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경제포럼>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연구본부장
중동사태 속 대내외 경제환경 변화와 기업의 대응전략
한국의 높은 원유 의존도, 고유가 상황에서 '독'
“숫자는 착시, 실질 구매력 위축이 진짜 문제”
위기에서 빠르게 회복할 조직대응력 길러야
[고양신문] “숫자는 좋아 보이지만 우리 지갑은 얇아지고 있습니다. 이것이 2026년 한국 경제의 가장 위험한 모순입니다.”
지난 21일 소노캄 고양에서 열린 제78회 고양경제포럼 발제자로 나선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연구본부장의 일성은 날카로웠다. 그는 60여 페이지에 달하는 방대한 데이터를 통해 중동 전쟁의 피크를 지나 마주하게 될 ‘포스트 위기’의 실체를 해부했다.
주원 본부장이 가장 먼저 지목한 위험 신호는 한국의 유별난 원유 의존도였다.
“우리나라 국민들이 석유를 물 먹듯이 펑펑 쓰는 게 아닙니다. 제조업과 중화학공업 비중이 중국보다도 높기 때문입니다.” 실제 현대경제연구원 분석에 따르면 한국의 GDP 1만 달러당 석유 소비량은 5.63배럴로 OECD 38개국 중 압도적인 1위다.
문제는 이 구조가 고유가 상황에서 독이 된다는 점이다. 주 본부장은 “원유 가격이 올라가면 다른 나라보다 우리의 비용 부담이 엄청나게 커진다”며 “WTI(서부텍사스산 원유) 가격이 100달러를 넘어서는 비관적 시나리오가 현실화될 경우, 국내 경제성장률은 1%대 초반까지 폭락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특히 소비자물가가 5% 내외로 치솟으며 나라의 살림살이인 경상수지마저 적자로 돌아설 위험이 크다는 구체적인 수치도 제시했다.
최근의 수출 호조에 대해서도 그는 냉정한 진단을 내놨다.
“3월 수출 증가율이 50%에 육박하지만 이건 ‘반도체 착시’입니다. 반도체를 빼면 자동차 등 다른 주력 업종은 오히려 마이너스입니다.” 실제 반도체 수출 증가율은 151%에 달하지만 다른 업종은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계획보다 유연한 대응이 생존 가르는 불확실성 시대
주 본부장은 “사람들이 실제로 물건을 살 수 있는 능력인 실질구매력이 바닥을 치고 있다”며 “미국 연준의 금리 인하 사이클은 사실상 끝났고, 오히려 한국은행이 환율과 물가를 잡기 위해 금리 인상 타이밍을 고민해야 할 시점”이라고 짚었다.
그는 강연을 마무리하며 지역 기업인들에게 파격적인 제언을 던졌다.
“가을에 세우는 연간 사업계획은 이미 휴지조각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작년 가을에 짠 계획이 지금 맞습니까? 안 맞죠.” 세상이 너무 빠르게 변하기 때문에 계획 수립에 조직 역량을 낭비하기보다, 어떤 위기에도 빠르게 회복할 수 있는 유연한 조직 대응력(Resilience)을 키우는 데 모든 힘을 쏟아야 한다는 조언이다.
이날 포럼에는 고양 지역 기업인 100여 명이 참석해 뜨거운 관심을 보였다.
위기 속에서도 돌파구를 찾으려는 기업인들의 열기로 가득 찼던 이날 행사는 고양시의 미래를 담은 저서 증정과 함께 협력을 다짐하며 마무리됐다.
무엇이 가장 불안하시냐는 청중의 질문에 주 본부장은 “유튜브의 자극적인 망국론에 휘둘리지 마십시오. 위기 이후를 대비하는 기업만이 살아남습니다”라고 답하며 지역 경제인들을 독려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