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당 래미안 ‘카페’로 소통하며 권익 찾고, 이웃 만들고

지난해 말 입주한 원당 래미안 입주자대표회 회의풍경이다. 김명희 입주자대표회장과 22개 동 대표들은 이제 몇 개월을 같이 지낸 사람들 같지 않다. 다른 곳에 살다 한꺼번에 이사를 왔나 싶을 정도로 다정하고 친숙하다. 더욱 눈길을 끄는 것은 호칭. 입주자대표회장을 ‘하늘정원’ 이라고 부르고 14동 대표는 ‘좋은 하루’ 18동 대표는 ‘페리카나’ 김형욱 이사는 ‘오뚜기’라고 부른다. 알고 보니, 네이버 카페 닉네임이다. 원당 래미안에서는 동 대표도 카페 닉네임을 보고 뽑았다. 닉네임이 없으면 일단 동 대표 후보에서 제외될 정도로 이곳에선 카페의 힘이 크다.
원당 래미안 주민들은 실제 입주해 이웃을 이루기 전에 카페를 통해 온라인 이웃을 먼저 만들었다. 래미안 주민들에게 카페는 권익을 찾기 위한 단합의 도구이자 서로 소통할 수 있는 유일한 통로였다. 카페가 만들어진 것은 2006년 8월. 원당 주공아파트 재건축사업이 한창 진행되면서 조합장과 조합원들의 갈등이 시작됐고 조합원들은 어디다 하소연 할 길 없는 답답함을 카페에 풀어놓기 시작했다. 첫 카페지기는 ‘햇살가득’이었다. ‘햇살가득’은 주공아파트 원주민이 아닌 외지 조합원이었다. 주공 원주민이었던 ‘하늘정원(김명희 입주자대표회장)’은 조합측과 맞서 싸우던 중 인터넷에 올라온 햇살가득의 진솔한 글을 읽고 무조건 찾아갔다.
‘하늘정원’은 ‘햇살가득’을 만나 조합측과 맞서 주민들이 단합할 수 있는 길을 찾아보자고 제안했고 뜻을 같이하는 몇몇 조합원들과 ‘희망원당’이란 모임을 만들었다.
‘희망원당’은 건설업체측이 공개하는 자료를 면밀하게 검토하고 약속과 다르거나 조합원들에게 불리하다고 판단되는 내용을 카페에 공개했다. 여러 조합원들의 의견이 올라왔고 자연스럽게 온라인 토론방이 만들어졌다. 토론이 마무리되면 카페지기들은 조합원들의 의견을 종합해 건설업체측에 전달했다. 요구하는 방법도 당찼다. 내용증명을 보내거나 계약불이행을 제기하는 법적인 절차로 바로 들어갔다. 아파트 평형별 평면설계를 변경시켰고 마감재도 당초 약속했던 자재로 바꿔냈다.
100여명으로 시작한 카페는 몇 번의 변화를 확인하면서 순식간에 700~800명이 모여드는 뜨거운 카페가 됐다. 2009년 입주할 때쯤의 카페회원은 1800여명. 거의 모든 조합원(1260명)과 가족들까지 함께하는 카페가 됐다. 조합원의 권익을 찾기 위한 카페는 입주와 더불어 친교와 단합, 새로운 생활공동체를 만들어가는 카페로 무럭무럭 자라나고 있다. “가끔씩은 비난성 글이 올라오기도 하지만 삭제하기 않고 그대로 둡니다. 그러면 자연스럽게 다양한 의견을 제시하는 댓글이 달리고 스스로 정화시키는 작용을 하게 되더군요. 서로 다를 수 있다는 것을 인정하고, 서로 다르다고 배척하지는 말아야한다는 우리만의 소통 원칙이 생겼습니다.”
카페지기 ‘햇살가득’은 누구라도 자유롭게 말할 수 있는 공간이라는 것이 래미안카페의 가장 큰 힘이라고 설명한다.
하늘정원은 “햇살가득을 비롯해 여러 조합원들이 밤잠 줄이며회의하고 공부하며 모두의 권익을 위해 노력해준 덕분에 카페가 성장할 수 있었고, 모범적인 입주자대표회의를 구성할 수 있었다”며 “권한과 역할을 각 동대표들에게 분산하고 모든 일을 투명하게 공개해 이상적인 온-오프라인 아파트 공동체를 만들어가고 싶다”고 말했다.
원당 래미안은 이제 시작이다. 크고 작은 많은 문제들이 산적해있고 조합아파트가 안아야 하는 고충도 아직 남아있다. 하지만 카페가 살아있고 닉네임을 부를 수 있는 이웃이 있는 한, 못할 일은 아무것도 없다. 최상이든 혹은 그렇지 않든 주민들이 모여 함께 결정하면 그대로 최선의 선택이 되기 때문이다.
이영아 발행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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