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릉 교통대책에도 멈추지 않는 교통민원-

▲ (사진 위부터 순서대로) 고양선 화수역 유치, 3호선 가좌역 유치,  중산동 트램 연장 요구 현수막.
▲ (사진 위부터 순서대로) 고양선 화수역 유치, 3호선 가좌역 유치, 중산동 트램 연장 요구 현수막.

 

-창릉 교통대책에도 멈추지 않는 교통민원-
고양선 역 설치, 트램연장 요구 등 민원 ‘봇물’
‘3호선, 신분당선’ 연장, 묵은 과제 ‘제자리걸음’ 
GTX창릉역 신설엔 민감한 반응, 반대 목소리도


[고양신문] 최근 고양시에 GTX역 추가신설, 식사동 트램 설치가 확정 발표됨에 따라 수혜를 입게 된 인근 주민들이 크게 반기고 있다. 하지만 고양시 전체적으로 보면 철도교통에 대한 민원은 국토부 발표 이후에 오히려 증가하는 추세다. 고양시 아파트단지 곳곳에는 ‘철도(트램)를 연장하라’, ‘역을 신설하라’는 플랜카드가 내걸리고 있다. 조직적으로 서명운동에 나선 곳도 눈에 띈다.

국토부가 고양시에 신규 철도교통에 대한 선물을 안겨줬음에도 불만이 더욱 커지고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동시다발적 집단민원 발생

일산, 분당 등 1기 신도시가 개발된 이후 30여 년간 경기남·북의 교통격차는 점점 벌어졌고 교통여건이 나아지지 못하는 상황에서도 고양시의 인구는 계속 증가했다. 교통이 안 좋은데도 국가주도 택지개발은 끊이지 않았고 이로 인해 경기북부의 부동산 시장은 얼어붙었다. 이런 악순환이 이어지면서 고양시민들의 박탈감은 더욱 커져만 갔다.

최근 고양시에서 철도교통에 대한 집단민원이 이어지고 있는 곳은 5곳 정도다. ▲중산동 트램연장 ▲고양선 화수역 설치, 이 두 곳은 한 달 전 국토부 발표 이후 발생한 신규민원이고 ▲3호선 가좌역 신설 ▲신분당선 서북부(삼송) 연장은 수년간 이어진 민원이다. 또한 고양선이 처음 발표되고 약 1년간 이어져온 민원에는 ▲고양선 행신중앙로역 설치 요구가 있다. 이런 집단민원들은 대부분 아파트단지를 중심을 진행되면서 온라인커뮤니티 형성, 오프라인 단체행동으로 확산되고 있다. 반면 교외선 노선변경과 같은 이슈에 대해서는 외곽노선이란 특성 때문인지 도심 아파트와 같은 구심력을 가진 세력이 나오지 않아 한목소리를 내지는 못하고 있다. 

철도구축 계획 경기남부에 집중

국토부의 대책발표에도 고양시의 철도민원이 오히려 점점 증가하는 이유는 수년간 느껴왔던 상대적 박탈감이 최근 집중적으로 표출되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경기 남부와 북부의 철도교통 인프라의 차이를 가장 극적으로 보여주는 사례가 있다. 바로 5년에 한 번씩 이뤄지는 ‘경기도 도시철도망 구축계획’이다. 경기도는 경제성(B/C)을 토대로 경기도 내 도시철도망 구축계획을 5년마다 수립하고 있다.

그런데 가장 최근 두 번(2013, 2019년)의 구축계획을 살펴보면 모든 신규 철도노선이 경기남부에만 집중돼 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2013년 9개 철도망이 선정됐는데, 그중 파주선(킨텍스~운정)을 제외하면 모두 경기남부 노선이다. 북부에 하나 있던 파주선도 이후 경제성 부족을 이유로 폐기됐다. 그리고 가장 최근인 2019년 구축계획에는 경기북부 신규철도는 단 1개도 없다. 경기남부는 9개 노선이 선정됐는데, 성남이 3개로 가장 많았고, 나머지도 수원, 용인, 동탄, 부천 등 예외 없이 모두 남부에 집중됐다.
 

▲ 5년마다 수립되는 ‘경기도 도시철도망 구축계획’을 살펴보면 신규(연장) 추진노선 9개 중 경기북부지역은 단 1개도 포함되지 않았다.
▲ 5년마다 수립되는 ‘경기도 도시철도망 구축계획’을 살펴보면 신규(연장) 추진노선 9개 중 경기북부지역은 단 1개도 포함되지 않았다.

 

부익부빈익빈 심화시키는 ‘예타’

이런 결과가 발생하는 이유는 신규 철도노선 구축을 철저히 경제성만으로 판단하기 때문이다. 이용객이 많아서 흑자운영이 가능해야 철도를 놓아준다는 것이데, ‘경기도 도시철도망 구축계획’ 선정 기준인 B/C 0.7 이상이 나오기 위해서는 신규노선 주변으로 인구밀도가 높거나 산업단지가 형성돼 있어야한다. 경제성이 나오려면 산업과 택지가 애초에 구축돼 있어야 하는데, 이렇게 되면 도시개발과 산업유치가 더 활발한 경기남부가 노선연장이나 신규노선 유치에 유리할 수밖에 없다. 산업이 교통을 부르고 그 교통이 다시 산업을 유치하는 발판을 마련하게 되는데, 고양시를 비롯한 경기북부는 이와는 반대로 악순환이 지속되고 있는 셈이다. 

경기북부는 남부에 비해 철도뿐 아니라 고속도로 또한 매우 빈약하다. 고속도로 길이를 비교하면 남부는 747㎞, 북부는 80㎞에 그친다. 산업유치를 가로막는 군사보호구역을 보면 남부는 473㎢ 북부는 1889㎢다. 지역개발을 가로막는 규제는 북부에, 삶의 질을 올리는 교통인프라는 남부에 집중돼 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고양갑 심상정 의원은 지난해 10월 국회 국토위 국정감사에서 경기남·북 교통격차의 불공정을 꼬집었다. 심 의원은 “경기북부와 남부의 격차는 도민 개인 격차가 아니라 국가가 보장할 기본권 격차다”라며 “중첩된 규제와 교통격차로 인한 시민의 불공정한 삶은 앞으로 풀어야할 핵심문제다. 철도 교통을 확대해야 하며, 중첩규제가 불가피하다면 시민 삶을 공정하게 보전하기 위한 획기적인 정책이 나와야 한다”라고 말했다.

신규 철도노선은 B/C분석을 기본으로 한 예비타당성조사로는 경기남부에 절대적으로 불리할 수밖에 없다. 그래서 나왔던 것이 3기신도와 묶어서 내놓은 특별교통대책이다. 신규 철도노선에 대한 예타 통과가 쉽지 않다는 것을 잘 알고 있는 국토부는 2년 전 창릉신도시를 발표하며 ‘고양선’의 예타가 필요 없다고 안심시켰다. 민심을 잡기위해 신규 철도노선을 선물로 확정지으려 했지만, 기재부가 원칙을 고수하며 국토부 계획에 제동을 걸었고 결과적으로 고양선은 예타를 통과해야 진행이 가능하게 됐다. 일산·중산·탄현으로 연장계획인 인천2호선 또한 최근 검단신도시 구간이 기재부 예타 과정에서 경제성이 낮게 나오면서 일산연장 계획까지 차질을 빚게 됐다. 

경제논리보다 지역균형 따져야

이렇듯 개발이 더딘 경기북부지역은 우여곡절 끝에 예비타당성 대상사업에 선정되더라도 예타 과정에서 경제성이 낮게 나와 사업이 장기화되는 경우가 많다. 그 대표적인 예가 3호선 파주연장이다. 3호선 파주연장은 경제성이 나오지 않으면서 큰 갈등요인을 안게 됐다. 바로 어느 지역을 경유하느냐가 문제다. 경제성 논리로 따지면 가좌역 신설이 불합리한 결정일 수 있지만 지역주민은 물론 정치권과 지자체 입장에서는 절대 빠트려서는 안 되는 곳이다.

예타 통과가 어렵다는 것을 우려해 “역을 하나만 만들 거면 우리 동네 앞에 만들자”라며 지역 내 갈등이 발생하는 경향도 보이고 있다. 워낙 철도교통이 절실하다 보니 지역 내에서 다툼이 벌어지는 양상인데, ‘3호선 가좌역 신설’ 외에도 ‘고양선 화수역-행신중앙로역’ 간 경쟁이 발생하게 된 이유도 여기에 있다. 신규노선을 비용대비 편익비율이라는 숫자(B/C)로만 놓고 판단하다보니, 그간 지역주민들이 느꼈던 상대적인 박탁감이나 소외감 등은 무시되고 지역 내 갈등만 번지고 있다.

고양병 홍정민 의원실의 한 관계자는 “지금과 같은 시스템에서 철도교통은 ‘부익부 빈익빈’ 현상이 일어날 수밖에 없다”며 “정치권과 국토부가 꼭 필요하다고 생각한 노선도 예상과 달리 막히는 경우가 많은데 이를 해결하는 것(BC를 높이는 방안)이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진정한 수도권 균형발전을 위해서는 예타 과정에서 경제성만 볼 것이 아니라 종합평가 부분의 다른 요소들도 중요한 판단기준이 되어야 한다. 이러한 내용들을 정부 부처에 지속적으로 요구할 계획이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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