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시 <요셉 베르너 동판화전>
개성·매력 가득한 다색 동판화 60여 점
이달 31일까지, 정발산동 ‘갤러리 산수’

[고양신문] 독일 동판화계의 거장 요셉 베르너(Josef Werner) 개인전이 일산동구 정발산동에 자리한 갤러리 산수(대표 김동연)에서 열리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보기 힘든 컬러풀한 동판화와 세밀한 장서표(책 주인을 표시하는 증표, exlibris) 60여 점을 볼 수 있다. 

‘그래픽 동판화계의 마스터’라 불리는 작가는 1945년 체코에서 태어났다. 1968년 민주화 운동 ‘프라하의 봄’이 일어나면서 독일로 이주했다. 이후 독일과 뉴욕을 오가며 작업을 지속했고, 현재는 독일 프리엔에 거주하는 화가이자 조각가이자 일러스트레이터다. 대중적으로 인기가 많은 그의 작품은 각국의 공공미술관과 다수의 개인 콜렉터들이 소장하고 있다. 그동안 세계 여러 나라에서 150회 이상의 개인전을 열었고, 그래픽 아트 분야에서 여러 차례 수상한 바 있다.  

갤러리 산수를 가득 채운 작품들은 화사한 수채화 느낌이다. 마치 한지에 그린 듯 색채의 스며듦이 자연스럽다. 에칭을 기본으로 애쿼틴트 기법을 결합해 완성한 결과물이다.  

작가는 선, 도형, 곡선에서 진화한 사물의 세계를 유머러스하게 전달하고 있다. 작품 속 인물들은 섬세한 몸짓과 부드러운 움직임을 통해 다양한 이야기를 전달한다. 아름다움은 세련된 색채와 기하학적 직선에서 도드라진다.

작품명 '카페에서'. 
작품명 '카페에서'. 

‘카페에서(At the Cafe)’라는 작품 속 두 남녀의 모습은 코믹하면서도 우아해 보인다. 사랑하는 연인이 카페에 앉아 이야기를 나누는 즐거움이 그대로 전해지는 것 같다.

나란히 걸려 있는 작품, ‘저글러-히에로니무스 보쉬에 대한 경의(The Juggler-Homage to Hieronymus Bosch)’에서는 공중을 날아가는 새와 신부님의 설교를 듣고 있는 사람들이 보인다. 종교와 도덕적 교훈을 주로 그렸던, 1500년대 네덜란드의 풍자 화가 히에로니무스를 오마주한 듯하다. 

작품명 '저글러-히에로니무스 보쉬에 대한 경의'.
작품명 '저글러-히에로니무스 보쉬에 대한 경의'.

야자수와 선인장 등 녹색의 화초들이 심어져 있는 정원 속에서 한 여성이 갈색의 좌대 위에 앉아 있는 ‘팜가든에서(In the palm garden)’는 유쾌한 작품이다. 흰색 눈, 빨간 입술, 노란색 얼굴이 즐겁게 노래를 부르고 있다. 이렇게 정교한 색상을 단 세 장의 동판으로만 표현했다는 사실이 놀랍다. 

작품명 ‘회오리바람-크리스티안 모르겐슈테른에 대한 경의'.
작품명 ‘회오리바람-크리스티안 모르겐슈테른에 대한 경의'.

‘회오리바람-크리스티안 모르겐슈테른에 대한 경의(Whirlwind-Homage to Christian Morgenstern)’는 독일 서정시인에 대한 헌사다. ‘스카이 글라이더(Sky Glider)’와 ‘에어 러버(Air Lover)’는 하늘을 배경으로 한 작품이다. 추상의 이미지들을 보며 작가는 어떤 생각을 담았는지 추측해 보는 즐거움이 있다. 한쪽 벽면을 가득 채운 12개의 별자리 시리즈는, 관람객들이 자신의 별자리를 어떻게 표현했는지 눈여겨보게 한다.

작품명 '에어 러버'. 
작품명 '에어 러버'. 

갤러리 산수의 김동연 대표는 “요셉 베르너는 오랜 시간을 들여 작품을 철저하게 완성하는 작가”라면서 “사람, 자연, 사물을 자기 나름대로 단순화하고 기호화해, 기하학적으로 표현함으로써 그만의 스타일을 만들었다”고 소개했다. 이어 갤러리 산수가 동판화 전시를 자주하는 이유를 들려줬다.

“동판화는 판화의 꽃입니다. 우리나라에는 목판화가나 석판화가들이 많은데요. 동판화는 기술적으로 어렵고 시간이 많이 걸리는 작업이지요. 그래서인지 동판화의 활성화가 안됐다고 봐요. 동판화가 시작된 유럽에서도 작가들이 갈수록 줄어들고 있습니다. 하지만 동판화의 색감은 다른 판화들보다 훨씬 매력적이에요. 미래 가치도 크다고 봅니다.”

갤러리에 전시 중인 이번 작품들은 귀하고 독창적이다. 흔히 접하기 힘든 대가의 특별한 전시를 놓치지 말자. 2일부터 시작된 전시는 31일까지 계속된다. 

갤러리 산수(Gallery SANSU)
주소  고양시 일산동구 산두로 213 번길 28
문의  070-8202-4787 

요셉 베르너의 동판화전이 열리고 있는 갤러리 산수.
요셉 베르너의 동판화전이 열리고 있는 갤러리 산수.
조디악(별자리) 시리즈를 감상 중인 관람객. [사진=갤러리산수]
조디악(별자리) 시리즈를 감상 중인 관람객. [사진=갤러리산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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