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넷 월요시민강좌
김지호 대표 '생애주기와 공간'
김지호 “아파트 자산화가 삶 옥죄어”
집 안 위험 줄이고 생활권 지켜야
[고양신문] “사람은 변하는데 왜 집은 그대로일까요. 우리가 지켜야 할 것은 등기부상의 평수나 주소의 연속성이 아니라, 내 삶의 연속성입니다.”
김지호 아이스토리 대표는 지난 24일 사과나무교육센터 대강의실에서 열린 건강넷 월요시민강좌에서 ‘생애주기와 공간-집을 고르는 기준은 인생의 어느 시점에 바뀌는가’를 주제로 강연을 펼쳤다.
김 대표는 한국의 압축적 산업화가 도시를 빠르게 짓기 위해 아파트를 선택했고, 이것이 유독 ‘자산화’와 결합했다고 짚었다. 가계 자산의 75%(고령층 80~90%)가 부동산에 묶이다 보니, 몸이 불편해도 못 옮기고 방이 남아돌아도 평수 때문에 집을 줄이지 못하는 모순이 발생한다는 것이다. 실제로 자녀 셋을 출가시키고 50평대 아파트에 사는 70대 부부는 하루 종일 안방과 거실만 오가며, 난방비를 아끼려 나머지 방 세 개의 보일러 밸브를 잠가둔다. 김 대표는 “등기부에 적힌 평수, 짐이 차지한 평수, 실제로 삶이 담기는 평수는 다르다”고 꼬집었다.
김 대표는 25년간 아이들의 교육 공간 등을 설계해 온 베테랑 공간 디자이너다. 저서 『학교공간 디자인 산책』을 펴내고 유튜브 채널 '김지호의 공간 문해력'을 운영하며 일상 공간의 가치를 전해왔다. 그는 “오늘 이야기는 노인 문제나 개인의 잘못을 지적하려는 것이 아니다”라며 “주거 구조를 알아야 무엇을 바꿀지 보인다”고 설명했다.
이어 사회학자 피터 라슬렛의 ‘인생 4기론’을 들며 은퇴 후 맞이하는 ‘인생 3기’를 위한 집의 준비를 주문했다. 특히 “낙상 사고 4건 중 3건이 집 안에서 발생하고, 50세 이상 고관절 골절 환자의 20~30%가 2년 안에 사망한다”는 통계를 제시하며 문턱과 야간 동선의 위험성을 경고했다. 센서등 설치, 문턱 경사 패드, 75~120㎝ 높이의 ‘골든존’ 수납 등 당장 실천할 수 있는 안전 팁도 덧붙였다.
해외 선진 사례를 소개한 그는 “한국은 고급 실버타운과 공공주택 사이, 대다수가 머물 ‘중간 주거’가 비어 있다”고 진단했다. 대안으로 1기 신도시 일산의 평탄한 보행환경과 30년간 다져진 관계망을 꼽으며 “생활권은 지키되 집을 라이프스타일에 맞게 고쳐 쓰는 지혜”를 강조했다.
김 대표는 “현관을 나선 뒤 10분 안에 나를 밖으로 불러내는 장소가 몇 개나 있는지 돌아봐야 한다”며 “지금 집에 ‘남든’, 맞지 않아 ‘옮기든’, 의료와 관계망을 ‘연결’해 다음 10년을 살아낼 집을 준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