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 기고] 박평수 고양기후위기비상행동 공동대표
[고양신문] 고양시 어디서든 고개를 들면 삼각산이라 불리는 북한산의 웅장한 능선이 눈에 들어온다.
도심 한복판에서도, 조용한 주택가에서도 우리는 그 산과 하천, 그리고 멀리 펼쳐진 하늘을 함께 호흡하며 살아왔다. 이 풍요로운 경관생태계는 단순한 '보기 좋은 풍경'이 아니다. 그것은 고양시민 삶의 질을 결정짓는 공공재이며, 미래세대에게 고스란히 물려주어야 할 소중한 자산이다.
그런데 지금 고양시의회에서는 이 자산의 가치를 근본부터 흔들 수 있는 조례 개정안이 논의되고 있다. 바로 '법정동별 표고 기준 삭제'다. 물론 발의된 개정안의 취지는 이해할 수 있다. 행정구역 경계에 따라 개발 가능 여부가 달라지는 불합리함을 없애고 재산권을 보호하자는 것일 테다. 하지만 돈(경제)만을 바라보고 개발을 용이하게 하기 위해 오랜 시간 고양의 자연을 지켜온 최소한의 안전장치마저 성급히 걷어내는 것은 환경적으로 매우 바람직하지 못하다.
표고 기준은 단순히 '높이'를 규제하는 숫자가 아니다.
그것은 개발이 자연의 능선을 넘어 얼마나 높이 치솟을 수 있는지를 결정하는 마지막 완충지대다. 이 기준이 사라지면, 비록 경사도나 산지관리법 등의 다른 규제가 남아 있다 한들 개발 압력은 필연적으로 고지대와 능선부를 향하게 될 것이다. 그리고 그 결과는 우리가 이미 여러 차례 목격한 비극으로 이어질 수 있다.
첫째, 산림훼손과 연쇄적 개발의 우려다.
표고 기준이 사라지면 능선을 따라 도로가 나고, 그 도로를 따라 다시 건축물이 들어서는 '연쇄적 개발'의 고리가 시작된다. 한번 훼손된 산림은 수십 년이 지나도 원래의 모습으로 돌아오지 못한다. 산지의 녹지는 한번 사라지면 그 자리에 콘크리트가 영구히 남게 된다.
둘째, 기후위기 시대의 산사태와 토사유출이다.
최근 몇 년간 우리는 기록적인 집중호우와 이상기후를 겪고 있다. 표고 기준은 이런 극한 기상 상황에서 고지대 개발을 억제하는 안전판 역할을 해왔다. 하지만 기준이 삭제되면 경사지와 고지대의 토양이 개발로 약화되고, 집중호우 시 산사태와 토사유출의 위험은 기하급수적으로 높아지게 된다. 이는 개발지의 재산권 보호를 넘어, 아래쪽에 사는 다수 시민의 생명과 안전을 위협하는 문제가 된다.
셋째, 바람길의 차단이다.
북한산과 고양의 하천, 그리고 도심 사이를 흐르던 시원한 바람은 대기의 정체를 막고 미세먼지를 흩어주는 자연의 인프라다. 고지대의 녹지와 능선이 개발로 훼손되면 이 바람길은 곧바로 차단되고, 도심의 열섬 현상은 심화되며 대기 질은 악화된다. 경관은 한순간에 사라지지만, 그로 인한 환경적 비용은 시민들의 건강을 수십 년간 위협하는 형태로 되돌아온다.
이번 개정안 발의 의원이 낸 보도자료를 살펴보면 "표고 규제를 삭제한다고 해서 난개발이 되는 건 아니다"라고 표현하고 있다. 그러나 규제란 원래 '있을 때는 불편하고, 없으면 그 불편함이 얼마나 컸는지 알게 되는' 성질을 지니고 있다. 경사도와 산지관리법, 도시계획위원회 심의가 있다 한들, 이는 개별 개발 건을 사후적으로 검토하는 절차일 뿐, 개발 압력 자체를 억제하는 표고 기준의 사전적 기능을 대체하기는 어렵다.
우리는 경제적 이익과 환경적 가치를 이분법적으로 대립시킬 필요가 없다. 진정한 개발은 자연을 파괴하는 것이 아니라 자연과 공존하는 방식으로 이루어져야 한다. 표고기준을 삭제하는 대신, 토지의 실제 지형과 바람길, 조망축, 재해 위험을 정밀하게 고려한 더 합리적이고 정교한 기준을 마련하는 것이 진정한 '규제 개선'일 것이다.
고양특례시 시의원님께 호소드린다.
잠시 불편함을 감수하더라도, 우리 아이들이 자라서도 고양 어디서든 북한산의 능선을 바라보고 안전하게 숨 쉴 수 있도록 해주시길 요청드린다. 지금의 결정이 10년, 20년 후 고양의 얼굴과 시민의 안전을 결정짓게 될 것이다. 경제 논리 뒤에 가려진 환경과 안전의 가치를 다시 한 번 직시해 주시기를 간절히 바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