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의 청년예술인] 가수 강백수
삶에 맞닿은 메시지 전하는 ‘문학과 음악의 요정’
작사·녹음·뮤직비디오까지 ‘순수 고양시 창작물’
그러나 지역 예술활동 기회는 턱없이 부족
예술인에 기회 주고 공간 지원 등 이뤄져야
[고양신문] 담백한 언어로 삶의 순간을 포착하는 가수가 있다. 그의 목소리는 투박하면서도 따뜻하고, 가사는 솔직한 공감으로 다가온다. 일산 백석동에 살며 음악과 시를 쓰는 강백수(본명 강민구)씨다. 귀걸이와 부드러운 제스처는 연예인을 연상시키지만, 그는 누구보다 지역에 밀착된 고민을 품고 있다. 고양시로 이사온 지 1년이 되어가지만 지역 예술인과 연결될 방법을 찾지 못했고, 고양시의 공식 무대에 선 적도 없다. 지방 곳곳에 공연을 다닐수록 고양시 예술 커뮤니티 형성의 부족함을 더 크게 느낀다. 그의 질문은 한 가지로 모아진다. '고양시가 진정으로 생산해낸 콘텐츠는 무엇인가?'
❚ 자기소개를 해달라.
‘문학과 음악의 요정’ 강백수라고 합니다. 시를 기반으로 다양한 글쓰기를 하고 있고요. 노래를 지어서 부르는 일을 업으로 삼고 있습니다. ‘신’은 거창하고 잘해야 될 것 같지만, ‘요정’한테는 약간의 서툶이 허용되는 느낌이 있어서 작고 귀여운 존재인 요정이라는 호칭을 붙였어요.
‘백수’라는 이름엔 두 가지 이유가 있어요. 하나는 사회적 통념에 반항하고 싶은 마음이 있었어요. 예술을 한다고 하면 으레 백수 취급하곤 하는 것에 “그래, 나 백수인데 어쩔 거야”라고 대들고 싶은 마음이 있었어요. 한편으로는 ‘공무도하가’에 나오는 백수광부에서 가져온 것도 있어요. 물에 들어가는 백수광부가 지닌, 심취해서 빠져드는 이미지를 제 이름에 담고 싶었어요.
❚ 강백수 음악의 특징은 무엇인가.
음악을 만드는 방식이 두 가지 있어요. 음악적인 토대 위에 내용을 얹는 방식, 내용이 먼저 발생하고 거기에 음악을 가미하는 방식이요. 저는 철저하게 후자에 속한다고 생각해요. 할 말이 있어서 그 말을 보충하기 위해서 만들어지는 음악, 보조적인 수단으로서 음악을 사용하고 있어요. 그래서 제 음악에서는 메시지와 서사가 중심이 되고, 다른 뮤지션보다 가사에 대한 자의식이 강한 편이에요. 실제로 가사를 잘 쓰기도 하고요. 가사는 주로 저의 삶과 맞닿아 있는 곳에서 찾아요. 요즘 많이 하고 있는 생각이 가사가 되는 것 같아요.
❚ 에세이와 시집을 냈는데, 문학활동에 대해서도 소개해달라.
저의 근간은 ‘시’라는 갈래, 문학이고요. 시와 대중 사이의 간격이 지금보다는 좁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해요. 시의 정의가 모호하지만 명백히 시다운 시라는 게 존재하거든요. 그 안에서는 그래도 친절한 것들을 만들어보고 싶어요. 대중들이 접근하기 좋고 받아들이기 어렵지 않은 작품을 창작하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대중과 밀접하게 맞닿아 있는 수필에도 관심을 갖게 돼서 시와 수필을 병행하고 있어요.
작품엔 그때그때 제 인생의 화두가 담겨요. 음악과의 차이점이라면 노랫말은 더 많은 사람들과 공유하고 싶은 내용이 담기고, 문학은 좀 더 내밀한 방향으로 흘러가는 것 같아요. 제가 요즘 밀고 있는 말인데, 나눠 먹고 싶은 것은 노래로 만들고, 아껴 먹고 싶은 것은 시로 써요.
❚ 고양시를 기반으로 활동하는 소감은.
최근에 낸 음원 ‘입방정’은, 고양시 집에서 썼고, 백석에 있는 녹음실에서 녹음했고, 백석에 있는 바에서 뮤직비디오를 찍었고, 뮤직비디오를 찍어준 영상 프로덕션도 덕은에 있어요. 순전히 고양시에서 생산된 콘텐츠임은 분명해요. 하지만 막상 그것을 사람들한테 공표하고 보여주는 면에서 고양시를 기반으로 하고 있지는 않은 것 같아요. 고양시에 이사 온 지 1년 됐는데, 이곳에서 공식적인 무대를 가진 적이 한 번도 없어요. 어떤 문화 행사도 정보를 얻지 못했고 그런 기회가 없었어요.
고양시는 무언가를 창작하기에 좋은 토양이기는 해요. 서울보다 시간의 흐름이 조금 느리고 여유로운 느낌이 있어서 공간이 주는 에너지가 창작할 여지를 만들어줘요. 하지만 기획의 측면에서 아쉬움도 있어요. ‘콘텐츠적으로 서울과 다른가?’라고 하면 지역만의 색다른 것을 하고 있진 못한 것 같아요.
❚ 지역 예술만의 특징이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다른 지역과 다른 곳에 방점을 찍어보는 시도가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고양시의 문화 사업은 전국에서, 특히 서울에서 검증된 아티스트를 수입해 와서 이뤄지는 경우가 많다고 생각하거든요. 그런데 고양시에서 자생하는 예술에 방점을 찍어보면 어떨까 싶어요. 고양시에서 발생하고 성장하는 예술인에게 기회를 주고, 그런 기획자들에게 판을 마련해 주고, 고양시 공간들을 지원해주고, 이런 것들이 이뤄져야 된다고 생각해요. 지금은 서울에서 활동하는 연예인, 해외 아티스트를 불러서 하는 식이다 보니 ‘고양시가 생산해낸 콘텐츠는 무엇이지?’라는 의문이 들어요. 수입해서 유통하는 역할만 하고 있는 것 아닌가.
❚ 고양시에서 펼치고 싶은 활동은.
일단 직접적인 활동보다도 커뮤니티에 속하고 싶어요. 고양시에 많은 예술인이 각자의 사정으로 유입되어 왔다고 알고 있어요. 그들의 커뮤니티가 조직되면 참 좋겠다고 생각해요. 하지만 고양시 예술인들의 현황이 잘 파악되고 있는가 의문이 들어요. 제가 고양시에 왔을 때 강백수라는 예술가가 전입해 왔다는 것을 어떻게 알려야 될지도 모르겠고, 그게 궁금할까라는 생각도 있었어요. 데이터베이스가 잘 마련돼 있나 걱정이 들어요. 데이터베이스가 있다면 그걸 활용해서 다 같이 만나고 협업할 수 있는 장을 열어주면 좋겠는데, 하다못해 모여서 놀 수 있는 장이라도 있으면 좋겠는데, 그런 소식을 접하지 못했거든요.
또 여러 지역에서 공연하면 아쉬움이 들기도 해요. 타지에서 만난 관객들은 또 만나기 어렵거든요. 그런데 고양시에서 지속적으로 나를 찾아준다면 한번 만난 관객들과 지속적인 관계를 맺을 수 있고, 또 하나의 네트워크, 공동체가 형성될 수 있다고 생각해요.
❚ 강백수 음악에 특히 젊은 층이 공감하는 것 같다. 이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은.
우선, 힘듦이 자기 탓이 아닐 수 있어요. 의심해 봐야 돼요. 내가 부족하다고 자책하는 경우가 있는데, 그게 모든 원인이 아닐 수도 있어요. 구조적인 문제가 있을 수도 있고, 누군가가 마땅히 해야 될 일을 제대로 하고 있지 않아서일 수도 있어요. 그런 부분에 항상 눈을 부릅 뜨고 있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하고 싶어요.
또 주변에 많은 친구들이 비트코인을 하다가 망하고 있는데, 너무 의존하면 안 된다고 말하고 싶어요. 자신의 능력 밖의 일로라도 이득을 얻고 싶어 하는 풍조가 있죠. 저도 로또를 한 번씩 사니까요. 하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삶의 보조적인 수단이었으면 좋겠어요. 메인은 자기 커리어와 그것을 뒷받침해 줄 수 있는 환경이죠.
❚ 강백수의 청년 시절은 어땠나.
매일 실패하면서 살았던 것 같아요. 청년기는 실패하라고 있는 시기인 것 같아요. 실패하다가 한두 개 얻어 걸려서 성공하면 그쪽으로 한번 열심히 해보는 것, 그게 청춘의 모습이 아닌가 싶어요. 20~30대 땐 실패에 힘겨워하면서 살았어요. 앨범은 잘 되기도 하고 망하기도 하는데, 내가 기대한 만큼의 성과가 있었느냐를 기준으로 두었을 때 망한 게 좀 더 많았어요. 그냥 망하면서 배웠던 것 같아요. 처음에 한두 번 망할 땐 좌절하기도 했는데 계속 망하면 그러려니 하게 돼요. 외부 여건이 힘들어질 수는 있지만, 음악 하는 행위 자체가 나를 힘들게 하는 건 아니니까요.
❚ 강백수라는 가수가 어떤 사람으로 기억되면 좋겠나.
‘나의 한 시절을 함께 보낸 음악가, 문학가’로 기억하시면 좋을 것 같아요. 저의 팬분들이 계속 제 음악만 듣고 제 공연만 오고 그러진 않아요. 어느 시절에 열심히 듣고, 또 어느 시절에 안 듣기도 하고, 그러다가 어느 날 문득 생각나서 다시 한 번 찾아주기도 하고 그런 거거든요. 나중에 돌이켜 봤을 때 ‘내가 어떤 시절이 있었는데 그 시절에는 강백수 글 참 많이 읽었지. 그 시절에 강백수 음악 많이 들었어.’ 이렇게 기억해 주면 좋을 것 같아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