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프리즘]

[고양신문] 지난 8일 고양교육지원청에서 열린 타운홀 미팅 현장. 취임 100일을 맞은 안민석 경기도교육감은 민경선 고양시장을 옆에 두고 직격탄을 날렸다. “시 전체 예산 중 순수 교육 경비가 0.18%뿐이니 이를 두 배로 늘려달라”는 공개적인 압박이었다. 재정 권한을 쥔 지자체장과 교육감이 시민들 앞에서 대놓고 예산 매칭을 두고 줄다리기를 하는 모습은 신선하면서도 묘한 긴장감을 자아냈다.

8일 오전 경기도고양교육지원청에서 열린 '2026 고양 찾아가는 교육감실 학부모 타운홀 미팅'에서 안민석 경기도교육감, 민경선 고양시장, 강현주 고양교육장과 학부모들이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경기도교육청 제공
8일 오전 경기도고양교육지원청에서 열린 '2026 고양 찾아가는 교육감실 학부모 타운홀 미팅'에서 안민석 경기도교육감, 민경선 고양시장, 강현주 고양교육장과 학부모들이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경기도교육청 제공

가장 큰 충돌 지점은 단연 ‘돈’이다. 고양시의 입장은 절박하다. 내년도 세출 요구액이 세입을 3650억원이나 초과하는 심각한 적자 상태에 놓여 있다. 게다가 올해 기준으로 세수가 3500억원가량 부족하고 경기도 매칭 비율 변경으로 550억원이 추가로 필요해, 시장 입에서 “머리가 지끈거린다”는 한탄이 나올 만하다.


하지만 안 교육감의 계산법은 다르다. 현재 고양시의 순수 교육경비 지출은 약 61억5000만원(0.18%)으로, 이를 0.36%로 두 배 늘린다 해도 고양시가 감당할 추가 비용은 약 61억5000만원 수준이라는 것이다. 시 전체 예산의 0.1%대 규모이니 사업 구조조정을 통해 충분히 마련할 수 있다는 논리다. 22조원 넘는 예산을 쥔 교육청이 도리어 지자체에 손을 벌리는 형국이 의아할 수 있으나, 중앙정부 교부금 삭감과 전체 예산의 60%에 달하는 경직성 경비 비중으로 인해 교육청 역시 학교 시설 개선을 위한 자체 투자 여력이 고갈된 한계 상황이다.

학부모 현장 질의에 답하고 있는 강현주 고양교육장, 안민석 교육감, 민경선 고양시장. 경기도교육청 제공
학부모 현장 질의에 답하고 있는 강현주 고양교육장, 안민석 교육감, 민경선 고양시장. 경기도교육청 제공

안 교육감이 지자체 예산 확충을 요구하며 내민 당근은 학교 시설을 개방하는 이른바 ‘벽 깨기’ 정책이다. 고양시 10개 학교에 수영장 복합시설을 지어 주민에게도 개방할테니 예산 지원에 협조해달라는, 이른바 ‘기브 앤 테이크’ 논리다. 문화체육시설 부지 확보에 어려움을 겪는 지자체로서는 솔깃한 제안이지만, 민 시장의 뼈있는 지적처럼 현실은 녹록지 않다. 기존에도 시설 개방 협약은 있었으나 “교장 선생님이 바뀌면 다시 문을 닫아버리는” 학교 현장의 굳건한 장벽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이에 안 교육감은 전면 개방 지시를 어길 시 ‘공무원 의무 위반’이라며 강경 대응을 예고했다. 하지만 학교 개방에 따른 외부인 출입으로 인한 아이들의 안전 문제와 시설 관리를 떠맡을 교사들의 업무 가중을 우려하는 학부모들의 날 선 비판은, 이 정책이 단순히 위에서 누른다고 해결될 문제가 아님을 여실히 보여준다.

기관장들의 핑퐁 게임 속에서, 정작 시민들의 목소리는 더 깊고 절실한 곳을 향해 있었다. 신규 과학고 4곳이 모두 남부에 지정되며 불거진 경기 북부의 뼈아픈 박탈감과 소외 현상, 그리고 열악한 복지 사각지대에 놓인 발달장애 및 경계선 지능 아이들을 위한 사회성 발달 예산 투자 호소가 그것이다. 외곽 지역의 인프라 부족으로 학원은커녕 방과 후 갈 곳 없는 아이들의 돌봄 공백 문제 역시 행정이 시급히 풀어야 할 과제로 꼽혔다.

재정 권한을 쥔 지자체장과 교육감이 시민들 앞에서 공개적으로 예산 매칭의 당위성을 토론하고 현안을 조율하는 모습은 매우 이례적이고 긍정적인 풍경이었다. 그러나 화려한 말잔치로만 끝나서는 곤란하다. 3650억원의 재정 압박 속에서 고양시가 과연 ‘교육 경비 2배 증액’의 결단을 내릴 수 있을지, 안 교육감의 강력한 지시가 학교 현장의 굳게 닫힌 문을 부작용 없이 열어젖힐 수 있을지는 여전히 짙은 물음표로 남아있다. 취임 100일을 맞은 안민석 호의 ‘교육 대전환’이 단순한 구호에 그치지 않으려면, 정교한 예산 배분과 지자체와의 실질적 협치라는 묵직한 숙제를 먼저 풀어야만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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