로 믿는 분들이 많다). 
자유로 건설로 만들어진 지금의 제방이 1992년에 완공된 이후 고양시의 1990년 같은 대홍수는 없었지만 홍수피해로부터 벗어난 것은 아니었다. 1996년에 입사한 나는 일산신도시에 수돗물을 공급하던 일산정수장에 근무하고 있었는데 이 해 7월에 3일간 500㎜가 넘는 집중호우가 쏟아졌다. 제방이 무너지거나 하는 일은 없었지만 한강 수위가 급상승하면서 고양시 주요 하천의 물이 흘러나가지 못하고 역류하여 고양시 곳곳이 침수되었다. 당시 나는 출근하려고 차를 운전하여 지금의 곡산역 앞 도로로 접어들었지만 더 이상 차가 진입할 수 없었다. 대장천이 범람하여 경의선 철도 양쪽이 모두 침수가 된 것이다. 출근을 못해 발만 동동구르던 나는 차를 세워놓고 경의선 철로 위를 걸어 정수장 앞까지 진출할 수 있었다. (재난 상황이라 출근이 어렵다고 보고하면 될 것을 반드시 출근해서 수질관리를 해야 한다는 일념으로 철길을 걸어 출근하는 신입사원 때 내 모습이 대견하다^^). 바로 작년, 2025년 8월에도 시간당 100㎜의 극한호우로 고양시 일대가 침수되는 피해가 있었다. 그 날 폭우가 오기 전 나는 바로 전주 고양신문에서 유경종 기자가 쓴 <빗물 빨리 빼주고 역류 막아내고...고양 방재시설 어떤 게 있나>라는 기사를 읽고 있었다. 고양시의 수해 방지 시설 현장을 둘러본 후 작성된 그 기사는 평소 지나치던 배수펌프장, 배수문, 저류지 현황에 대해 잘 알려주면서 특히 고양시가 수해의 안전지대가 아니고 통계적으로도 피해가 많았던 곳임을 상기시키며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서 평소 시설과 시스템을 점검해야 한다는 것을 강조했다. 그리고 이날 오후에 내린 극한호우로 앞서 말한 침수피해가 발생한 것이다. 선견지명이 있었던 그 기사는 비록 재난담당은 아니지만 물 관리의 일원을 담당하는 나에게도 큰 교훈을 주었다. 
가뭄 끝, 홍수 시작. 이제 우리는 두 가지의 극한 상황을 동시에 고민해야 하는 시대를 살고 있다. 기후변화가 우리에게 던져준 ‘뉴노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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