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소제로숲고양네트워크, 국회 기자회견서 정부에 촉구
AI 허브 입지 선정, 시설·교통 중심에서
시민참여·사회적 수용성 평가 확대 강조
고양시 장항습지·ICLEI 등 국제협력 활용
시민 참여형 AI 리빙랩 도시 비전도 제시
[고양신문] 정부가 추진 중인 글로벌 AI 허브 국내 입지 선정 과정에서 물리적 인프라뿐 아니라 시민사회의 참여 역량과 사회적 수용성을 독립적인 평가 기준으로 반영해야 한다는 시민사회 요구가 제기됐다.
탄소제로숲고양네트워크가 지난 13일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글로벌 AI 허브 입지 평가에 ‘시민사회 준비도(Civic Readiness)’를 전체 배점의 30%로 반영할 것을 정부에 촉구하는 성명을 발표하고 나선 것.
단체는 “글로벌 AI 허브의 입지 선정은 단순히 국제기구를 어느 도시에 설치할 것인가라는 문제가 아니라 대한민국이 세계에 어떤 AI의 미래를 제시할 것인가를 결정하는 선택”이라며 “시설과 교통 인프라만이 아니라 시민참여, 국제협력, 사회적 포용과 지속가능성을 종합적으로 평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특히 “AI 허브는 가장 많은 서버와 가장 화려한 건물을 갖춘 도시가 아니라, 인간 중심적이고 안전하며 포용적이고 지속가능한 AI의 가치를 시민과 함께 실천할 수 있는 도시에 들어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시민사회 준비도를 입지 평가의 독립 영역으로 도입해야
정부는 국제노동기구(ILO) 등 유엔 기구 및 국제기구와 협력해 글로벌 AI 허브 조성을 추진하고 있다. 글로벌 AI 허브는 기후 위기, 보건, 식량, 고용 등 인류 공동의 문제를 AI 기술로 해결하기 위한 국제협력 플랫폼을 지향한다.
탄소제로숲고양네트워크는 이러한 사업의 성격을 고려할 때 국제기구가 지역사회에 안정적으로 정착하고 실질적인 성과를 창출할 수 있는 시민사회 역량이 입지 선정의 핵심 평가 요소가 되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단체가 제안한 시민사회 준비도는 ▲국제 AI 거버넌스에 대한 시민의 이해와 지지 ▲시민사회·지자체·대학·기업이 참여하는 다중이해관계자 거버넌스 ▲AI 윤리·안전 등에 관한 시민 공론 구조 ▲장애인·고령자 등 디지털 취약계층에 대한 포용 역량 ▲기후·보건·재난·생태 분야 시민 참여형 AI 실증 역량 등 다섯 가지 영역으로 구성된다.
단체는 유치 서명 숫자나 일회성 행사 실적보다는 제도적 기반과 실질적인 운영 경험, 객관적인 시민 인식 조사 등을 평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한 시민사회 준비도가 특정 지방자치단체에 유리한 기준이 되지 않도록 모든 후보 도시에 동일한 평가 기준과 공개된 절차를 적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유엔 AI 거버넌스의 핵심은 시민참여와 지속가능성
탄소제로숲고양네트워크는 이번 제안의 국제적 근거로 유엔이 2024년 채택한 ‘글로벌 디지털 콤팩트(Global Digital Compact)’를 제시했다.
글로벌 디지털 콤팩트는 디지털 격차 해소, 지속가능발전목표(SDGs) 달성, 안전하고 신뢰할 수 있는 디지털 환경 조성, 국제 AI 거버넌스 강화 등을 주요 목표로 설정하고 있다. 특히 정부뿐 아니라 기업, 시민사회, 학계, 기술공동체와 국제기구가 함께 참여하는 다중이해관계자 협력을 강조한다.
단체는 “글로벌 AI 허브가 지향하는 국제협력은 첨단 기술의 개발과 산업적 성과에만 머물러서는 안 된다”며 “기후재난 예측, 에너지전환, 탄소배출 감축, 생물다양성 보전, 디지털 불평등 해소 등 인류 공동의 문제를 해결하는 데 기여해야 한다”고 밝혔다.
AI 데이터센터와 관련 시설의 대규모 전력 소비 문제도 제기했다. 글로벌 AI 허브 자체의 에너지 사용과 탄소배출 관리, 탄소중립 운영계획 등을 입지 평가 과정에서 검토해야 한다는 것이다.
고양시 시민참여 경험과 장항습지, AI 실증 기반으로 제시
탄소제로숲고양네트워크는 고양시가 시민 참여형 글로벌 AI 거버넌스를 실현할 수 있는 제도적·사회적 기반을 갖추고 있다고 평가했다.
고양시는 탄소중립 시민실천연대 발족과 관련 조례 제정 등을 통해 시민의 기후정책 참여 기반을 구축해 왔다. 탄소중립 시민참여단과 시민배심원제 등 시민이 정책을 제안하고 검증하는 숙의형 거버넌스도 운영하고 있다. 단체는 이러한 시민참여 경험을 AI 정책의 사회적 영향 평가와 시민 공론화 과정으로 확대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2021년 람사르습지로 등록된 장항습지도 중요한 자산으로 제시했다. 장항습지는 시민 과학자들의 생태 모니터링과 드론 관측 등 시민 참여형 생태 데이터 수집 활동이 이루어지는 곳이다. 단체는 이 같은 생태 관측 경험을 AI 기술과 결합하면 생물다양성 분석, 탄소흡수원 관리, 기후변화 영향 예측 등의 실증사업을 추진할 수 있다고 밝혔다.
특히 고양시가 접한 한강하구와 서해 연안의 지리적 특성을 활용하면 해수면 상승과 집중호우가 결합한 복합 침수 위험을 예측하는 AI 기반 기후재난 대응 사업으로도 발전시킬 수 있다는 구상이다.
ICLEI 국제협력 기반 활용 글로벌 AI 정책 도시 실증모델 제안
국제협력 네트워크도 고양시의 주요 경쟁력으로 제시됐다. 세계지방정부협의회인 이클레이(ICLEI)는 세계 각국 지방정부의 지속가능발전과 기후 대응을 지원하는 국제 네트워크로, 한국사무소가 고양시 킨텍스에 위치하고 있다.
탄소제로숲고양네트워크는 ICLEI 한국사무소와 협력해 국제 기후·환경 심포지엄을 개최해 왔으며 이러한 경험을 글로벌 AI 허브 유치와 국제협력 기반으로 확대할 수 있다고 밝혔다. 단체는 글로벌 AI 허브에서 개발된 정책과 기술을 고양시에서 시민과 함께 실증하고, 그 성과를 ICLEI 등 국제 네트워크를 통해 세계 도시들과 공유하는 협력 모델을 제안했다.
특히 국제기구와 연구기관, 시민사회가 결합해 국제협력 도시로 성장한 독일 본(Bonn)의 사례를 언급하면서, 국제기구의 성공적인 정착에는 지역사회와의 지속적인 연계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고양을 ‘시민 참여형 AI·지속가능성 리빙랩 도시’로
탄소제로숲고양네트워크는 글로벌 AI 허브 유치와 연계해 고양시를 ‘시민 참여형 AI·지속가능성 리빙랩 도시’로 발전시키자는 비전도 제시했다. 리빙랩(Living Lab)은 시민과 전문가, 기업, 행정기관이 실제 생활 현장에서 새로운 기술과 정책을 공동으로 시험하고 검증하는 실증 방식이다.
단체가 제안한 주요 실증 분야는 기후재난 및 복합 침수 예측, 장항습지 생태 데이터 분석, 도시숲 탄소흡수원 측정, 재생에너지와 건물 에너지 효율 관리, 재난 취약계층 보호 등이다. 글로벌 AI 허브에서 국제적 정책과 기술을 논의하고, 고양시의 생활 현장에서 시민과 함께 실증한 뒤 그 성과를 세계 지방정부들과 공유하는 구조를 만들자는 것이다.
단체는 이를 통해 글로벌 AI 허브가 국제회의와 연구 중심의 시설에 머무르지 않고 시민의 생활과 지역사회 문제 해결에 직접 기여하는 국제협력 플랫폼으로 발전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정부에 평가 기준 공개 요구, 국회에도 투명성 확보 촉구
탄소제로숲고양네트워크는 이날 성명에서 정부에 글로벌 AI 허브 입지 평가 기준과 배점의 공개를 요구하고, 시민사회와 전문가의 의견을 충분히 수렴할 것을 촉구했다. 아울러 시민사회 준비도의 독립 평가 영역 신설과 함께 AI 안전·인권, 디지털 격차 해소, 기후 위기 및 에너지전환을 글로벌 AI 허브의 핵심 의제로 설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국회에 대해서도 입지 선정 과정의 공정성과 투명성을 확보할 수 있도록 공청회와 관계기관 보고 등 감독 역할을 수행할 것을 요청했다. 단체는 “국제기구가 지역사회와 분리된 섬이 되어서는 안 된다”며 “시민이 AI의 수혜자에 머무르는 것이 아니라 정책의 참여자이자 기술의 사회적 영향을 검증하는 주체가 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글로벌 AI 허브는 기술 성장의 상징을 넘어 AI로 인류 공동의 문제를 해결하는 새로운 글로벌 공공거버넌스의 출발점이 되어야 한다”며 “고양의 시민사회는 그 도전에 참여할 준비가 되어 있다”고 밝혔다.
탄소제로숲고양네트워크는 이날 국회 기자회견을 통해 발표한 성명서의 정책적 실효성을 높이기 위해 글로벌 AI 허브 입지 평가에 시민사회 준비도(Civic Readiness)를 반영해 달라는 공식 건의문을 국무총리실에 접수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단체는 건의문을 통해 시민사회 준비도의 독립 평가 영역 신설과 객관적인 평가 기준 마련, 입지선정 절차의 투명성 확보 등을 요청하고, 글로벌 AI 허브가 기술과 산업 중심의 국제협력 시설을 넘어 시민사회와 함께 인류 공동의 문제를 해결하는 국제 공공거버넌스의 모범사례로 발전해야 한다는 입장을 전달할 계획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