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만 시민 지지 서명으로 유치 동력 확보
초거대 데이터센터 아닌 AI 정책·규범 거점
송도·부산·광주 등 전국 지자체와 경쟁
하반기 정부 공모 앞두고 유치 논리 총력전
[고양신문] 인공지능(AI) 국가 전략의 거점이 될 ‘UN 글로벌 AI 허브’ 고양시 유치를 위한 민간 주도의 범시민 조직이 공식 출범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올 하반기 전국 지자체를 대상으로 입지 공모에 나설 예정인 가운데 고양시도 본격적인 유치전에 뛰어들었다.
‘UN 글로벌 AI 허브 유치 고양 범시민추진위원회(공동위원장 홍영표·최창의)’는 7일 일산호수공원 고양꽃전시관에서 시민 40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발대식을 개최하고 10만 시민 지지 서명운동에 돌입했다.
이날 행사에는 민경선 고양시장, 김미수 고양시의회 의장을 비롯해 양한광 국립암센터 원장, 이왕준 명지병원 이사장, 김유열 EBS 사장, 황선숙 MBC C&I 이사, 김성식 한국건설기술연구원 센터장 등 지역 주요 공공·의료·방송·연구기관 관계자들이 대거 참석했다.
관 주도 벗어난 시민 제안 ‘바텀업’ 방식
이번 유치전의 특징은 행정이 주도하는 기존 국책사업 유치 방식과 달리, 시민사회가 먼저 필요성을 제기하고 행정이 뒷받침하는 상향식(Bottom-up) 거버넌스라는 점이다.
홍영표 공동위원장은 인사말을 통해 “우리가 유치하려는 허브는 인류를 위협하는 AI가 아닌, 인간 세상을 널리 이롭게 하는 ‘홍익 AI’의 윤리와 거버넌스를 창설하는 중심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민경선 시장은 축사에서 “국제기구 유치를 먼저 제안하고 오늘 이 자리를 만든 것은 모두 고양시민들”이라며 “범시민추진위원회의 출범은 유치가 단순한 행정의 목표가 아니라 고양시민 전체의 뜻임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밝혔다.
김미수 시의회 의장 또한 “과거 외곽순환도로 통행료 인하 등을 이끌어낸 고양시민의 저력이 있다”며 “유네스코 유산 등재나 국제기구 유치의 최종 평가 기준은 주민들의 참여 의지인 만큼, 시의회 34명 의원 모두가 힘을 보태겠다”고 말했다.
초거대 데이터센터 아닌 '정책·규범 두뇌 집약체'
‘UN 글로벌 AI 허브’는 인공지능을 안전하고 공정하게 활용하기 위한 국제협력 플랫폼이다. 세계보건기구(WHO), 유엔아동기금(UNICEF) 등 UN 산하 9개 기구와 세계은행(WB) 등 5대 다자개발은행이 참여한다. 주된 기능은 AI 윤리 및 국제표준 제정, 글로벌 AI 격차 해소, 기후·보건 등 인류 공통 과제 해결을 위한 AI 정책 연구 등이다.
이날 열린 ‘시민과의 대화’ 패널 토론에서는 시설 성격을 둘러싼 시민 질의와 팩트체크가 이어졌다. 이상성 전 경기도의원이 “기구 유치 시 0.3~0.5GW 규모의 막대한 전력이 소모되는 데이터센터가 들어올 텐데 전력망 확충 및 신재생에너지 대책이 있는가”라고 지적하자, 행정 실무를 맡은 안영선 고양시 스마트시티과장이 이를 정정했다.
안 과장은 “해당 기구는 전력을 대량 소모하는 초거대 데이터센터를 짓는 사업이 아니다”라며 “제3세계의 AI 격차 해소와 글로벌 규범을 만들기 위해 전 세계에서 파견된 법률가와 정책 전문가 등 약 300~400명의 고급 인력이 상주하는 약 2000평 규모의 정책 연구 공간”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사법연수원과 사법정책연구원이 위치한 고양시가 최적지로 꼽히는 이유도 바로 이 규범 연구 기능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방송영상·바이오 인프라 강점… 송도·부산 등 광역지자체와 경쟁
경쟁은 치열하다. 2026년 하반기 공모를 거쳐 연말에서 내년 초 입지가 확정될 예정인 가운데 인천 송도, 부산, 광주, 경북, 제주 등 주요 광역지자체들이 유치전에 나서고 있다. 고양시는 경기도 내 대표 도시 선정을 놓고 성남 판교, 수원 등과 경쟁해야 한다.
전문가들은 고양시만의 차별화된 융복합 전략과 적극적인 제안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안지호 고양연구원 박사는 “지난 30년간 잠들어 있던 고양시가 베드타운의 마비 상태에서 깨어날 수 있는 강력한 자극제”라며 “정치권과 관내 핵심 기관장들의 리더십, 그리고 시민들의 서명이 결합한 ‘벌크업(몸집 키우기)’ 전략만이 광역 지자체를 상대로 승리할 수 있는 길”이라고 분석했다.
황선숙 MBC C&I 이사는 “고양시는 다수의 방송사와 21만 평의 방송영상밸리가 조성되는 미디어 중심지”라며 “AI 허브가 유치되면 고양시가 논의된 AI 기술과 정책을 현장에서 즉각적으로 실증하는 ‘AI 콘텐츠 글로벌 표준 도시’로 자리매김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현장에서는 파격적인 행정 제안도 나왔다. 허신용 전 고양시 기획조정실장은 “국제기구의 신속한 입주를 위해 킨텍스 1개 동을 선제적으로 제공하겠다는 제안을 정부에 던져야 한다”며 “아울러 킨텍스 배후 부지에 외국인 상주 인력을 위한 ‘UN 빌리지’와 국제학교를 조성하는 정주 여건 마스터플랜을 역제안하고, 시의회는 유치 촉구 결의안을 조속히 통과시켜야 한다”고 촉구했다.
범시민추진위원회는 이날 발대식을 시작으로 각 동 행정복지센터와 온라인을 통해 10만 시민 지지 서명을 받을 계획이다. 서명부는 하반기 정부 공모 과정에서 과기정통부와 국회에 전달할 예정이다. 또 9월 중 킨텍스에서 국제관계 전문가와 학계가 참여하는 전문가 포럼을 열어 고양시의 유치 논리를 구체화할 방침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