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고양신문] “다녀왔습니다.” 하루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온 가족이 건네는 이 평범한 인사가 매일 이어지는 것은 결코 당연한 일이 아니다. 산업재해를 겪은 가정에서는 이 짧은 인사가 다시 들을 수 없는 기다림으로 남기도 한다.

정언숙 고용노동부 고양지청장
정언숙 고용노동부 고양지청장

산업현장의 중대재해는 어느 날 갑자기 하늘에서 떨어지는 불행이 아니다. 사고는 예고 없이 찾아오는 것처럼 보이지만, 현장에는 그전에 위험을 알리는 신호가 나타난다. 작업 방법이 불안하거나 안전장치가 제대로 설치되지 않았는데도 “이번 한 번쯤은 괜찮겠지” 하고 지나치는 순간 사고는 현실이 될 수 있다.

올해 고양·파주 지역에서도 안타까운 사고가 잇따랐다. 40m 높이에서 로프가 풀려 노동자가 추락했고, 안전모를 쓰지 않은 채 사다리에서 작업하다 떨어지는 사고도 발생했다. 고정하지 않은 화물이 떨어져 노동자가 깔렸고, 크레인 지지대를 제대로 펼치지 않은 상태에서 작업하다 장비가 넘어지기도 했다.

사고 모습은 달랐지만, 원인은 크게 다르지 않았다. 작업 전에 위험요인을 확인하고, 보호구를 착용하고, 장비와 화물을 제대로 고정했다면 막을 수 있었던 사고였다. 누군가는 위험을 보았고, 누군가는 불안함을 느꼈지만 작업을 멈추지 못했다.

본격적인 여름철에는 그 위험이 더 커진다. 폭염은 노동자의 집중력과 판단력을 떨어뜨리고, 피로를 높여 실수와 사고를 부른다. 집중호우와 태풍은 비계와 가설구조물의 붕괴, 굴착면 유실, 감전, 침수와 같은 새로운 위험을 만든다.

자연의 현상을 막을 수는 없지만, 피해에 대비하는 것은 우리의 선택이다. 사업주는 작업을 시작하기 전에 현장의 위험요인을 다시 살펴야 한다. 안전보건관리체계와 위험성평가는 서류를 갖추는 데 목적이 있는 것이 아니다. 현장의 위험을 찾아 제거하고 노동자가 안전하게 작업하도록 만드는 데 의미가 있다.

 

폭염이 이어질 때는 시원한 물과 바람, 그늘을 확보하고 노동자에게 충분한 휴식을 제공해야 한다. 작업시간을 기온이 낮은 시간대로 조정하고, 노동자의 건강 상태를 수시로 살펴야 한다. 어지럼증이나 두통, 심한 피로와 같은 온열질환 증상이 나타나면 즉시 작업을 멈추고 응급조치를 해야 한다.

폭염특보가 내려진 날에는 작업시간 조정과 옥외작업 중지를 적극적으로 판단해야 한다. 생산 일정이 촉박하다는 이유로 위험한 작업을 이어가서는 안 된다. 작업은 다시 할 수 있지만 생명은 되돌릴 수 없다.

집중호우와 태풍을 앞두고는 비계와 가설구조물, 굴착사면, 배수시설과 전기설비를 미리 점검해야 한다. 강풍이나 침수, 붕괴 위험이 예상되면 작업을 과감하게 중지해야 한다. 기상 상황이 나빠진 뒤 대응하는 것보다 위험이 커지기 전에 현장을 정비하는 것이 중요하다.

노동자도 위험하다고 느끼면 작업을 멈춰야 한다. 안전모와 안전대 같은 보호구 착용을 번거로운 절차로 여겨서는 안 된다. 지금까지 사고가 없었다는 이유로 오늘의 위험까지 괜찮다고 판단해서도 안 된다. 동료가 위험한 작업을 하고 있다면 모른 척하지 말고 즉시 알려야 한다. 한 사람의 관심과 용기가 동료의 생명을 지킬 수 있다.

원청과 협력업체의 책임도 따로 떨어져 있지 않다. 원청은 협력업체 노동자도 같은 현장에서 함께 일하는 구성원이라는 인식 아래 위험요인을 관리해야 한다. 협력업체 역시 작업절차를 철저히 지키고, 위험한 상황에서는 원청에 개선을 요구해야 한다.

고용노동부 고양지청도 여름철 고위험 사업장을 중심으로 현장 점검을 강화하고 위험요인이 개선될 때까지 확인할 것이다. 사업장의 안전 역량을 높이기 위한 지도와 지원에도 힘을 쏟을 것이다. 생명을 담보로 비용을 줄이거나 안전조치를 외면하는 행위 역시 타협하지 않을 것이다. 중대재해처벌법과 산업안전보건법을 위반해 노동자의 생명과 안전을 소홀히 한 사실이 확인되면 법과 원칙에 따라 엄정하게 조치할 것이다.

우리가 지키려는 것은 거창한 것이 아니다. 오늘 출근한 사람이 일을 마치고 건강하고 안전하게 무사히 가족의 품으로 돌아가는 것이다. 아이들이 웃으며 “아빠 다녀오셨어요”, “엄마 고생하셨어요”라고 인사할 수 있는 평범한 저녁을 지키는 일이다.

‘설마 괜찮겠지’라는 판단이 사고를 만들고, ‘지금 당장 확인하자’는 실천은 생명을 지킨다. 올여름 모든 사업장에서 작업을 시작하기 전에 한 번 더 위험을 확인하고, 위험하다면 주저하지 말고 멈춰야 한다. 고양지청도 노동자가 안전하게 일하고 가족에게 돌아갈 수 있도록 현장을 끝까지 살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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