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립 작은도서관 5개소
보조금 5천에서 5백으로 축소
시, “운영방식은 주체가 결정”

대화마을 작은도서관에서 아이들이 책을 읽고 있다. 

[고양신문] “가까운 곳에 작은도서관이 있어 아이들이 자연스럽게 책을 접하고 문화 체험도 할 수 있었어요. 이 동네 사람들에겐 단순히 책을 빌리고 반납하는 도서관이 아니라 하나의 문화공간으로 자리잡은 곳이에요.”

대화마을 작은도서관은 아이를 키우는 주민들에게 도서관 이상의 존재라고 입을 모았다. 맞벌이 부부는 아이가 방과후 도서관에서 시간을 보낼 수 있어 안심했고, 아이 셋을 키우는 한 가정은 멀리 나가지 않고도 도서관 이용과 문화체험을 할 수 있어 매일같이 이곳을 방문했다. 

햇빛21작은도서관 이용자들도 아이들뿐 아니라 어른들에게도 따뜻한 공간이었다고 이야기했다. 작은도서관은 날이 춥거나 더울 때 책을 읽으며 몸을 피할 수 있는 쉼터가 됐고, 책과 친해진 것도 작은도서관 덕이었다. 

작은도서관은 33m²의 공간과 자료 1000권, 열람석 6석 이상을 갖춘 공중 생활권역내 소규모 도서관이다. 1990년대 공립도서관의 역할을 대신하며 전국적으로 확산되던 작은도서관은 2021년 기준 전국에 6448개가 등록돼 운영 중이다. 고양시에는 2004년부터 공립 작은도서관이 늘어나기 시작했고 지역주민들이 책과의 거리를 줄이는 것뿐 아니라 마을공동체와 독서 문화공간의 역할을 해왔다. 현재 고양시에는 공립 작은도서관 16개와 사립 작은도서관 80여 개가 운영되고 있다.
 

고양시 공립작은도서관 현황
고양시 공립작은도서관 현황

 

보조금 축소된 작은도서관 5개소
주민들의 마을공동체와 독서문화공간의 역할을 해오던 고양시 공립 작은도서관 5개소가 내년부터 보조금이 축소되며 운영이 위태로운 상황에 놓였다. 

고양시 도서관센터는 공립 작은도서관 16개 중 아파트 내 도서관 5개에 보조금 변경을 통지했다. 아파트 내 공립 작은도서관 6개 중 고양윤창, 대화마을, 탄현, 햇빛마을, 햇빛21 5개 작은도서관이 보조금 변경 대상이고 사리현 작은도서관은 고봉동 내 시립도서관 부재로 보조금 변경 대상에서 제외됐다. 연간 5000만원 정도를 지급하다 사립 작은도서관 보조금에 준하는 500만원 정도로 축소됐다. 이는 기존 보조금의 10분의 1 수준이다. 

작은도서관은 경기도 작은도서관 평가에 따라 차등으로 보조금을 받는다. 햇빛21작은도서관의 경우 2022년과 2023년 각각 5600만원, 4800만원의 보조금을 받았지만 보조금 축소로 내년에는 600만원을 받게 됐다. 윤영연 햇빛21작은도서관 사서는 “햇빛21도서관은 매해 A, B 등급을 받아왔고 내년 예산 평가도 A등급을 받았지만 일방적으로 보조금 변경을 통보받았다”며 “600만원 중 절반은 도서 구입비에 써야 하는데 나머지 300만원으로 도서관을 운영하긴 어렵다”고 토로했다.

고양시가 고양윤창, 대화마을, 탄현, 햇빛마을, 햇빛21 5개 작은도서관에 보낸 공문 갈무리.
고양시가 고양윤창, 대화마을, 탄현, 햇빛마을, 햇빛21 5개 작은도서관에 보낸 공문 갈무리.

고양시 도서관센터가 설명하는 보조금 변경 사유는 크게 두 가지다. 아파트 내 사립작은도서관과의 보조금 지급 형평성 문제, 시립도서관과 서비스 범위 중복 및 이용률 감소가 그 이유다. 

고양시 도서관센터는 500세대 이상 거주하는 아파트의 경우 ‘주택건설기준 등에 관한 규정’에 의해 작은도서관을 의무 설치해야 하는 상황에서 몇 곳만 공립 지원을 받는 것에 대한 지속적인 형평성 문제가 제기됐다고 설명했다. 고양시 도서관센터 관계자는 “당초에는 공립작은도서관의 이용자와 도서 대출도 많았지만 시립도서관이 20개로 늘어나고 스마트도서관이나 전자책도서관도 생기면서 작은도서관 이용률이 줄었다”며 “시립도서관과의 프로그램이나 도서 대출·반납 등의 서비스도 중첩된다”고 보조금 변경 사유를 밝혔다. 

보조금 변경 통지 후 고양시는 지난 16일 △평가 등급에 의해 보조금을 받는 사립작은도서관으로의 전환 운영 △보조금을 받지 않는 자체 운영 △타 시설 변경에 따른 운영 중단 등의 계획안을 5개소에 추가 전달했고 이달 27일까지 내년 운영 방식 회신을 요청했다. 사리현 작은도서관을 제외한 아파트 내 작은도서관을 공립으로 운영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배관섭 대화마을 입주자대표회장.
배관섭 대화마을 입주자대표회장.

이에 대해 배관섭 대화마을 입주자대표회장은 “논의 없이 하루아침에 보조금 축소를 통보하고 운영 방식을 바꾸라는 건 운영주체를 무시하는 일”이라며 “일방적으로 모든 걸 결정해 놓고 운영 방식 결정권이 각 도서관에 있다는 고양시의 입장은 이해하기 어렵다”고 말헀다. 

고양시 도서관센터는 보조금 변경 등을 전달한 것일 뿐 이에 따른 내년도 운영계획은 입주자대표회의를 통해 결정할 사안이라는 입장이다. 고양시 도서관센터 관계자는 “작은도서관을 유지해야 할 경우 사립도서관으로 전환해 운영하는 방법도 있다”고 설명했다. 

햇빛21작은도서관에서 진행한 프로그램 제작물들. 윤영연 사서는 "동화책에 등장하는 캐릭터를 아이들이 직접 인형으로 만들면서 책과 친해질 수 있도록 준비했다"고 설명했다. 
햇빛21작은도서관에서 진행한 프로그램 제작물들. 윤영연 사서는 "동화책에 등장하는 캐릭터를 아이들이 직접 인형으로 만들면서 책과 친해질 수 있도록 준비했다"고 설명했다. 

“작은도서관은 도서관 이상의 존재”
이러한 고양시의 결정에 5개 작은도서관과 도서관을 이용하던 마을 주민들은 “갑작스럽고 일방적인 통보이며 결정 사유를 납득할 수 없다”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지난 18일부터 고양시 도서관센터 ‘건의사항’ 게시판에는 이 같은 내용을 항의하는 게시글이 올라오고 있다.

누구보다 작은도서관의 운영을 원하는 건 주민들이다. 대화마을 주민 정주용씨는 “작은도서관은 아파트뿐 아니라 대화마을 주민 모두를 위한 문화 복지”라며 “대화마을은 아직까지도 문화 사각지역인데 작은도서관마저 위태로운 상황이 되니 답답하다”고 털어놨다. 

햇빛21단지 7년차 주민이자 햇빛21작은도서관의 자원봉사자인 강민숙씨는 “작은도서관은 성인이 된 아들이 어릴 때부터 책과 가까이할 수 있던 곳이자 마을 주민들의 사랑방 역할을 해왔던 곳인데 한순간에 사라질 수 있다는 게 안타깝다”고 이야기했다. 

한편, 대화마을·햇빛21작은도서관은 주민들에게 보조금 축소를 반대하는 탄원서 서명을 진행한다고 전했다. 고양시 도서관센터는 연말까지 작은도서관 5개소의 운영 방식을 전달받겠다는 입장이다. 

대화마을 주민 정주용씨는 “문화 사각지역인 대화마을의 주민 모두를 위한 문화 복지"라고 이야기했다. 
대화마을 주민 정주용씨는 “문화 사각지역인 대화마을의 주민 모두를 위한 문화 복지"라고 이야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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