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시 협동조합 탐방 7. 고양수산물유통협동조합
지역 수산물 유통 소상공인 의기투합
타 지역 대형업체 독점에 ‘반기’
“세금은 고양시에, 돈은 타 지역으로
조합원 실적 인정하는 제도 개선 시급”
[고양신문] 아이들의 건강한 성장에 학교 급식은 매우 중요한 부분을 차지한다. 신선하고 안전한 식재료를 안정적으로 공급하는 것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하지만 고양시 학교 급식 수산물 유통의 90% 이상을 타 지역 대형 업체들이 독점하고 있는 현실은 지역 소상공인들에게 깊은 시름을 안겨주고 있다. 세금은 고양시에 내면서 정작 지역 내 공공조달 시장에서는 소외되는 역차별 문제, 원거리 배송으로 인한 신선도 저하와 물류 비효율 문제 등이 꾸준히 제기돼 왔다.
이러한 불합리한 유통 구조를 개선하고, 지역 소상공인들이 힘을 합쳐 고양시 아이들의 밥상을 책임지기 위해 나선 이들이 있다. 바로 ‘고양수산물유통협동조합’이다. 10년 이상 학교 급식에 수산물을 납품해온 베테랑들이 모여 설립한 이 협동조합은, 공동구매와 물류 효율화를 통해 경쟁력을 높이고 지역 경제 선순환 구조를 만들겠다는 당찬 포부를 안고 있다.
지역 상권 지키려… 10년 경력 상인들 의기투합
고양수산물유통협동조합(이사장 송낙일)은 고양시와 인근지역 수산물 유통업에 종사하는 소상공인들이 주축이 됐다. 대형 유통업체의 시장 장악과 복잡한 유통구조 속에서 개별적으로는 살아남기 어렵다는 위기감, 그리고 지역 아이들에게 더 신선하고 안전한 먹거리를 공급하고 싶다는 책임감이 이들을 하나로 묶었다.
“고양시에서 10년 넘게 장사하며 세금도 꼬박꼬박 내고 있는데, 정작 우리 아이들 급식은 다른 지역 업체들이 도맡고 있는 현실이 안타까웠습니다. 지역의 돈이 지역 안에서 돌아야 상권도 살고 경제도 활성화되는 것 아니겠습니까? 우리 힘으로라도 이 구조를 바꿔보자는 생각에 조합을 설립하게 됐습니다.”
- 송낙일 고양수산물유통협동조합 이사장
조합원들은 각자 수산물 가공 및 유통 시설을 갖추고 수십 년간 학교 급식 납품 실적을 쌓아온 전문가들이다. 이들은 협동조합을 통해 원물을 공동으로 구매해 가격 경쟁력을 확보하고, 공동 물류 시스템을 통해 배송 효율을 높이는 등 ‘규모의 경제’를 실현하고자 한다. 무엇보다 가까운 거리에서 직접 배송하기 때문에 긴급한 발주나 변수에 즉각적으로 대응할 수 있다는 점은 대형 업체와 비교할 수 없는 가장 큰 강점이다.
‘기울어진 운동장’… 불합리한 학교급식 입찰
하지만 이들의 앞길이 순탄치만은 않다. 가장 큰 장벽은 바로 학교 급식 입찰 시스템이다. 현재 고양시 학교 급식 입찰은 신생 법인인 협동조합에게 절대적으로 불리한 구조로 되어있다. 조합원 개개인은 10년이 넘는 납품 실적을 가지고 있지만, 협동조합이라는 법인으로 참여할 경우 ‘실적 없음’으로 평가되어 최하위 점수를 받게 된다.
“조합원들의 실적을 합산해주지 않고 신생 법인이라는 이유로 1점(10점 만점)을 줍니다. 고양시 관내 업체 가산점 5점을 받아도 6점인데, 이미 10점 만점을 받고 시작하는 대형 업체들과는 경쟁 자체가 불가능한 ‘기울어진 운동장’인 셈이죠. 혼자서는 입찰 자격이 안 돼서 협동조합을 만들었는데, 정작 협동조합의 실적은 인정해주지 않는 모순적인 상황입니다.”
-신지우 고양수산물유통협동조합 이사
신 이사는 타 지역 업체의 원거리 배송 문제도 지적했다. 그는 “용인에 있는 업체가 고양시까지 와서 물건을 나눠주는 ‘점프 배송’까지 이뤄지고 있다”며 “학교 급식은 직배송이 원칙인데, 신선도와 안전성에 문제가 있는 것 아니냐”고 지적했다. 이는 단순히 지역 소상공인의 생존권 문제를 넘어, 아이들의 건강과 직결되는 중요한 문제다.
협동으로 돌파구… “지역경제 선순환 이끌 것”
어려운 현실 속에서도 조합은 희망을 놓지 않고 있다. 이들은 우선적으로 협동조합의 운영 원리를 이해하고 조합원들의 실적을 인정해주는 제도적 개선이 시급하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지자체가 조례 개정이나 운영 지침 변경을 통해 지역 소상공인 협동조합이 공공조달 시장에 참여할 수 있는 최소한의 발판을 마련해달라는 것이다.
또한, 초기 운영비나 공동판매장 확보 같은 재정 지원, 홍보 마케팅 및 법률·세무 컨설팅 등 행정적 지원이 동반된다면 조합이 안정적으로 성장하는 데 큰 힘이 될 것이라고 말한다. 나아가 조합의 지속가능성을 높이기 위해 다른 협동조합과의 연대와 협력의 중요성도 강조했다. 지역 농산물 협동조합과 연계한 상품 패키지 개발이나 물류 공동화 등 업종을 넘나드는 협업을 통해 더 큰 시너지를 만들어낼 수 있다는 생각이다.
“단순한 유통 조직을 넘어 지역사회와 함께 성장하는 사회적 경제 조직으로 자리매김하고 싶습니다. 온라인 판로를 개척하고, 친환경 로컬푸드 브랜드를 개발하는 등 새로운 도전을 계속할 것입니다. 고양시의 아이들이 더 신선하고 안전한 수산물을 먹을 수 있도록, 그리고 지역 소상공인들이 상생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드는 데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