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유럽특파원 생생통신]
한반도 평화를 향한 60년, 세대를 잇다
베를린서 제8회 한반도평화음악회 성료
파독간호사 60주년 맞아 평화와 화합 무대로
[고양신문] 독일 통일 36주년이 되는 2026년 가을, 한반도의 평화와 통일을 염원하는 희망찬 노래가 동서독 분단의 상징이었던 베를린에서 힘차게 울려 퍼졌다.
제8회 한반도평화음악회가 지난 5일 독일 베를린의 빌헬름황제기념교회에서 열렸다. 베를린 한반도평화음악회는 2019년 베를린 장벽붕괴 30주년을 기념해 개최하기 시작해 매년 10월에 열린다. 코로나 시기에도 꾸준히 진행돼 올해로 8회째다.
‘한반도 평화를 향한 60년, 세대를 잇다’를 주제로 열린 이날 공연에는 500여 명의 관객이 객석을 가득 채우며, 평화와 통일에 대한 뜨거운 열기를 보였다. 공연 장소인 빌헬름황제기념교회는 제2차 세계대전 당시 폭격으로 파괴된 교회 탑을 보존한 곳이다. 전쟁의 아픔을 간직한 공간에서 분단의 역사를 넘어 평화를 노래했다는 점에서 특별한 의미를 더했다.
이날 음악회에는 고경석 주독 대한민국 대사 부부를 비롯해 양상근 주독일 한국문화원장, 독한협회를 대표한 헤르트람프 전 주북한 독일대사, 이은정 베를린자유대학교 교수, 이영우 간호요원회 회장, 볼프강 슈파러 국제윤이상협회 회장, 김진 종교인평화봉사단 이사장, 고동운 통일관 등이 참석했다.
정선경 총감독(한독문화예술교류협회 대표·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북유럽협의회장)은 개회사에서 "한국에서는 일상 속에서 잘 보이지 않던 분단을 분단 도시 베를린 장벽 앞에 서며 직접 마주했다"며 "장벽이 무너지던 날 '언젠가 남과 북도 저렇게 다시 만날 수 있을까'하는 마음으로 시작한 한반도 평화와 통일을 위한 활동이 오늘날까지 세대를 이어 계속되고 있는 모습을 음악으로 들려주고자 했다"고 소회를 밝혔다.
주독 대한민국대사관 고경석 대사는 축사에서 “오늘날 분단을 극복한 상징이 된 베를린에서 평화음악회가 열리는 것은 특별한 의미가 있다. 독일의 통일은 단지 한 나라의 역사적 사건을 넘어서 한반도는 물론 전 세계 시민들에게 ‘평화는 가능하다’는 메시지를 전했다. 참석한 동포들이 이번 음악회에서 얻은 경험과 평화를 향한 염원을 독일의 친구와 이웃에게 널리 전해 달라”고 당부했다.
한편 강창일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수석부의장은 서면 축사에서 “남북 간 대화와 교류가 완전히 단절된 채 군사 대결이 유지되는 ‘적대적 공존’이 지속되고 있다”며 “어느 때보다 ‘한반도 평화공존과 공동성장’이 절실한 때”라고 밝히며 “이번 음악회가 단순히 음악을 감상하는 자리가 아니라, 한반도 평화를 향한 꿈과 가슴 벅찬 희망을 노래하는 울림이 더 멀리 전 세계로 퍼져갈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전했다.
한독문화예술교류협회가 주최하고 재외동포청이 후원한 이번 음악회는 파독간호사 60주년을 맞아 진행됐다.
정선경 총감독은 “올해 파독간호사 60주년을 맞아 파독 간호사 어르신들의 이야기를 바탕으로 기획한 오늘 음악회는, 60년 전 한국전쟁과 분단을 겪고 가난에서 벗어나기 위해 낯선 땅 독일로 떠나온 이들의 이야기에서 시작된다”며 한반도 평화와 희망을 향한 60년의 뜻깊은 의미를 밝혔다.
이어서 파독 간호사들의 가난과 분단의 아픔을 뒤로 하고 독일로 떠난 이들의 삶과, 베를린에서 통일의 희망을 발견했던 순간들을 생생하게 담은 영상과 클래식 음악이 흘러 나와 눈시울을 뜨겁게 했다.
이어서 6부로 진행된 다채로운 평화음악회 공연이 이어졌다.
1부는 한국과 베를린에서 각각 마주한 분단을 그렸다. 쇼스타코비치 '현악4중주 8번', 베토벤 '피델리오' 중 ‘Gott! Welch Dunkel hier!’, 퍼셀 '디도와 아이네아스' 중 ‘When I am laid in earth’, 모차르트 '마술피리' 중 ‘In diesen heil’gen Hallen’ 등이 연주됐다. 2부는 베를린 장벽 붕괴의 기쁨과, 장벽을 찾아 한반도 평화를 위한 서명운동을 벌이던 장면을 영상에 담았고, 멘델스존 '무언가'와 베르디 '시칠리아의 저녁기도' 중 ‘Mercè, dilette amiche’가 함께했다. 3부는 한반도 평화와 통일을 위한 노력을 조명하며 글루크, 마스네, 비제, 모차르트의 오페라 아리아와 이중창을 들려줬다.
4부는 세대를 이어 계속되는 평화통일운동을 다뤘다. 민주평통 북유럽협의회가 올해 전개한 생활속 평화운동의 활동들도 영상으로 소개됐다. 이어 푸치니 '나비부인' 중 ‘Un bel dì, vedremo’로 시작해 독창과 이중창, 멘델스존 '엘리야' 중 사중창으로 규모를 넓혀 갔다.
공연의 피날레에서는 베토벤 교향곡 9번의 ‘환희의 송가’와 찬송가 ‘기뻐하며 경배하세’가 이어졌다. 마지막 곡 ‘홀로아리랑’에서는 출연진과 1세대 합창단뿐 아니라 관객들도 함께 노래하며 감동을 나누며, 독일과 한국, 그리고 한 세대와 다음 세대가 한 무대에서 만나 평화의 바람을 담은 떼창이 이어졌다.
평화음악회 출연진은 소프라노 박세린, 메조소프라노 서혜원, 테너 이주혁, 바리톤 임재영, 피아노 권인회, 지휘자 김산, 바이올린 원형준, 노서균·서보훈·안세훈·윤지우가 현악 4중주단으로 한반도 평화의 마음을 담아 함께 했다. 한편 이번 음악회에는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북유럽협의회와 해로시니어합창단이 협력했고, 민화협 베를린, 간호요원회, 독한협회, 한민족유럽연대, 종교인평화봉사단, 베를린기독교한인교회, 베를린벧엘교회, 교포신문 등이 함께했다.
참석자들은 클래식 음악과 파독 간호사 영상이 조화를 이룬 무대에 힘찬 박수와 함께 찬사를 아끼지 않았다. 특히 서로 다른 세대와 역사를 하나로 잇는 마지막 합창은 평화와 화합의 의미를 더욱 깊이 새기는 자리였다.
공연 후 참석자들의 호평도 이어졌다. 헤르트람프 전 주북한 독일대사는 공연이 다시 한 번 만석을 이룬 아름답고 성공적인 저녁이었다며 감사를 전했다. 특히 '환희의 송가'가 '홀로아리랑'으로 자연스럽게 이어지고 마지막에 관객 전체가 함께 노래한 장면을 높이 평가했다. 슈파러 국제윤이상협회 회장은 각 영상의 주제에 맞춰 고른 음악이 영상과 잘 어우러져 매우 인상적이었다고 말했다.
동서독 분단의 아픔을 기억하는 베를린에서 울려 퍼진 평화의 노래 울림이 과거를 넘어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에게도 많은 질문을 던졌다. 평화는 누군가 대신 이루어 주는 일이 아니라, 서로를 이해하고 희망을 포기하지 않는 마음에서 시작된다는 것이다.
베를린에서 진행된 한반도평화음악회가 성료된 4일 후, 노르웨이에서는 노벨 평화상 수상자 발표와 함께 평화센터 2층에서 비둘기가 하늘 높이 날았다. 평화센터광장에서 오슬로 피오르드 따라 동쪽으로 날아오른 평화의 비둘기는 한반도를 향해 힘차게 날개짓을 했다.
한반도의 평화와 통일을 향한 길이 비록 멀더라도 평화를 향한 노래는 계속돼야 한다. 세대와 국경을 넘어 이어진 베를린 평화음악회의 감동이 한반도까지 이어져 남과 북이 하나로 다시 만나고, 함께 평화롭고 지속가능한 미래를 열어 가는 희망의 씨앗이 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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