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봉구 세무사의 세무칼럼

[고양신문] AI 시대에는 소수 인원으로도 폭발적인 매출을 올리는 일이 가능해졌다. 과거에는 수십 명, 수백 명의 직원이 필요했던 업무를 이제는 AI와 자동화 시스템, 외부 플랫폼이 상당 부분 대체하고 있다. 그러나 기업의 외형이 빠르게 커질수록 세무 리스크도 함께 커진다. 특히 성장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는 세무 관리는 기업의 존립을 위협하는 뇌관이 될 수 있다.

2025년 미국에서 흥미로운 사례가 보도됐다. 원격의료 스타트업 MEDVi 이야기다. 이 회사는 GLP-1 계열 체중 감량 약물 관련 온라인 의료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업으로 알려져 있다. 사실상 핵심 인력 2명이 운영하는 회사임에도 2025년 매출은 약 4억 달러, 우리 돈으로 5500억원을 넘는 수준으로 보도됐다. 2026년에는 18억 달러, 약 2조5000억원 규모까지 성장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왔다.

비결은 AI였다. 마케팅, 고객 응대, 콘텐츠 제작, 데이터 분석, 광고 운영 등 과거에는 여러 부서가 나누어 처리하던 일을 AI와 외부 플랫폼이 대신한 것이다. 기업의 크기는 직원 수가 아니라 자동화 설계 능력으로 결정되는 시대가 된 것이다.

문제는 여기서 시작된다. 국세청은 이런 회사를 어떻게 볼까. 세무의 관점에서 보면 이 사례는 단순한 성공담이 아니다. 오히려 과세당국 입장에서는 반드시 설명이 필요한 구조다. 국세청은 기업을 볼 때 숫자만 보지 않는다. 사업의 흐름을 본다. 매출 규모, 인건비, 광고비, 외주비, 자금 흐름, 거래 구조가 서로 맞아떨어지는지를 본다.

그런데 AI 기업은 기존 공식과 맞지 않는 경우가 많다. 직원은 2명인데 매출은 수천억원이다. 사무실은 작지만, 광고비는 수백억원이다. 내부 조직은 거의 없는데 외주비와 플랫폼 비용은 막대하다.

이런 구조 자체가 잘못됐다는 뜻은 아니다. 다만 과세당국 입장에서는 어떻게 이런 매출이 발생했는지, 비용은 실제 사업과 관련된 것인지, 자금 흐름은 투명한지 등을 확인하고 싶어지는 구조라는 뜻이다.

AI 기업이 특히 주의해야 할 세무 리스크는 크게 세 가지다. 첫째, 매출 누락 리스크다. AI 기업의 매출 경로는 복잡하다. 카드 결제, 계좌이체, 플랫폼 정산, 구독 결제, 제휴 수익, 해외 결제가 섞여 있다. 특히 구독형 서비스나 온라인 플랫폼 매출은 매출 인식 시점이 중요하다. 고객이 결제한 날을 매출로 볼 것인지, 서비스를 제공한 기간에 나누어 인식할 것인지에 따라 세금이 달라질 수 있다. 기준이 흔들리면 수입금액 누락이나 매출 과소신고 문제로 이어질 수 있다.

둘째, 비용의 실질성 리스크다. AI 기업에서 가장 큰 비용 항목은 광고비와 외주비인 경우가 많다. 마케팅 자동화, 콘텐츠 제작, 퍼포먼스 광고, 인플루언서 제휴, 개발 외주, 데이터 분석 비용 등이 여기에 해당한다. 문제는 이 비용이 실제 사업에 쓰인 돈인지 입증할 수 있어야 한다는 점이다.

광고비 지급처가 실체 있는 사업자인지, 해외 플랫폼 지급액에 대한 부가가치세와 원천징수 검토가 되었는지, 외주비에 계약서와 결과물이 있는지, 특수관계 법인이나 국외법인과 거래가 정상가격으로 이루어졌는지를 점검해야 한다. 서류가 없고, 결과물이 없고, 거래 상대방의 실체가 불분명하면 비용으로 인정받기 어렵다. 때에 따라서는 허위 비용, 가공 거래, 부당행위계산 부인, 이전가격 문제로도 확대될 수 있다.

셋째, 대표자 자금 관리 리스크다. 직원이 적은 회사일수록 대표자가 거의 모든 의사결정을 한다. 이때 가장 위험한 것이 법인 돈과 개인 돈의 혼용이다. 법인 계좌에서 대표자 개인 지출이 나가거나, 대표자 개인 계좌로 법인 수입이 들어오거나, 증빙 없이 돈이 빠져나가면 문제가 커진다. 이런 흐름은 가지급금, 대표자 상여, 법인세 추징, 소득세 과세로 이어질 수 있다. 소규모 AI 기업일수록 이 리스크는 더 크다. 직원 수가 적기 때문에 내부 통제 장치가 약하고, 대표자가 자금 집행을 직접 처리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또 하나 중요한 점이 있다. 규제 리스크는 곧 세무 리스크가 될 수 있다는 점이다. 많은 경영자는 법무 리스크와 세무 리스크를 별개로 생각한다. 그러나 과세당국은 그렇게 단순하게 보지 않는다. 허위·과장 광고, 무허가 영업, 실체 없는 계약, 불투명한 수익 배분 구조는 모두 세무조사의 단서가 될 수 있다.

규제기관의 경고나 제재를 받은 기업은 세무당국의 관심 대상이 될 가능성도 커진다. 광고가 허위라면 광고비의 실질성도 의심받을 수 있고, 사업 구조가 불법 또는 편법이라면 매출과 비용 전반에 대한 검증으로 이어질 수 있다.

한국에서도 AI를 활용해 소수 인력으로 큰 매출을 올리는 기업은 빠르게 늘고 있다. 온라인 강의, 콘텐츠 판매, 의료·법률 자동화, 전자상거래, SaaS, 광고대행 분야가 특히 그렇다. 성장이 빠를수록 세무 시스템은 더 빨리 갖추어야 한다. 지금 바로 다음 다섯 가지를 점검해야 한다.

첫째, 모든 매출 경로가 구분 관리되고 있는가. 카드, 계좌, 플랫폼, 해외 결제 매출이 각각 분리되어 관리되어야 한다.

둘째, 광고비와 외주비에 계약서, 세금계산서, 업무 결과물이 갖추어져 있는가. 비용은 지출 사실만으로 충분하지 않다. 사업 관련성과 실질이 입증되어야 한다.

셋째, 대표자 개인 계좌와 법인 계좌가 명확히 분리되어 있는가. 법인 돈과 개인 돈이 섞이는 순간 세무 리스크는 급격히 커진다.

넷째, 해외 플랫폼 지급액에 대한 부가가치세와 원천징수 검토가 되어 있는가. 구글, 메타, 해외 SaaS, 해외 개발자에게 지급하는 돈은 반드시 세무 검토가 필요하다.

다섯째, AI가 생성한 광고와 콘텐츠에 허위·과장 표현은 없는가. AI가 만든 콘텐츠라고 해서 책임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최종 책임은 기업과 대표자에게 있다.

AI는 매출을 키운다. 그러나 세무 안전성은 AI가 자동으로 만들어주지 않는다. AI 시대의 기업은 더 작아질 수 있다. 그러나 세무 리스크까지 작아지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거래 구조가 복잡해지고, 자금 흐름이 넓어지며, 광고와 콘텐츠의 생산 속도가 빨라지므로 위험은 더 커질 수 있다.

이봉구 세무법인 석성 경기북부지사 대표
이봉구 세무법인 석성 경기북부지사 대표

앞으로 살아남는 기업은 단순히 AI를 잘 쓰는 기업이 아니다. AI로 성장하면서도 세무, 회계, 규제 리스크를 함께 관리하는 기업이다. 매출은 AI가 키울 수 있다. 그러나 신뢰와 세무 안전성은 반드시 사람이 설계해야 한다.

이봉구 세무법인 석성 경기북부지사 대표
전 국세청 조사국 근무
한국세무사회 연수원 세무조사 과목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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