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시다문화가족지원센터
이주배경가족지원정책 컨퍼런스 개최
학계·가족센터·대사관·이민자센터 참여
고양시 이주배경주민 2만7천명 시대
분절적 행정시스템 개선 도모해야
[고양신문] 지역사회 내 다수의 복지 서비스가 존재함에도 불구하고, 정작 이주배경주민들에게 제때 닿지 못하는 현행 지원 체계의 한계를 지적하고 다기관 협력망 구축을 촉구하는 논의의 장이 열렸다.
고양시다문화가족지원센터는 지난 18일 일산동구청 대회의실에서 ‘통합돌봄시대 가족센터의 역할과 지속가능한 지역사회’를 주제로 이주배경가족지원정책 컨퍼런스를 개최했다. 이날 행사에는 학계, 가족센터, 주한 필리핀 대사관, 고양교육지원청, 고양이민자통합센터 등 다양한 전달체계의 실무진과 전문가가 참석해 현행 정책의 맹점과 고양형 통합지원모델 구축 방안을 논의했다.
“국적 아닌 생활 중심 전환 필요"
2024년 기준 고양시에 거주하는 외국인 주민 총수는 2만7373명이다. 한국 국적을 갖지 않은 주민이 1만9616명에 달하며, 외국인 근로자, 결혼이민자, 유학생, 중도입국 아동·청소년 등 구성 양상도 다양화되고 있다.
기조발제를 맡은 조문기 숭실사이버대학교 교수는 ”서비스는 있다. 그러나 정작 필요한 사람에게 닿지 않는다“며 문제의 원인을 분절된 지역사회 전달체계에서 찾았다. 조 교수는 이주배경주민은 정착 초기의 체류·행정 문제부터 위기 발생기의 의료·경제·심리 문제, 중·노년기의 고립 문제까지 생애주기에 걸쳐 복합적인 위기를 겪는다고 분석했다. 하지만 현실은 의료기관은 질병, 학교는 교육, 고용기관은 취업만을 분절적으로 지원하고 있어, 그 사이에 놓인 주민의 '생활'을 돌볼 주체가 모호하다는 것이다. 조 교수는 이에 대한 해결책으로 기존의 지원을 ‘국적에서 생활로’, ‘기관 중심에서 주민 중심으로’, ‘개별 서비스에서 통합적 연결로’ 전환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법적 '통합돌봄' 체계 밖에 놓인 가족센터
실질적 조율자 역할 맡아야
현행 「돌봄통합지원법」 상 통합돌봄 체계에서 이주배경주민과 가족센터가 명시적으로 배제되어 있다는 냉정한 진단도 이어졌다. 윤성은 한국가족센터협회 회장(구리시가족센터장)은 현행 돌봄 제도가 노인과 장애인 등 특정 대상의 의료·요양에 편중되어 있어, 언어와 체류자격 문제로 돌봄 공백을 겪는 이주배경주민을 포괄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한 전달 절차 상에서도 가족센터의 지위나 의뢰 경로가 규정되어 있지 않다.
윤 회장은 "이주배경주민의 돌봄은 개인이 아니라 가족을 단위로 발생한다"며, 가족센터가 단순 프로그램 제공기관을 넘어 △위기 이전에 주민을 발견하는 조기발견자 △가족 단위 통합사정기관 △언어·문화 번역을 지원하는 접근성 인프라 △지역자원 조정자로 그 역할을 확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고양시다문화가족지원센터가 이미 구축한 '다(多)가치 이음센터' 거점과 49개 협약기관 네트워크 실무 경험을 '고양형 모델'의 중요한 기반으로 평가했다.
대사관·교육청 연계
"전 지역사회가 돌봄 네비게이터 돼야"
이날 컨퍼런스에서는 출신국 대사관과 교육 현장을 지역 돌봄의 파트너로 편입시키는 방안도 비중 있게 다뤄졌다. 에드윈힐 멘도자 주한 필리핀 총영사는 한국 내 7만 3,400여 명의 필리핀 이주민들이 언어 장벽, 사회적 고립, 직장 내 취약성 등의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대사관과 지자체, 민간기관이 참여하는 '지역사회 전체 접근모델(Whole-of-Community Model)'을 제안하며, 지역 필리핀 공동체 리더를 '통합돌봄 네비게이터'로 양성하고 정기적인 협력회의 및 공간 공유(서비스 코너)를 추진하자고 제안했다.
이경진 고양교육지원청 장학사는 고양시 다문화 학생이 2025년 2,445명까지 증가할 것으로 전망하며, 학교를 "생활권의 가장 중요한 조기 발견 접점"으로 규정했다. 이 장학사는 학교가 위기 학생을 발견하면 이음센터 등 지역 네트워크로 연계하고, 그 결과를 회신받을 수 있는 '표준화된 학생 의뢰·회신 절차' 마련을 촉구했다.
"어느 문을 두드려도 연결되도록“
다기관 공동사례관리 시스템 필요
김세영 고양이민자통합센터장은 이주배경주민에게 필요한 지원 체계를 '정착(Settlement) + 돌봄(Care) + 사회통합(Integration)'의 결합 모델로 정의했다.
김 센터장은 대상자가 다문화가족지원센터, 이민자통합센터, 행정복지센터, 보건소 등 어느 기관을 먼저 찾아가더라도 필요한 모든 서비스로 연결되는 'No Wrong Door' 원칙이 확립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 고양시다문화가족지원센터는 '가족·복지 사례관리'를, 이민자통합센터는 '체류·정착 연계'를 분담하되, 통합 초기상담과 공동지원계획을 수립하는 시스템 전환을 촉구했다.
이외에도 향후 고양시가 대비해야 할 주요 과제로 '이주배경주민의 고령화' 문제가 대두됐다. 정착 기간이 장기화됨에 따라 통역 없는 요양 시스템과 문화적 배경이 결여된 노인 돌봄이 새로운 복지 사각지대로 떠오를 수 있다는 우려다.
정은주 고양시다문화가족지원센터장은 “중요한 것은 서비스의 숫자가 아니라 필요한 주민에게 실제로 닿게 만드는 시스템”이라며 “가족센터가 중심이 되어 사람과 기관을 잇고, 지역사회가 다 함께 책임지는 고양형 이주배경주민 통합지원모델을 구체화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