궁금해요, 건강 - 노인성 난청

신체기능 퇴화로 인한 노인성 난청
고립감·우울증 등 심리적 영향까지
적절한 보청기 착용이 최고 치료법
사회적 인식 개선해 거부감 줄여야

조창건 동국대일산병원 이비인후과 교수는 “노인성 난청이 노인들만 겪는 증상이라고 오해하기 쉽지만, 사실 남성은 보통 30대부터 여성은 40대부터 이미 시작된다고 봐야 한다”며 “난청은 단순히 청력문제에만 국한되지 않고 사회적 고립감, 우울증, 치매 등 심리사회적 문제로까지 이어질 수 있기 때문에 가능하면 조기에 진단해 적극적으로 치료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조창건 동국대일산병원 이비인후과 교수는 “노인성 난청이 노인들만 겪는 증상이라고 오해하기 쉽지만, 사실 남성은 보통 30대부터 여성은 40대부터 이미 시작된다고 봐야 한다”며 “난청은 단순히 청력문제에만 국한되지 않고 사회적 고립감, 우울증, 치매 등 심리사회적 문제로까지 이어질 수 있기 때문에 가능하면 조기에 진단해 적극적으로 치료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고양신문] “눈이 멀면 사물에서 멀어지고, 귀가 멀면 사람에게서 멀어진다.” 시각·청각 장애인으로는 세계 최초로 대학교육을 받은 미국의 작가 겸 사회사업가인 헬렌켈러가 한 말이다. 잘 보이지 않아도 가족이나 친구들과 의사소통하는 데는 큰 문제가 없다. 하지만 귀가 닫히면 주위에 있던 사람들과의 거리는 점점 멀어지고 만다. 

조창건 동국대일산병원 이비인후과 교수를 만나 이야기를 나누던 중 기자인 나 자신이 생기발랄했던 이모와 대화를 줄이고 어느 순간부턴가 최소한으로 필요한 이야기만을 하며 약간의 거리를 두기 시작했던 까닭도 이모의 노화로 인한 난청 때문이었음을 뒤늦게 인식하게 됐다. 정년퇴직한 선배가 밥을 같이 먹으며 예전과 달리 유난히 목소리가 더 커진 것 역시 단순하게 볼 일이 아니라는 생각까지 들었다.

청각기관의 퇴행으로 인해 소리가 점점 들리지 않는 현상인 노인성 난청을 ‘나이 들면 당연히 귀도 안 들리는 거 아닌가’라고 단순히 여기기에는 문제가 그리 간단치는 않아 보였다. 

우리 몸에서 귀의 기능과 역할은.
귀가 얼굴 양쪽에 하나씩 있는 이유가 안경이 흘러내리지 않게 하기 위해서라는 우스갯소리가 있는데 그럴듯하지 않나. 안경을 잘 쓸 수 있도록 양쪽에서 균형을 잡아주니까 말이다.(웃음) 실제로도 귀는 평형감각 기관이다. 몸의 움직임이나 기울어짐을 감지하고 평형을 유지해준다. 귀 안쪽 반고리관에 가득 차있는 림프액이 몸이 움직임을 감지해 평형을 맞춰주는 것이다. 그 반고리관에 문제가 생기면 중심을 못 잡고 어지럼증이나 심하면 구토까지 발생할 수 있다. 

귀의 구조와 기능 [이미지 출처 = 국가건강정보포털 의학정보]
귀의 구조와 기능 [이미지 출처 = 국가건강정보포털 의학정보]

평형감각 뿐 아니라 청각기능도 중요할 텐데.
물론이다. 청각은 우리 몸에서 시각 다음으로 많은 외부 정보를 책임진다. 사실 인간의 감각 시스템은 1초당 100만 바이트의 데이터를 받아들인다. 지금 이 순간에도 대화, 시각, 후각, 촉각 등 우리 몸의 모든 감각 기관이 가동돼 엄청난 양의 데이터를 감지하지만, 그 중 우리 뇌가 처리할 수 있는 양은 1초당 약 4바이트 정도밖에 안 된다. 청각은 시각과 함께 우리 몸에서 외부의 정보를 받아들이는 데 있어 가장 중요한 기관이다.  

청각은 엄마 뱃속에서부터 발달하고 태어나면서 기능이 일찍 완성되고, 세상을 떠날 때 가장 늦게 닫히는 감각기관이기도 하다. 돌아가시는 분들이 임종 시 눈은 뜨지 못해도 가족들의 작은 소리 하나하나를 느끼는 경우를 흔히 보는 것처럼 말이다. 

노인성 난청에 대해 간략히 설명하면.
사람은 누구나 나이가 들면 모든 신체기능이 퇴화하는데, 청력에 있어서도 청각기관에 자연스럽게 노화가 진행되면서 발생하는 난청을 노인성 난청이라고 한다. 미국의 경우 65~74세의 약 20%, 75세 이상에서는 약 50%가 난청을 앓고 있다고 알려져 있다. 

노인들만 겪는 증상이라고 오해하기 쉽지만, 사실 남성은 보통 30대부터 여성은 40대부터 이미 시작된다고 봐야 한다. 다만, 단번에 알아챌 수 있는 시력감소와는 달리 난청은 우리 자신이 평소 잘 인식하지 못하고 있을 뿐이다. 

대부분의 질병이 그렇지만 난청은 예방과 적절한 치료가 가장 중요하다. 처음엔 서서히 진행되다가 나이가 들수록 그 기능이 급격하게 떨어지고 다시 회복할 수 없는 비가역적 성질의 질환이기 때문이다.  

연령에 따른 청력의 변화 [이미지 출처 = 국가건강정보포털 의학정보]
연령에 따른 청력의 변화 [이미지 출처 = 국가건강정보포털 의학정보]

보통 나이 들면 당연히 생기는 증상이겠거니 하는데.
난청의 문제는 단순히 잘 안 들린다는 것에서 끝나지 않는다는 데 있다. 말소리가 잘 들리지 않을 뿐만 아니라 다른 사람들의 말을 이해하는데 어려움이 커지면서 주위 사람들과 의사소통이 점점 더 힘들게 된다. 

고도난청의 경우 단순히 청력문제에만 국한되지 않고 사회적 고립감, 우울증, 치매 등 심리사회적 문제로까지 이어지게 된다. 미국 존스홉킨스의대의 연구에 따르면 보청기가 필요한 청력을 가지고 있거나 보청기로도 잘 들을 수 없는 고도난청 환자의 경우 치매 발생률이 정상인 사람에 비해 5배나 높다고 한다. 

난청을 단순히 나이 들면 생기는 질환으로 가볍게 봐서는 안 된다. 노인성 난청은 인간관계, 정신건강 등에 심각한 영향을 끼치며 삶의 질까지 떨어뜨리기 때문이다. 조기에 진단해 적극적으로 치료할 필요가 있다. 아프면서 오래 사는 것만큼 고통스러운 일도 없을 것이다. 평균수명의 증가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건강수명이 늘어야 좋은 것 아니겠나.  

노인성 난청의 주된 증상은.
말소리를 잘 못 알아듣거나 이해하지 못하는 장애 외에도 방향을 찾는 데 어려움을 겪기도 하고, 특히 4kHz 이상 고음역의 청력 손실로 인해 소음이 있거나 잔향이 있는 환경에서 말소리 이해가 현저히 떨어지는 것이 특징이다. 

▲귀가 잘 들리지 않아 불편하다는 말을 한다 ▲TV 등을 볼 때 표정이 심각하거나 긴장한다. ▲TV 소리를 키우거나 귀를 TV에 가까이 갖다 댄다 ▲사람들이 중얼거린다고 불평을 한다 ▲자주 되묻거나 엉뚱한 소리를 한다 ▲평상시보다 말소리를 크게 낸다 ▲사람들을 피하거나 과민하게 행동한다 등이 주요하게 나타나는 난청 의심증상이다. 

노화 외에 다른 원인도 있나.
노인성 난청은 달팽이관속의 유모세포와 청신경의 퇴행이 원인으로 알려져 있다. 즉, 듣는 신경기관이 제 기능을 못하게 되는 상태다. 하지만 흡연이나 음주, 지속적인 소음 노출, 이독성 약물 등의 환경적 인자가 누적되고 가족력 등 유전적 인자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해서 발생한다고 봐야 한다. 

이명도 난청의 직접적 원인이 되는지.
나이가 들면서 이명현상을 겪는 사람이 많다. 이명은 달팽이관 내에 청각유모세포가 손상되면 잘못된 소리 신호가 발생하는 현상인데, 그 신호가 청신경을 타고 뇌로 올라가서 뇌에서 이상한 소리가 나는 것으로 인식하게 되는 것이다. 

사실 이명은 귀에서 나타나는 현상일 뿐이고 그 뒤에 숨어 있는 난청 혹은 청신경종양이 원인일 가능성도 있다. 이명현상은 우리 몸의 청각 시스템에 문제가 생겨서 난청이 발생할 수 있다는 신호로 볼 필요가 있어 유의해야 한다. 몇몇 대학병원에서 ‘이명진료나 치료는 하지 않는다’고 공지할 정도로 아직까지는 이명에 대한 입증된 치료법이 없는 것이 현실이다.  

장시간 이어폰 사용도 문제가 되나.
요즘은 정말 어른 아이 구분 없이 이어폰이 일상이 돼서 약간 걱정인 측면도 있다. 이어폰으로 듣는 소리는 바로 고막 가까이에서 크게 소리가 속으로 들어가는 것이기 때문에 청각세포에 큰 영향을 준다. 

따라서 소리 크기를 가급적 전체 볼륨의 60% 미만으로 줄여서 듣고, 몇 시간 연속해서 듣기보다는 50분마다 10분 정도 귀를 쉬게 해주어야 귀와 뇌 건강에도 좋고 난청 예방에도 도움이 된다. 소음이 심한 나이트클럽이나 노래방 사용도 장시간 혹은 자주 이용하게 되면 그 소음이 난청 발생의 원인이 될 수도 있다. 

조창건 동국대일산병원 이비인후과 교수

진단과 치료는 어떻게 하나.
앞에서 이야기한 의심증상이 나타나면 이비인후과를 찾아 정확한 청력검사를 통해 진단한다. 심한 이명현상 등을 동반할 경우 귓속 달팽이관이나 청신경종양 등이 있는지 확인하기 위해 CT나 MRI 검사를 할 수도 있다.  

노인성 난청을 근본적으로 치료하는 약물이나 수술은 없다. 청각신경세포의 손상으로 인한 노인성 난청을 손상 이전으로 회복할 수 있는 방법은 없기 때문이다. 현재로서는 보청기를 통해 소리를 듣는 것이 가장 효과적인 청각재활 방법이다. 기술의 발달과 더불어 그 성능과 효과는 이미 전 세계적으로 검증됐다. 이미 1990년대 이후 소음은 걸러주고 말소리만 전해주는 디지털 보청기, 최첨단 귀걸이형 보청기 등 다양한 보청기가 나와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에서는 여전히 보청기에 대한 인식이 여전히 좋지 않고 거부감을 느끼는 경우가 많아 안타까운 마음이 너무나 크다. 더구나 100% 해외에서 제품을 수입하다보니 비싼 가격 때문에 사용을 주저하게 되는 경우가 많다. 그러한 이유로 난청을 방치하면 문제가 더욱 심각해지고 일정 수준 이상 청각이 손상되면 아무리 비싼 보청기도 소용없게 된다. 

인광와우의 구조와 작동원리 [이미지 출처 = 국가건강정보포털 의학정보]
인광와우의 구조와 작동원리 [이미지 출처 = 국가건강정보포털 의학정보]

이런 고도난청의 경우에는 인공와우 이식술을 해야 한다. 기능을 하지 못하는 달팽이관 대신 외부의 소리를 전기 신호로 바꾸어주는 장치다. 수술 시 전신마취를 해야 하고 기계 값만도 2500만원에 이를 정도로 고액의 비용이 든다. 수술 후 재활 기간도 1~2년이 필요하다. 따라서 가능하면 초기부터 정확한 진단을 통해 자신에게 가장 적절한 보청기를 사용하는 것이 현재로서는 가장 최선의 치료법이라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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