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 비슷한 거 하는 M세대의 글쓰기

 사람들은 새들을 탐조(探鳥)하고, 글쓴이는 사람들을 탐인(探人)한다.  [사진=김수지]
 사람들은 새들을 탐조(探鳥)하고, 글쓴이는 사람들을 탐인(探人)한다.  [사진=김수지]

[고양신문] 얼마 전엔 탐조 견학을 다녀왔습니다. 새와 글쓰기는 무슨 상관이 있을까…. 아무 상관 없습니다. 그저 집에 틀어박혀 소설을 다듬다가 일산 1기 신도시 아파트 층간 소음의 취약함과 자정이 다 되도록 뛰는 아이들을 제지하지 않는 윗집 부모의 사정으로 모든 신경과 정신이 극도로 쇠약해져 잠시 집을 떠나 있고 싶었을 뿐입니다. 마침 고양신문 기자님이 “재미 보장! 기념품 증정!”이라는 말과 함께 ‘겨울, 새가 날다’ 홍보물을 보냈기에 제대로 읽지도 않고 신청부터 했습니다. 

알고 보니 ‘겨울, 새가 날다’는 고양시에서 운영하는, 굉장히 인기가 좋은 생태 프로그램이었습니다. 참여자들은 장항습지와 행주나루 일대를 돌며 새들을 관찰하는데, 안 그래도 장항습지가 람사르 습지로 등록된 후 한 번 가봐야지, 하면서도 대중교통으로는 길이 영 여의치 않아 입맛만 다시던 차였습니다. 그런데 이 일대를 전세버스로 이동하고 해설사까지 동행한다고 하니 저는 어린이처럼 몸만 가면 됩니다. 이보다 좋을 순 없습니다.

생태해설사 한 분이 재두루미 춤을 직접 보여주고 있다. [사진=김수지]
생태해설사 한 분이 재두루미 춤을 직접 보여주고 있다. [사진=김수지]

장항습지에서는 러시아에서 찾아온 기러기 무리를 보고 행주나루에서는 물 위를 자적하는 오리 떼를 관찰했습니다. 운때가 맞으면 해설사의 재두루미 춤도 구경할 수도 있는데, 음악도, 호응도 없는 곳에서 황홀한 얼굴로 두루미의 몸짓을 흉내 내는 그를 보면 저것이 새를 향한 참사랑이구나, 싶습니다. 그러나 아직 그만한 참사랑을 품지 못한 저는 눈알만 데굴데굴 굴리다가 응당한 화답도 못해드려 미안한 마음이 들었습니다. 

프로그램의 화룡정점은 ‘버드 케이크’로도 잘 알려진 ‘새 밥’ 만들기입니다. 밀가루 반죽을 접착제 삼아 솔방울 사이사이에 견과와 열매를 토닥토닥 붙이면 완성. 행주산성으로 이동해 정성껏 만든 새 밥을 나뭇가지에 걸고 잠시 기다리면 어디서 소문을 듣고 박새와 어치 같은 작은 새들이 한 마리씩 날아와 솔방울을 쪼아먹기 시작합니다. 그 모습을 본 사람들이 귀엽다, 귀엽다, 하며 탐조(探鳥)를 하고, 저는 그런 사람들이 귀여워 탐인(探人)을 합니다. 

버드케이크(새 밥)를 만드는 재료들. [사진=김수지]
버드케이크(새 밥)를 만드는 재료들. [사진=김수지]

그렇게 서로가 서로를 귀여워하는 사이 먼 하늘에선 큰 새가 날아와 공중을 선회하기 시작했습니다. 말똥가리입니다. 견과류가 많으면 박새가 몰려들 듯 박새가 많으면 맹금류인 말똥가리가 날아듭니다. 똑같이 밥을 먹는 일인데, 먹이피라미드가 위로 올라가면 귀엽다는 말이 쏙 들어갑니다. 

사실 귀엽다는 것은 인간의 환상이고 생태계에선 밥을 먹는 것처럼 엄혹한 일이 없습니다. 박새는 목숨을 걸고 솔방울을 쪼아먹고, 말똥가리는 굶지 않기 위해 박새를 사냥합니다. 습지에서는 들개들이 살기 위해 고라니를 잡아먹고, 들개는 고라니를 보호하려는 사람들의 손에 죽임을 당합니다. 오직 인간만이 생존 외의 이유로 다른 동물을 죽이는 것인데, 그렇다고 인간의 먹고사는 일은 녹록한가 하면 그것도 아닙니다. 지난해 우리나라에서 산업재해로 사망한 사람의 수가 무려 2098명입니다(고용노동부, ‘2024년 산업재해 현황’). 인간도 목숨 걸고 밥을 먹는 셈입니다. 그러니 소설 쓰다가 밥 좀 굶는 게 무어 대순가 싶습니다. 

버드케이크(새 밥)를 나뭇가지에 매달아 두면, 어느 새 새들이 하나 둘 몰려와 만찬을 즐긴다. [사진=김수지]
버드케이크(새 밥)를 나뭇가지에 매달아 두면, 어느 새 새들이 하나 둘 몰려와 만찬을 즐긴다. [사진=김수지]

이번에 준비하는 공모전도 수백 명의 굶주린 작가들이 목숨을 걸고 달려들 겁니다. 그렇게 몇 번 달려들다 보면 아직 변변한 수상작도 없는데 어느덧 삼십 대가 지날 것이고, 마흔 줄에 접어들어 이제 진짜 마지막이라는 생각으로 소설을 붙들고 있을라치면 윗집에선 아이가 늦도록 뛰어다니고 그렇지 않은 날엔 불안과 노안으로 좀처럼 집중이 안 될 겁니다. 

그래서 쓰는 사람은 간간이 나와 새를 볼 필요가 있습니다. 내가 단지 먹기 위해 사는 존재가 아니라는 사실을, 세계와 삶을 고심할 지성과 감성을 품은 존재라는 사실을, 그래서 먹고사는 일을 대가로 치르며 인간만의 고유한 역량에 몰두하고 있다는 사실을 깨달을 때마다 사명감이 솟구쳐 다시 쓰는 일에 달려들게 됩니다. 그런 점에서 쓰는 사람은 단순한 백수가 아니라 최대치의 인간으로 사는 인류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러니 쓰는 인류여, 새해에는 나가서 새를 봅시다. 

행주대교 교각 사이를 흐르는 한강. 행주나루에서 바라본 풍경이다. [사진=김수지]
행주대교 교각 사이를 흐르는 한강. 행주나루에서 바라본 풍경이다. [사진=김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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