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원주 인제대학교 일산백병원장 - 대규모 리모델링으로 ‘제2의 개원’ 주도
1999년 병원 개원 멤버로 합류
최근 대규모 리모델링 진두지휘
공간·기술 혁신 스마트병원 구현
지역 신뢰 바탕 ‘치료 종결 병원’
“경기 대표 대학병원으로 도약”
[고양신문] “1999년 허허벌판이었던 이곳에서 사원번호 50번으로 들어왔는데, 이제 2000여 명의 구성원을 이끄는 원장이 됐습니다. 최근 저희는 3년 4개월간의 대규모 리모델링을 마치고 ‘제2의 개원’을 선언했어요. 환자가 아닌 사람을 치료하는 병원, 지역주민들이 더는 서울로 가지 않아도 되는 ‘치료 종결 병원’으로 만들겠습니다.”
올해 초 일산백병원 제14대 원장으로 취임한 최원주 원장과 나눈 이야기 속에는 30년 가까이 한 병원과 함께 성장해온 의료인으로서의 사명감과 책임감, 그리고 미래를 향한 비전이 고스란히 담겨 있었다.
IMF 시대 개원 멤버, 이젠 원장으로
최원주 원장의 일산백병원과 인연은 1998년 IMF 외환위기 속에서 시작됐다. 한림대에서 마취통증의학 전문의 자격을 취득했지만, 경제 위기로 모든 병원이 펠로우 채용을 중단한 상황이었다. 뉴스에는 한보, 기아 등 국내 굴지 기업의 부도 소식만 나왔다. 어쩔 수 없이 지방에 있는 준종합병원에서 과장으로 일하다가 1999년 일산백병원 개원 멤버 모집 소식을 듣고 지원했다.
“일산신도시가 지금과는 전혀 다른 모습이었어요. 그때는 외곽순환도로가 없어서 상계백병원에서 내부순환로를 타고 내려와 또 시내 길로 한참을 들어와야 했죠. 매일 밤늦게까지 수술방 위치 정하고 의료장비 배치도를 그리고, 병원 시스템 구축하는 일을 했습니다. 정말 하나하나 다 손으로 만들어가는 느낌이었죠. 개원 당시 전문의 70명으로 시작했는데, 원장님과 부원장님이 사원번호 1번, 2번, 저는 50번이었습니다. 그때 함께 왔던 분 중 이미 정년 퇴임한 분들이 많다 보니 개원 멤버로서 느끼는 책임감이 더욱 크게 느껴집니다.”
환자가 움직이지 않아도 되는 병원
최 원장이 가장 자부심을 느끼는 일은 지난 6년간 총괄한 대규모 증축과 리모델링 프로젝트다. 부원장 시절인 2018년부터 시작된 이 프로젝트는 단순한 공간 확장이 아닌 병원 철학의 전면적 전환을 의미했다. 이번 ‘제2의 개원’은 환자 중심의 철학을 공간 혁신, 기술 혁신, 서비스 혁신이라는 세 가지 핵심축으로 구현했다.
원래 법인에서는 병상 수를 늘려야 한다고 했지만, 그는 환자 중심 진료를 위한 구조가 더 중요하다고 역으로 설득했다. 그 결과 648병상에서 728병상으로 80병상만 증가시키는 대신 환자 동선 개선과 진료 편의성 향상에 집중했다. 가장 큰 변화는 1~5층에 분산되어 있던 외래 진료실을 지하 1층 ‘통합 외래’로 재편한 것이다.
“예전에는 환자분들이 정형외과 진료받고 엑스레이 찍으러 지하로 내려갔다가 다시 올라와서 진료받고…. 너무 불편하셨어요. 이제는 지하 1층에서 진료, 검사, 수납까지 모든 과정이 끝납니다. 수술실도 지하 1층에서 3층으로 전면 이전하며 기존 14개에서 17개로 늘어났고, 중환자실을 19병상 추가해 총 69병상 체계를 구축해 고위험 환자에 대한 수술 후 집중치료 역량을 강화했습니다.”
첨단 의료장비 도입도 혁신의 핵심이다. 경기도 최초로 도입한 다빈치5 로봇수술기와 아시아 최초로 도입한 그 시스템과 연동하는 DV 수술대, 애퀼리언 원 프리즘 CT, 최첨단 MRI GE 시그나 히어로 3T, 세계 최고사양 심장초음파기 Vivid E95 4D 등을 연이어 들여왔다. 가장 눈에 띄는 변화는 진단의 정밀도다. 스마트 수술실 통합시스템 ‘OR1 AIR’는 실시간 영상 연동, 자동 출입 통제, 감염관리 등 수술실 운영의 효율성과 환자의 안전성을 획기적으로 높였다.
“같은 MRI라도 해상도 차이가 큽니다. 예전 장비로는 종양이 7~8mm 정도여야 구분됐다면 지금은 3mm만 돼도 정상 조직과 구분할 수 있습니다. 조그만 종양도 초기 단계에서 발견할 수 있어 환자에게 더 나은 치료 결과를 제공할 수 있게 됐습니다.”
국제 협력·위기 극복 리더십 발휘
일산백병원이 자랑하는 또 다른 영역은 국제 의료 협력이다. WHO 이종욱 펠로우십 등을 포함해 캄보디아, 라오스, 세네갈, 우즈베키스탄 등 저개발국가의 의료진 교육과 병원 설립을 지원해왔다. 이번 리모델링을 계기로 교육 인프라와 수련 환경이 한층 개선돼 글로벌 연수기관으로서의 위상도 더욱 강화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최 원장은 “이종욱 박사는 한국인 최초로 국제기구인 WHO 사무총장을 역임했는데, 소아마비 퇴치와 백신 개발 등으로 ‘아시아의 슈바이처’라 불렸던 인물”이라면서 “이종욱 펠로우십은 단순한 교육을 넘어 저개발국가 의료시스템 구축과 인력 양성까지 아우르는 매우 가치 있는 사업이다”라고 깊은 애정을 드러냈다.
지난해 의정갈등으로 전공의들이 병원을 떠나는 위기상황도 잘 극복했다. 주변 병원에서 감당하기 힘든 중환자들을 받아주던 지역 거점병원 역할을 제대로 못 하게 돼 지역사회에 미안한 마음이 컸던 그는 진료지원 간호사를 뽑아 교수와 간호사 협업 시스템을 구축했다.
최 원장은 “이젠 전공의들이 돌아온다고 해도 아마 옛날과 똑같은 시스템으로 돌아가긴 어렵지 않을까 싶다”면서 “전 정부에서 성급하게 추진하다 큰 갈등을 빚었던 만큼 새 정부에서는 당사자와 충분히 소통하면서 과연 국민에게 최선이 무엇인지 해법을 찾으면 좋겠다”는 당부의 말도 잊지 않았다.
‘사람 중심 치료 종결 병원’ 비전
최원주 원장이 제시한 일산백병원의 목표는 ‘지역 치료 종결 병원’이다. 취임 후 그가 가장 먼저 한 일은 농협, 구청, 소노캄고양 등 지역사회 기관들을 찾아다니며 불편한 점이 없는지 들어본 것이었다. 지역주민이 큰 병에 걸려도 굳이 서울까지 갈 필요 없이 지역에서 충분히 치료할 수 있는 ‘치료 종결 병원’의 역할을 다 하겠다는 의지도 밝혔다.
일산백병원은 고양·파주·김포 지역에서 연간 외래 환자 71만 명, 입원환자 2만 4000명, 수술 1만 4000건, 응급환자 4만3000여 명을 치료하는 명실상부한 지역거점병원이다. 이번 ‘제2의 개원’으로 환자 중심 스마트 의료환경을 완성하며 경기지역의 대표 대학병원으로 도약하겠다는 목표도 분명하다.
이러한 목표와 비전은 백중앙의료원의 새로운 철학과도 맞닿아 있다. 서울백병원을 정리하고 일산, 상계, 부산, 해운대 4개 병원 체제로 재편되면서 일산백병원의 역할은 더욱 중요해졌다. 또 백중앙의료원은 기존 ‘환자 중심 병원’에서 2030년대를 바라보며 ‘사람 중심 병원’이라는 새로운 비전을 수립하고 있다. 질환만을 치료하는 게 아니라 사람의 전인적인 행복과 만족을 줄 수 있는 병원이 되겠다는 의미란다. 최원주 원장은 일산백병원을 그 ‘사람 중심 병원’의 성공 모델로 만들어 다른 병원에게도 좋은 사례가 되고 싶다고 인터뷰 내내 반복해서 강조했다.
“일산백병원이 단순히 아픈 사람을 고치는 곳이 아니라 삶의 불확실성 앞에 서 있는 이들에게 힘을 건네주는 공간이 되면 좋겠습니다. 환자의 숫자, 병상의 규모, 첨단장비보다 더 중요한 것이 있어요. 우리를 찾아온 분들에게 더 나은 내일을 꿈꿀 수 있게 해줄 수 있나 하는 질문이죠. 일산백병원은 주민의 아픔을 품고, 희망의 지도를 함께 그리는 지역의 동반자로서 ‘사람 중심 병원’을 향해 나아가려고 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