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직·성과체계 다시 짜고 30년 꽃박람회 유산·MICE 경쟁력 결합해야
[고양신문] 고양시 경제를 연구하다 보면 요즘 부쩍 이런 질문을 많이 받는다. "그럼 이제 꽃박람회는 어떻게 되는 건가요?" 지난해 10월 (재)고양국제꽃박람회와 고양컨벤션뷰로가 합쳐져 (재)고양국제박람회재단이 출범한 뒤부터다. 30년 가까이 봄이면 호수공원에서 꽃박람회를 봐 온 시민들 입장에서는 당연한 궁금증이다.
마침 민선 9기도 출범했다. 새 시정이 챙겨야 할 일 가운데 눈에 잘 띄지는 않지만, 이 재단을 어떻게 운영할 것인가는 고양의 산업 지형을 좌우할 수 있는 문제다. 최근 고양연구원에서 이 재단의 현황과 방향을 연구해 왔다. 그 과정에서 보고 느낀 것들을 시민들께 소개하려 한다.
먼저 두 산업이 처한 형편부터 살펴보자. 고양시 화훼 재배면적은 2020년 188.5ha에서 2024년 174.0ha로 줄었고 판매량도 같은 기간 계속 감소했다. 꽃박람회도 비즈니스 상담액이 3년 연속 줄어드는 등 성과가 예전만 못하다. 반면 MICE 산업은 킨텍스 제3전시장 건립이 추진되고 GTX-A가 개통되는 등 기반이 갖춰지면서 지역 내 비중을 키워가고 있다. 산업 여건만 보면 재단 운영의 무게중심을 MICE 쪽으로 옮기는 것은 피하기 어려운 흐름이다.
그럼 방향만 정하면 되는 것일까. 연구를 진행하며 절감한 것은 방향보다 실행이 훨씬 어렵다는 사실이었다. 세 가지를 말하고 싶다.
첫째, 조직을 합쳤으면 일하는 방식도 합쳐야 한다. 재단 내부를 들여다보면 간판은 하나가 됐지만, 업무 방식과 인사 기준, 성과 평가가 아직 따로 움직여 하나의 조직으로 체감되지 않는다는 목소리가 있었다. 통합의 성패는 출범식이 아니라 그 뒤의 기능 재편에서 갈린다. 특히 성과를 재는 잣대가 문제다. 시민 축제를 맡는 쪽과 기업·국제행사를 유치하는 쪽은 일의 성격이 전혀 다른데, 관람객 수 같은 하나의 잣대로 재면 어느 쪽의 성과도 제대로 보이지 않는다. 여러 부서에 흩어진 비슷한 업무를 정리하고 본부별 성격에 맞는 성과지표를 다시 짜는 작업이 민선 9기 초반에 이뤄져야 한다.
둘째, 꽃박람회는 지키는 것을 넘어 다시 설계할 때가 됐다. 연구진이 검토한 방안 중 하나는 박람회를 둘로 나누는 것이다. 해외 바이어와 전문가가 모이는 국제 원예·화훼 전문전시회는 몇 년에 한 번 집중적으로 열어 전문성을 높이고, 시민이 즐기는 정원·꽃 축제는 매년 일산호수공원에서 이어가는 방식이다. 30년간 쌓인 박람회 기획 역량은 MICE 산업과 결합할 때 더 큰 쓸모를 갖는다. 꽃박람회를 이렇게 키워가는 것이 오히려 유산을 제대로 잇는 길이라고 본다.
셋째, 통합 과정에서 사람과 제도를 놓치면 안 된다. 다른 지역 사례가 주는 교훈이 뚜렷하다. 보령축제관광재단은 머드축제를 그대로 유지하면서 중소형 회의부터 차근차근 MICE 기능을 키워 성과를 냈다. 반면 제주에서는 컨벤션뷰로가 관광공사에 흡수되는 과정에서 인력 고용 승계가 되지 않아 전문성과 국제 네트워크가 약해지는 어려움을 겪었다. 고양컨벤션뷰로가 십수 년에 걸쳐 만들어 온 국제기구 네트워크와 행사 유치 노하우는 한번 흩어지면 다시 사기 어려운 자산이다. 아울러 화훼산업 진흥을 전제로 만들어진 현행 조례와 정관도 재단의 달라진 기능에 맞게 손봐야 한다.
민선 9기의 4년은 이 재단의 성격이 굳어지는 시간이다. 꽃의 도시라는 이름과 MICE 중심도시라는 미래는 하나를 고르는 문제가 아니라, 둘이 서로를 키우도록 판을 짜는 문제다. 필자도 고양연구원에서 고양시 경제를 총괄하며 이 문제를 계속 고민하고 연구해 갈 것이다. 봄에는 호수공원에 꽃이 피고, 사시사철 킨텍스에 세계의 손님이 찾아오는 고양시가 되길 희망해본다.
김용덕 고양연구원 경제연구실장·미래전략데이터센터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