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신동에 사는 문태준 시인 초대... “꽃은 최고조 광휘의 한 순간”

▲ 23일 화정도서관이 진행한 ‘시인 손택수의 꽃글 여행’에는 문태준 시인이 동행자로 참가했다.

 

화정도서관에서 진행한 ‘시인 손택수의 두 번째 꽃글 여행’

 화정도서관이 진행하는 ‘시인 손택수의 꽃글 여행’이 지난 23일 문태준 시인을 초대했다. 지난달 만난 나무 칼럼니스트 고규홍 작가(본지 1269호 보도)에 이은 두 번째 여행 동행자였다.

“평범한 한국어도 손이 닿으면 신선한 모국어가 된다. 어떤 시를 고르더라도 모든 시가 교과서에 실려도 좋을 만큼 다듬어져있다는 것이 이 시인의 특징이다.”

문 시인에 대해 김인환 문학평론가가 평한 글이다. 이날 진행자였던 손택수 시인은 이 글과 함께 “제가 참 좋아하는 시인이자 친구처럼 지내는 시인”이라고 문 시인을 소개했다.

문태준 시인은 20년 동안을 덕양구 행신동에서만 살았던 시인이다. 그래서 문 시인에게 있어 화정도서관은 ‘동네 도서관’이다. 그는 “지금 살고 있는 햇빛마을 21단지 베란다에서 이른 새벽 풍경을 보다가 우주가 깨어나는 듯한 느낌을 선명하게 받곤 해요. 새벽에 숲에서 새들이 지저귀는 소리, 아파트에서 새어나오는 짐승들의 가느다란 소리, 온 사물이 분주해지는 소리를 들으며 온 세상이 반짝반짝거리며 생동하는 느낌을 받습니다. 행신동은 시인이 살기에 참 좋은 동네 같아요”라고 말했다. 문 시인이 지금까지 펴낸 6권의 시집에 담긴 약 350편의 시 대부분은 이러한 행신동 새벽의 싱싱한 기운 속에서 태어났다.

 

 

문 시인은 이날 그가 쓴 꽃 관련 시들만 골라 낭독했다. 그는 “골라놓고 보니 꽃에 대해 쓴 시들이 많아 스스로도 놀랐어요”라고 말했다. ‘제 몸을 울려 꽃을 피워내고 / 피어난 꽃은 한 번 더 울려 / 꽃잎을 떨어뜨려버리는 그 사이를 한 호흡이라 부르자 / 그 홍역 같은 삶을 한 호흡이라 부르자’라는 시구가 있는 ‘한 호흡’, ‘그립다는 것은 빈 의자에 앉는 일 / 붉은 꽃잎처럼 앉았다 차마 비워두는 일’ 이라는 시구가 있는 ‘꽃 진 자리에’를 비롯해 여러 편의 시를 낭독했다.

꽃은 생물학적으로 식물의 성기이지만 문 시인의 문학 속 꽃은 “최고조로 오른 광휘의 한 순간”을 나타낸다. 그의 시 작품에는 흔히 생의 절정, 가장 빛나는 한때를 ‘꽃’으로 비유한다. 문태준 시인에게 꽃은 또한 “자연은 정적인 것이 아니라 오히려 동적인 에너지로 순환하는 하나의 대표적 표상”이다. 문 시인은 고등학교 시절까지 산으로 사방이 둘러싸인 고향 김천 산골에서 꽃이 움트고 만발하고 시들었다가 떨어져 내리고, 다시 피어나는 이 순환을 보고 느꼈다.   

문태준 시인은 고향에서 멀리 떠나와 서울에서 살다가 1997년 고양으로 이사왔지만 이 도심에서도 생동하는 꽃과 자연을 느끼며 살아간다. 그는 서울로 출근하기 전 아침에 동네를 산책하다 꽃들을 보게 되는데, 배꽃을 특히 좋아한다고 했다. 며칠 전에는 화정역 인근 부부가 운영하는 꽃집에서 7000원을 주고 한아름 꽃을 구입했다고 했다. “요즘 꽃집에서 드물게 싼 꽃이지만 가장 풍요로움을 주는 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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