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농장, 고천제 겸 상량식 열어

자유농장, 고천제 겸 상량식 열어
감자 양파 호박… 성사동 텃밭에서의 첫 수확
“자연 섭리 따르며 행복한 공동체 꾸릴 것”

김한수 농장지기가 고천문을 올리고 있다.

[고양신문] “자유농장을 굽어보는 하늘과, 자유농장을 둘러싼 숲과, 자유농장의 생명을 보살피는 흙에게 아뢰옵니다…저희들은 겸허히 흙을 일구며 자유농장을 서로가 서로의 삶을 보살피는 놀이터로 만들겠습니다…(하략)”

28일 오후, 성사동 야산 기슭 별아산천이 돌아 흐르는 텃밭에 자리한 ‘자유농장’에서 올해의 첫 수확물을 하늘과 숲과 흙의 정령에게 바치는 고천제(告天祭)가 열렸다. 제상 위에는 자유농장에서 거둬들인 감자와 양파, 호박과 오이와 콩이 소담하게 놓였다.

자유농장 시설 조성작업의 상량식을 겸한 이날 고천제에서 자유농장 농장지기인 김한수 소설가는 스스로 짓고 낭독한 고천문을 통해 흙의 마음을 섬기고, 자연의 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그 가치를 일상 속에서 실천하겠다는 다짐을 고했다.

제상에 올라온 열매와 채소들은 모두 자유농장에서 수확한 것들이다.

고천제를 마친 자유농장 식구들과 손님들은 농장에서 기른 작물들로 만든 떡과 음식을 나눴다. 울금이 들어간 시루떡과 열무김치는 궁합이 잘 맞았고, 감자 베이스에 토마토와 양파, 바질을 토핑한 ‘자유농장표 감자 피자’는 모든 이의 입맛을 사로잡았다.

글쓰는 도시농부들이 중심이 돼 꾸려오는 자유농장은 재작년까지 풍동에 자리하고 있었지만, 지난해 이곳 성사동으로 터를 옮겼다. 김한수 농장지기를 비롯한 자유농장 식구들의 부지런한 손길을 거쳐 우거진 잡목 숲이 기름진 텃밭이 됐고, 이런 저런 시설들이 하나 둘 자리를 잡았다.

농장 한 쪽 아담한 건물에는 ‘지렁이 도서관’이라는 간판이 걸렸고, 그 옆에는 유기농 텃밭의 필수시설인 생태화장실이 자리를 잡았다. 농장 반대편 비닐하우스에는 이런 저런 프로그램도 진행하고 음식도 나눌 수 있는 모임공간이 꾸며졌고, 뜰에는 키 큰 느티나무 두 그루가 시원한 그늘을 만들어주고 있다.

자유농장은 농약과 화학비료, 비닐멀칭을 하지 않는 이른바 ‘3무 농법’을 실천하는 생태농장이다. 여러 팀의 도시농부들이 각각 농사를 짓는 밭이랑에는 수 십 종에 이르는 각양각색의 작물들이 건강하게 자라고 있다.

김한수 농장지기는 “올 봄 이상저온으로 관행농을 하는 농부들이 냉해를 많이 입었지만, 다행히 자유농장은 기대 이상의 여름 수확을 얻었다”면서 “수 십 년 동안 숲과 나무들이 길러온 기름진 흙의 힘 덕분”이라고 말했다.

자유농장은 성사동 텃밭 첫해를 맞아 다양한 사업들을 준비했지만, 코로나19 때문에 아직은 본격적인 프로그램을 진행하지 못하고 있다. 김한수 농장지기는 “조급해하지 않고, 자연의 섭리를 따르면서 행복하고 소박한 텃밭 공동체를 꾸려나갈 것”이라며 밝게 웃었다.
 

최고 인기 메뉴였던 감자 피자. 감자 도우도 토핑재료도 농장에서 수확한 것들이다.
'감자 무게 맞히기' 게임 우승자에게는 자유농장에서 수확한 울금가루가 상품으로 주어졌다.
자유농장 한쪽에 자리한 지렁이도서관과 생태화장실.
텃밭 한쪽에 예쁘게 가꿔진 꽃밭.
텃밭에서 자라고 있는 애플수박.
애연가인 김한수 작가가 정성을 쏟고 있는 담배 농사.
지난해 가을부터 새로운 농장을 꾸미느라 수고를 한 김한수 농장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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