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용우 한의사의 건강칼럼

보통은 감기에 걸려도 며칠 열이 나고 콧물이 흐른 뒤 자연스럽게 회복되곤 한다. 그런데 최근에는 기침이 몇 주씩 이어지고, 비염처럼 코 증상이 오래 남고, 몸살과 피로가 쉽게 정리되지 않는 경우가 늘고 있다. 이유가 뭘까.

봄은 겨울에서 여름으로 서서히 이동하는 계절이다. 하지만 최근의 봄은 하루 안에서도 계절이 여러 번 바뀌는 듯한 모습을 보인다. 낮에는 햇빛 아래에서 반 팔을 입을 정도로 덥다가도 새벽에는 체온이 떨어질 만큼 서늘하다. 낮 최고기온이 27도까지 올라가도 새벽 기온이 10도 정도라면 몸은 하루 안에서 봄과 여름을 동시에 경험하게 된다. 

겨울 동안 수축했던 혈관과 피부, 점막은 아직 완전히 여름 리듬으로 바뀌지 못한 상태인데 생활은 이미 여름처럼 변하기 시작한다. 옷은 얇아지고, 찬 음료가 늘고, 에어컨 바람을 접하기 시작했다. 이때 가장 부담을 받는 곳이 바로 코와 목의 점막이다.

호흡기 점막의 첫 번째 역할은 외부 공기를 체온에 맞게 데우고, 습도를 조절하고, 먼지와 바이러스를 걸러내는 역할을 함께 한다. 특히 코의 안쪽 비강과 아데노이드 주변에는 초기 바이러스 방어와 관련된 면역 반응이 집중돼 있다.

최근 연구에서 비강 점막의 온도가 낮아지면 인터페론(interferon) 같은 항바이러스 반응이 감소할 수 있다는 결과도 나오고 있다. 즉 점막 온도와 혈류가 흔들리면 바이러스에 대한 초기 방어가 약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감기는 단순히 바이러스만으로 결정되는 것이 아니다. 같은 공간에 있어도 누구는 감기에 걸리고 누구는 건강하다. 몸이 얼마나 안정적으로 외부 변화에 적응하고 있는가가 중요한 이유다.

특히 요즘처럼 낮에는 덥고 새벽은 차가운 시기에는 피부와 점막의 체온 조절이 반복적으로 흔들리게 된다. 땀을 흘린 뒤 식거나, 얇은 옷차림으로 늦은 시간까지 바깥 활동을 하거나, 운동 후 바로 차가운 음료를 마시는 생활이 반복되면 점막의 부담이 커져서 면역력이 떨어지고 감기에 걸릴 수 있다.

코로나 이후 변화된 환경도 영향을 주고 있다. 최근 의료계에서는 ‘면역 부채(Immunity Debt)’라는 표현이 자주 등장한다. 코로나 시기 동안 마스크 착용과 거리두기로 여러 호흡기 바이러스 노출이 크게 줄어들었지만, 한편으로는 점막 면역계가 외부 자극에 적응하고 조절될 기회도 함께 감소했다는 개념이다.

특히 아이들의 경우 코로나 이후 다시 외부 활동이 늘어나면서 감기와 기관지 질환이 더 심하고 오래 가는 양상이 관찰된다는 보고가 많다. 오랜 기간 제한된 환경에 있던 점막 면역이 다시 다양한 환경과 바이러스에 적응하는 과정에서 흔들림이 커진 상태라고 볼 수 있다. 따라서 감기에 걸렸을 때는 가능하면 초기에 회복을 도와주는 것이 더 중요해졌다. 감기 초기 점막 부종과 염증 반응을 안정시키고 몸의 회복 리듬을 도와주는 방향을 더욱 권하는 이유다.

감기에 걸렸을 때는 생활 관리가 매우 중요하다. 첫째, 낮에 덥다는 느낌만 믿고 너무 빨리 여름처럼 생활하지는 말자. 특히 목, 등, 배 부위가 차가워지지 않도록 하고 잘 때는 긴 소매 옷을 입고 자고 창문은 닫아두는 것이 좋다.

둘째, 땀이 난 뒤 식을 때 조심해야 한다. 감기는 덥거나 추워서라기보다는 ‘식으면서’ 시작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셋째, 찬 음식과 냉 음료를 과하게 늘리지 않는 것이 좋다. 아직 몸은 완전히 여름 리듬이 아니다. 차가운 자극이 반복되면 코와 목, 소화기 점막의 혈류와 조절력이 흔들리기 쉽다. 건강하고 어린 사람은 얼음을 깨물어 먹어도 시원하다고 하면서 먹는다. 그러나 몸이 안 좋을 때는 조금만 차가운 물을 마셔도 차다고 느낀다. 차다고 느낀 먹거리는 우리 몸의 소화기 점막은 물론 호흡기 점막마저 위축시키면서 면역의 틈을 제공한다.

넷째, 수면 리듬을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 밤늦게까지 깨어 있는 생활은 자율신경의 회복을 방해하고 점막의 회복력도 떨어뜨릴 수 있다.

다섯째, 무리한 운동보다 가볍게 몸을 움직이며 순환을 유지하는 것이 도움이 된다. 가벼운 걷기나 산책 정도만으로도 체온 조절과 자율신경 안정에 도움이 된다.

 유용우 유용우한의원장
 유용우 유용우한의원장

감기는 단순히 바이러스와의 싸움만이 아니다. 몸이 외부 환경 변화에 얼마나 안정적으로 적응하고 회복하는가의 문제이기도 하다. 몸은 생각보다 천천히 계절을 따라간다. 외부 날씨는 더워졌지만, 몸은 아직 봄에서 여름으로 넘어가는 중이라는 사실을 기억하는 것이 건강을 지키는 데 도움이 된다.

유용우 유용우한의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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