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흥렬 사진전 ‘트리 판타지아’

사연 깃든 나무들 찾아 세상 곳곳 누벼
신비로움 포착하는 라이트 페인팅 특징 
이달 18일까지, 정발산동 ‘갤러리 뜰’

전시가 열리는 '갤러리 뜰'
전시가 열리는 '갤러리 뜰'

[고양신문] ‘최고의 나무 사진가’로 불리는 이흥렬 작가의 사진전이 열리고 있다. 29일부터 정발산동 ‘갤러리 뜰(대표 김유선)’에서는 작가의 ‘트리 판타지아-Tree Fantasia’ 초대전이 진행 중이다. 조명 아래에서 빛나는 그의 작품들은 독창적인 아름다움을 보여준다. 나무들은 신비롭고 환상적이다. 사진 속의 나무들은 나무를 넘어 나무 이상의 것처럼 보인다. 

이 작가는 “지구의 주인공은 인간이 유일하지 않다. 나무도 역시 지구의 주인공이다”라는 철학을 가지고 있다. 나무와 사람은 지구를 공유해야 하며, 똑같이 중요하다는 생각으로 나무 촬영을 10년 이상 지속하고 있다.

“평생 재미있게 할 수 있는 작업을 오랜 시간 고민했어요. 제가 내린 결론은 나무를 촬영하는 일이었지요. 사람은 누구나 가치 있는 일을 추구하는데요, 저에게는 이 작업이 삶이자 예술이었습니다. 생명은 자연에서 오고 자연은 생명을 품지요. 나무 사진은 제가 추구하는 가치와 부합한다고 생각합니다.”

이흥렬 작 '신안신목_팔금도 이목리 팽나무'
이흥렬 작 '신안신목_팔금도 이목리 팽나무'

그는 나무를 주인공으로 만들기 위한 장치로 조명을 사용한다. 모델들이 무대 위에서 조명을 받는 것처럼 나무에 스포트라이트를 비추는 것이다. 처음 시작은 ‘푸른 나무 시리즈’였다. 푸른색은 성스럽고 신비로우며 귀족적인 색으로 여겨진다. 나무를 귀족으로 표현하고 싶었다고 한다.

“나무는 지역에 따라 다릅니다. 팽나무라고 하더라도 남해와 제주도가 다르고, 네팔과 아프리카의 나무들도 다르지요. 바람, 토양, 환경 때문에 대상에 미묘한 차이가 있습니다. 그래서 각 지역의 느낌을 최대한 살릴 수 있는 라이트 페인팅 기법을 사용하지요. 조명의 색깔, 종류, 방법에 변화를 주며 작업을 하고 있어요.” 

이흥렬 사진작가
이흥렬 사진작가

이흥렬 작가는 사진을 전공했다. 대학에서 강의를 했고, 광고 사진을 촬영했고, 갤러리 관장을 역임했다. 전업 작가가 된 후에는 특별한 사연이 깃든 나무들을 찍기 위해 전국을 돌아다녔다. 지자체에서 보호수와 노거수의 리스트를 입수하여 수천 그루의 나무를 찾아다녔다. 지난달에는 남해군 내에서만 한 달 동안 3000km를 다니며 매일 밤 한 그루씩 스무 그루를 촬영했다. 

이번 전시에는 통영신목, 제주신목, 신안신목 등 그동안 국내와 해외에서 작업해 온 작품 20점을 선보인다. 팽나무, 대나무, 플라타너스 등 주인공은 모두 나무이지만 작품마다 느낌이 다르다. 네팔의 랄리구라스, 이탈리아의 올리브나무, 마다가스카르의 바오밥나무 작품도 전시에 포함돼 있다. 

이흥렬 작 '신안신목_지도 내양리 느티나무'
이흥렬 작 '신안신목_지도 내양리 느티나무'

언젠가는 남예멘에 있는 용혈수를 촬영할 예정이라고 한다. 용혈수는 ‘용의 피 나무’라는 이름처럼 상처가 나면 빨간색 수액이 나온다. 커다란 버섯처럼 생겼고 30m까지 자라는 거대한 나무다. 하지만 현재 예멘은 내전 중이라 여행 금지 상태다. 내년에는 중국 운남성의 수 백년 된 차나무를 촬영하려고 준비 중이다.

“나무는 인간처럼 나이가 들어야 본래 가지고 있던 습성을 드러내지요. 인간도 나이가 들어야 그 사람이 걸어온 모습이 드러나는 것처럼 말이죠. 오래된 나무들은 하나하나가 살아있는 역사인데요. 자연과 친화적인 삶을 바란다면 나무를 다시 한번 보기 바랍니다.” 

이흥렬 작 '천년의 올리브나무_가슴 뚫린 올리브나무'
이흥렬 작 '천년의 올리브나무_가슴 뚫린 올리브나무'

그동안 그는 이태리를 포함한 해외 전시와 수차례의 국내 전시를 하였다. 올 6월에는 그와 뜻을 같이하는 화가, 사진가, 조각가 등 예술인들과 각 분야의 전문가 열 명이 모여 비영리 협동조합 ‘예술의숲’을 결성하였다.

“예술의숲은 예술과 자연, 그리고 생명의 가치를 연결하자는 취지의 법인입니다. 조합의 목표는 100만 평의 숲을 가꾸는 거예요. 숲속에는 작가들 100명 정도의 주거공간을 짓고, 작가들은 예술 학교에서 학생들과 함께 공부를 하지요. 조합원들이 이 숲을 운영하며, 주말에는 개방하여 공연장과 전시장에서 일반인들과 어울리는 숲을 만드는 것이 제 꿈입니다.”

전시가 열리는 '갤러리 뜰'
전시가 열리는 '갤러리 뜰'

예술의숲은 각 지역의 갤러리와 관련업체 10여 곳과 MOU를 맺었다. 이번 전시 장소인 ‘갤러리 뜰’도 그 중 하나다. 
전시를 기획한 장광미 씨는 ‘예술의숲’ 마케팅이사로, 인테리어 디자이너이다. “이흥렬 작가의 예술세계를 단편적인 관점으로는 이해하기가 어렵다고 생각한다”면서 이번 전시의 기획 의도를 설명했다. 

“한 예술가의 나무에 대한 철학을 나누고자 합니다. ‘나무는 느린 인간이고, 인간은 빠른 나무다’라는 이 작가의 스토리텔링을 직접 보시기 바래요. 작가가 꿈꾸고 있는 예술의숲과 이번 전시가 어떻게 연결될지 응원하는 계기가 되길 소망합니다”

카페 갤러리 뜰은 올 6월에 오픈했다. 김유선 대표는 개관 이래 3주마다 초대전을 이어오고 있다고 한다. 

“미술 작품 관람을 좋아해서 남편과 함께 전시장을 많이 다녔어요. 관람 도중에 차를 마실 수 있는 공간이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곤 했지요. 우리 아이도 그림을 그리는데요, 청년 작가들을 위한 전시장이 부족하더군요. 그래서 오픈을 하게 됐어요. 앞으로는 더욱 많은 초대전을 할 예정입니다.” 
이번 전시는 18일까지 계속된다.

갤러리 뜰
고양시 일산동구 산두로 255-18
문의 : 070-4833-0045 (월요일 휴관)

이흥렬 작 '신들이 사랑한 나무 바오밥_ 별들과 녹색 바오밥'
이흥렬 작 '신들이 사랑한 나무 바오밥_ 별들과 녹색 바오밥'
이흥렬 작 '신안신목_하의도 어은리 팽나무'
이흥렬 작 '신안신목_하의도 어은리 팽나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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