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시의회 시정질문
장윤정 의원(정발산·풍산·장항1·2동)
시의회 해제권고 뒤 하루 만에 전격 고시
동일 흠결에 2019년 반려·2023년 미승인
유효기간 만료된 확약서로 자금능력 승인?
중토위 공익성 부동의…107만 숲 보전 촉구
[고양신문] 15년 넘게 표류하며 주민 갈등을 빚어온 일산동구 산황동 골프장 증설 사업의 인허가 적법성을 둘러싸고 고양시의회에서 질타가 쏟아졌다.
13일 열린 제308회 고양시의회 제1차 정례회 시정질문에서 장윤정 의원(더불어민주당, 정발산·풍산·장항1·2동)은 산황동 골프장 증설 사업시행자 지정 및 실시계획인가 과정 전반의 절차적 하자, 효력이 만료된 대출확약서 승인 문제, 국토교통부 중앙토지수용위원회(이하 중토위)의 공익성 부동의 결정 무시 등을 조목조목 지적하며 고양시 행정의 책임 있는 결단을 촉구했다.
산황동 골프장 증설 사업은 기존 9홀 대중골프장에 9홀을 추가해 18홀로 늘리는 사업으로, 2011년 도시관리계획 입안 제안 이후 토지 확보 실패와 자금력 부족 등으로 수차례 반려와 미승인을 거듭해왔다. 그러나 민선8기 이동환 시장 재임 중인 2025년 6월 17일 고양시가 사업시행자 지정 및 실시계획인가를 고시한 가운데 현재 인가 처분 취소 및 무효 확인을 다투는 행정소송이 진행 중이다.
의회 해제 권고 ‘패싱’ 논란, 소명서 낸 이튿날 전격 고시
이날 장 의원이 가장 먼저 제기한 문제는 시의회 결정을 무력화한 인가 절차였다. 앞서 제9대 시의회는 해당 사업 부지가 2015년 도시계획시설 결정 이후 10년 넘게 집행되지 않았다는 점을 들어 2025년 2월 20일 본회의에서 ‘장기미집행 도시계획시설 해제 권고안’을 의결해 집행부로 이송했다.
국토계획법 시행령 제42조에 따르면 지자체장은 지방의회의 해제 권고를 받은 날부터 1년 이내에 해제를 위한 관리계획을 결정해야 하며, 해제할 수 없는 특별한 사유가 있을 경우 6개월 이내에 의회에 소명해야 한다. 그러나 고양시는 2025년 6월 16일 시의회에 미해제 사유 소명서를 제출하고, 바로 다음 날인 6월 17일 사업시행자 지정 및 실시계획인가를 고시했다.
장 의원은 “의회에 소명서를 전달하자마자 이튿날 인가를 고시한 것은 이미 내부 결정을 끝내놓고 요식행위로 의회를 거쳤다는 뜻 아니냐”며 “국토계획법에 명시된 의회 소명 절차를 완전히 무시한 처사”라고 비판했다. 이어 “시가 제출한 소명서 역시 10년 전 과거 서류를 답습했을 뿐, 변화된 기후위기 현실이나 도심 숲의 공익적 가치, 주민 의사를 반영한 합리적 검토 결과는 어디에도 없었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박문희 고양시 도시혁신국장은 “사업시행자 지정 및 실시계획인가 신청 접수 후 절차를 밟던 중 시의회 해제 권고가 접수됐다”며 “내부 검토를 거쳐 해제 불가 소명서를 회신한 뒤 인가 고시를 처리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요건 미비 동일한데…2019년엔 ‘반려’, 2023년엔 ‘미승인’?
보충질의에서는 고양시의 인허가 처리 기준을 두고 형평성 문제가 도마 위에 올랐다. 장 의원은 시가 사업자의 신청을 처리하는 과정에서 일관성 없는 ‘이중 잣대’를 적용했다고 지적했다.
해당 사업은 2019년 7월 접수 당시 토지 소유권 및 동의율 서류 미제출, 1단계 공사 준공 조건 미이행 등을 이유로 접수 12일 만에 ‘반려’ 처분됐다. 반면 2023년 1월 접수된 신청서는 토지 확보 요건 미충족, 준공 조건 미이행, 중토위 협의 자료 미제출 등 본질적인 요건 결여가 동일했음에도 즉각 반려되지 않았다. 시는 5개월간 관련 부서 협의를 거친 뒤 6월 30일에야 ‘미승인’ 통보를 내렸다.
장 의원은 “2019년이나 2023년이나 사무전결처리규칙상 인허가 전결권자는 국장으로 동일하다”며 “국토계획법 시행령 제49조에 규정된 법적 신청 요건을 갖추지 못했다면 2023년에도 당연히 반려했어야 마땅한데, 시는 이를 반려하지 않고 공식 접수해 부서 협의까지 진행했다”고 짚었다. 그러면서 “불필요한 행정력을 낭비했을 뿐만 아니라, 사업자에게 보완과 준비 시간을 벌어준 특혜성 처리가 아니었느냐”고 따져 물었다.
이에 박 국장은 “2019년에는 사업 대상지의 소유권 등 확보 여부를 검토할 기초 서류 자체가 제출되지 않아 요건 미충족으로 즉시 반려한 것”이라며 “2023년에는 서류 접수 후 관련 부서 협의를 거쳐 3분의 2 이상 토지 확보 등 동의 요건이 최종 미달한다고 판단해 미승인 처리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장 의원은 “두 시점 모두 중토위 협의 자료 미제출 등 서류 미비에 따른 요건 미충족은 본질적으로 같았다”며 “동일한 서류 미비 사안을 두고 한 번은 반려, 한 번은 미승인으로 처리한 것 자체가 명확한 기준 없이 행정편의적으로 대처했다는 증거”라고 재차 반박했다.
유효기간 만료된 2000억 대출확약서 “자금조달 승인 중대 하자”
인가 처분의 실체적 적법성을 둘러싼 공방도 이어졌다. 장 의원은 고양시가 사업자의 자금조달계획을 인정해준 근거인 iM증권 대출확약서의 유효기간 문제를 집중 추궁했다.
장 의원에 따르면, 사업자가 제출한 2000억원 규모의 대출확약서는 인가 고시일(2025년 6월 17일) 이전인 6월 9일에 이미 유효기간이 만료된 상태였다. 사업자는 인가 고시가 발표된 이후에야 뒤늦게 대출확약서 기한을 연장했다.
장 의원은 “2023년 시가 이 사업을 미승인했던 핵심 사유 중 하나가 ‘구체적인 자금 확보 계획 부족’이었다”면서 “처분 시점에 이미 효력이 끝난 대출확약서를 근거로 자금조달계획이 충족됐다고 판단한 것은 중대한 행정 하자”라고 강조했다. 이어 “행정처분의 적법 요건은 서류 접수 시점이 아니라 처분(인가) 시점까지 유지되어야 마땅하다”며 자금 능력이 입증되지 않은 상태에서 인가가 처리된 배경을 물었다.
박 국장은 “국토계획법상 자금조달계획은 별도의 유효성 증빙 기준이 없고 투자확약서 또한 법적 필수 서류는 아니다”라며 “접수 당시 유효했던 서류였고, 통상적으로 재연장이 이루어지는 점을 고려해 처리된 것으로 안다”고 답했다.
중토위 공익성 부동의로 수용권 상실, 1년째 ‘첫삽’ 못 떠
골프장 증설 사업의 실현 가능성 자체에 대한 회의론과 안전 문제도 제기됐다.
사업자는 2025년 2월 27일 국토교통부 중앙토지수용위원회로부터 사업인정(의제) 협의에서 ‘공익성 불인정’으로 부동의 결정을 받았다. 이로써 골프장 증설을 위한 토지 강제수용권은 상실됐다. 고양시는 착공 전까지 사업 대상 토지의 소유권과 사용권을 100% 확보할 것을 조건으로 인가를 내주었으나, 사업자는 여전히 토지 매입을 마무리하지 못해 인가 후 1년 넘도록 착공조차 하지 못하고 있다.
인근 주민들의 생활 안전 위협도 도마에 올랐다. 사업 부지와 인근 민가 사이의 거리가 15~17m에 그쳐 소음 피해는 물론 골프공 비거리 사고 위험 등 주민 안전에 직접적인 위협이 된다는 지적이다.
장 의원은 “당초 인가된 사업 기간은 2026년 12월 31일까지인데, 착공조차 못한 채 기한 만료를 앞두고 있다”며 “사업자가 최근 미확보 토지를 제척하는 경미한 변경 신청과 사업 기간 연장을 요구하고 있는데, 이는 ‘경미한 변경’의 외피를 쓴 중대한 변경이자 무리한 특혜 연장”이라고 주장했다.
끝으로 장 의원은 부지가 지닌 생태적 가치와 공익성을 역설했다. 장 의원은 “2024년 9월 나온 환경영향평가서에 따르면 증설 골프장의 추정 이용객은 연간 약 6만7600명에 불과하다”며 “이 부지는 자연의 허파 역할을 하는 개발제한구역(그린벨트)이자 사적 영리 개발이 엄격히 제한되는 공익용 산지다. 107만 고양시민을 위한 도심 숲을 지켜낼 것인지, 6만여 명만을 위한 골프장으로 전락시킬 것인지 역사적 갈림길에 서 있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민경선 시장은 “인가 고시 과정의 행정 절차 및 주요 쟁점에 대해 법률적 유권해석과 검토를 진행 중이며, 진행 중인 행정소송에도 신중하게 대응하고 있다”며 “지역 주민의 생활환경, 재산권, 자연 생태계 보전 등 복합적인 영향이 얽혀 있는 사안인 만큼 성급한 판단을 지양하고 주민 의견 경청과 지역사회의 충분한 숙의 과정을 거쳐 향후 사업 방향을 신중하게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