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진이 객원기자의 책읽는 사람들
(11) 한양문고 주엽점 심야 독서프로그램 ‘읽을 사람 모집, 읽힐 사람 급구'

희정 작가 <죽은 다음> 삶의 태도 성찰
거창한 해답 대신 서로의 말 경청, 연대

한양문고 주엽점 심야 독서프로그램 ‘읽을 사람 모집, 읽힐 사람 급구' 회원들.
한양문고 주엽점 심야 독서프로그램 ‘읽을 사람 모집, 읽힐 사람 급구' 회원들.

[고양신문] "티베트 사자의 서를 읽고 힘들었는데, 이 책도 고민했어요. 근데 실제로 읽어보니 너무 좋았어요. 마치 실용서 같았어요."
지난 10일 수요일 저녁, 한양문고 주엽점 심야 독서 프로그램 ‘읽을 사람 모집, 읽힐 사람 급구’ 참석자들은 저자인 희정 작가가 장례지도사가 되어 쓴 『죽은 다음』을 읽었다.
"제목만 보고 사후세계 책인 줄 알았어요. 영적인 걸 다루는 줄 알았는데 실용서였어요. 우리 나이에 꼭 읽어봐야 할 책이에요." 한 참석자가 말을 이었다. "할아버지 꽃상여를 기억하는데, 그게 마지막 꽃상여 장례문화가 아니었을까요. 노제 지내는 것도 보고. 상주만 38명이었는데, 할머니 돌아가셨을 때 가장 잘못한 사람이 가장 많이 울더라고요."
"죽은 다음은 내 몫이 아니에요. 결국 기억하는 자의 이야기를 읽게 되더라고요."
참석자 한 명은 책의 한 대목을 직접 읽어주었다. 염습 과정에서 망인의 입안에 물에 불린 쌀을 세 번 떠 넣으며 "백석이오, 천석이오, 만석이오"를 외치는 절차였다. "황천 가는 길에 배 곯지 말라는 염원을 담은 행위래요. 그 대목에서 반했어요."
앞선 회차에서 벨 훅스의 『All About Love』를 읽으며 쌓아온 신뢰가 이날 대화를 더욱 깊게 만들었다. "비가 오는데 장화를 챙겨 신었냐, 밥은 먹었냐 같은 소소한 안부도 사랑이더라고요"라던 참석자의 말처럼, 이 모임은 죽음 앞에서도 삶의 온도를 잃지 않는 방식으로 흘렀다. 
이 모임의 가장 큰 특징은 책을 분석하는 것이 아니라 '사람을 궁금해하는 것'에 있다. 프로그램 방식 또한 자유롭다. 책의 구절을 써오기도 하고, 서로 인터뷰를 나누거나 짝을 지어 질문을 주고받기도 한다. 나경호 진행자는 "사랑과 경청은 구분할 수 없다"며 "누군가의 이야기를 끝까지 듣는 일 자체가 사랑의 한 형태"라고 강조한다. 말 잘하는 사람이 되기보다, 상대의 삶에 담긴 상처와 고민을 끝까지 들어주는 태도가 이 모임의 핵심이다. 
참가자들은 매주 수요일 밤, 책을 읽으러 오지만 어느새 서로의 삶을 기다리게 된다고 입을 모은다. 거창한 해답을 내리기보다 서로의 삶을 천천히 바라보는 이 과정은, 각자의 상처를 안고 살아가는 현대인들에게 정서적 확장을 경험하게 한다. 
심야 독서 프로그램 ‘읽을 사람 모집, 읽힐 사람 급구’는 시민들의 깊은 호응 속에 지난 17일 마무리되고 다음을 기약한다.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과 한국서점조합연합회가 함께하는 ‘문화요일 수요일 x 심야책방’ 캠페인의 일환인 이 모임은 책을 매개로 참가자 서로의 삶을 깊이 들여다보는 시간이다. 이 프로그램이 여느 독서 토론과 구별되는 가장 큰 특징은 논리적으로 잘 말하는 능력이 아니라, 타인을 궁금해하고 끝까지 '경청'하는 태도를 최우선으로 삼는다는 점이다.

이 모임은 ‘읽을 사람 모집, 읽힐 사람 급구’이라는 말 그대로 한 권의 책을 매개로 서로의 삶을 읽고 기록하는 '작은 사람도서관'이다. 프로그램이 끝날 때마다 참가자들은 자신의 문장을 하나씩 마음에 품고 돌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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